감사원 그늘 아래 몸 피한 KB…ING·카드3사도 ‘땡큐’
감사원 그늘 아래 몸 피한 KB…ING·카드3사도 ‘땡큐’
  • 김나영 기자
  • 입력 2014-07-08 09:14
  • 승인 2014.07.08 09:14
  • 호수 1053
  • 2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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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제재 앞두고 힘겨루는 기관들
▲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두 번 열린 제심위 물거품…원샷징계는 금감원 희망사항?
“제심위 직전 개입은 로비” vs “처음부터 징계 수위 무리수”

금융지주사법 특례조항 대신 신용정보법 적용…유권해석 달라
타 금융사들 “KB보다야 처벌 수위 낮겠지” 일시적 낙관 중

[일요서울 | 김나영 기자] KB금융지주·KB국민은행에 대한 금융당국의 징계가 늦어지면서 금융권이 술렁이고 있다. 애초 KB금융에 대한 제재 근거가 됐던 금융당국의 유권해석에 감사원의 제동이 걸린 탓이다. 일각에서는 이와 같은 상황이 KB금융 측의 로비에서 비롯됐다는 의혹과 더불어 처음부터 징계 수위가 너무 높았던 것 아니냐는 동정론이 함께 흘러나오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금융권을 뜨겁게 달군 금융사는 단연 KB금융이다. 사실 이 뜨거움은 긍정적인 쪽보다는 부정적인 쪽에 한껏 치우쳐 있었다. 올 초까지 도쿄지점 부실 대출, 주택기금 횡령, 고객정보 유출 등 각종 금융사고가 터졌고 최근에는 전산시스템 교체를 두고 내분까지 일었다.

이를 두고 대립하던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은 여러 금융사고에 대한 책임론에 나란히 금융당국의 중징계 통보를 받은 상태다. 또한 사고에 관련된 KB금융 임직원 100여 명의 징계도 함께 이뤄질 예정이다. 하지만 시일이 흘러도 이들의 징계 수위 확정은 연기를 거듭하면서 금융권을 혼란에 밀어넣고 있다.

심의는 삼세번? 표류하는 징계 문제

통상적으로 금융사고에 대한 금융당국의 제재는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를 거쳐 결정된다. KB금융의 경우 지난달 26일과 지난 3일 모두 안건으로 상정됐지만 결론을 짓지 못했다. 오는 17일에도 KB금융 건이 마무리되지 않으면 제심위 일정상 다음 달로 넘어가게 된다.

이처럼 KB금융 징계 문제가 표류하는 것은 감사원이 금감원에 표한 유감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앞서 KB국민카드는 2011년 분사 시 금융당국의 승인을 받지 않고 국민은행 고객정보를 이관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은 승인 없이 고객정보를 가져간 것은 신용정보법 위반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해당 신용정보법은 32조 4항과 6항으로 영업양도·분할·합병 등의 이유로 권리·의무의 전부나 일부를 이전하면서 그와 관련된 개인신용정보를 제공하는 경우 금융위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와 관련해 금감원은 신용정보법상 필요한 승인 없이 개인신용정보를 이관할 수 있는지에 대해 금융위에 유권해석을 의뢰한 바 있다. 여기에 금융위는 개인신용정보 이관은 신용정보법에 따라 승인을 따로 받아야 한다는 기존의 입장을 고수했다.

사실 금융지주회사법 개정 전까지 금융사들을 금융지주사법 48조 2항 특례조항에 따라 고객의 동의 없이도 계열사 간 고객정보를 영업목적을 위해 공유해 왔다. 그럼에도 금융당국은 신용정보법을 원칙으로 내세워 KB금융에 대한 칼날을 세운 셈이다.

이로 인해 금융권에는 “KB가 이번 정권의 타깃이다”, “KB의 잘못도 크지만 금융당국도 너무하다”는 말이 나돌았다. 지난달 9일에는 임 회장과 이 행장의 중징계가 사전 통보되면서 중도 퇴진 등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거론됐다.

정권 타깃설에서 중도 퇴진설까지

국면을 전환한 것은 감사원이다. 감사원은 금융위와 금감원을 조사하며 신용정보법에 대한 금융당국의 유권해석에 의문을 표명했다. 이때 감사원은 고객정보 이관에 대한 승인 누락의 책임소재를 가리려던 차였다. 그러나 금융위의 유권해석이 달라지면 별도의 승인 자체가 불필요하게 되고 KB금융 경영진에 대한 징계 수위도 낮아질 공산이 크다.

질의만으로 그치지도 않았다. 금융당국이 감사원의 의문에 대해 답했음에도 감사원은 여전히 이에 대한 유감을 표시했다. 감사원의 금융당국 감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관련 제재를 보류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자존심이 상한 금융당국은 원래의 유권해석에 따라 KB금융에 대한 제심위를 준비했다. 그러자 감사원은 금감원 부원장을 비롯한 금감원 임원들을 호출해 불만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금감원은 제심위를 두 번이나 열고도 KB금융의 징계 수위를 결정하지 못한 모양새다.

일이 이렇게 되자 이번에는 “KB가 감사원에 로비를 했다”는 설이 흘러나왔다. 금융사가 일으킨 사고에 대한 제재는 금융당국이 결정하는 것이 관례다. 감사원과 같은 외부 권력기관이 입김을 넣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의미다. 그것도 징계 바로 전에 와서야 감사원이 개입한 것은 로비 때문이라는 의혹을 더욱 뒷받침했다.

금감원은 다시금 법규를 내세우며 감사원의 행보에 대한 경계심을 드러냈다. 최수현 금감원장은 제심위가 열린 3일에도 제재는 법과 규정을 따라야 한다며 원칙을 지킬 것을 강조했다.

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의 일부 의원들도 감사원의 행보에 의문을 품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직 감사 중인 사안을 두고 감사원 내부의 의중을 피감기관에 표함으로써 제재를 유보하는 것은 문제가 된다는 시각이다.

일각에서는 KB금융에 대한 동정론도 꾸준히 일고 있다. 금감원이 보여주기식 성과물의 표본으로 KB금융을 택했다는 이유에서다. 지난달만 해도 최 원장은 개각과 관련한 유임 여부를 두고 마음을 졸여야 했다. 이때 금감원이 KB금융을 포함한 15개 금융사의 임직원 200여 명의 징계를 한꺼번에 내리려고 한 것은 이와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다.

처음부터 징계 수위를 너무 높게 잡았다는 지적도 끊임없이 제기된다. 금융위 내부에서마저 금감원이 지나친 제재를 가하는 것이 아니냐는 물음표가 찍힐 정도다. 특히 KB금융 경영진에 대해 다소 무리수를 두는 것이 결국 금감원에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우려도 깔리고 있다.

동정론도 일어…금융사들 일시 안도

한편 함께 제재가 예정됐던 ING생명보험 및 NH농협·롯데카드 등의 징계도 뒤로 밀리고 있다. 앞서 ING생명은 자살로 인한 재해사망보험금 200억 원을 미지급한 사실이 적발됐고 금감원은 이를 기초서류 위반 등으로 제재를 가할 예정이었다.

이는 대부분의 생보사도 비슷한 사정이라 생보업계 전체에 파장을 미치고 있다. ING생명이 미지급한 자살보험금은 2003~2010년 재해사망특약 2년 후 자살한 90여건에 대한 200억 원이다.

보통 생명보험의 경우 2년의 자살면책 기간을 넘긴 고객이 자살하면 일반사망으로 간주하고 보험금을 지급한다. 그러나 ING생명을 포함한 대부분의 보험사는 2010년 4월 표준약관 개정 전에는 자살 시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해 준다고 명시한 후 일반사망보험금을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뜯어보면 재해사망보험금은 일반사망보험금보다 2배 이상 많다. 자살 시 재해사망보험금 지급이 안착되면 중대질병에 걸린 환자 등 가입자의 자살을 조장할 수 있다. 또 각종 보험사기에 있어서도 자살로 위장하는 비율이 늘어날 가능성이 엿보인다.

따라서 보험사들은 이것이 단순한 표기 실수로 분명 자살은 재해가 아니기 때문에 여전히 지급 의무가 없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대법원은 2007년 약관에 오류가 있더라도 보험금은 약관대로 줘야 한다고 판결한 바 있다.

그나마 자살보험금 논란에서 자유로운 보험사는 푸르덴셜생명과 라이나생명뿐이다. 이들 보험사는 타사의 보험금 표준약관과 달리 자살은 재해 이외의 원인에 해당하는 보험금을 지급한다고 명시했다. 이외에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등 생보사 빅3를 포함한 대부분의 보험사는 이 자살보험금 논란에 꼼짝없이 묶여 있다.

만약 ING생명뿐 아니라 다른 보험사들도 미지급한 자살보험금을 지급하게 되면 그 규모는 2000억 원이 넘을 것으로 파악됐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인 김기준 새정치민주연합의원은 지난 4월말 기준 미지급된 자살보험금은 모두 2179억 원으로 집계됐다고 4일 밝혔다.

이는 금감원으로부터 제출받은 ‘미지급 재해사망보험금(자살) 현황 및 재해사망 특약 보유 건수’를 분석한 결과다. 세부적으로는 대형보험사 859억 원, 중소형사 413억 원, 외국사 907억 원 등이다.

또한 향후 지급될 보험금을 추산하면 그 규모는 약 1조 원대로 커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경징계와 과징금을 사전 통보받은 ING생명에 대한 제재도 KB금융 건과 함께 밀리면서 생보업계는 조금 더 시간을 벌게 됐다.

1억 건이 넘는 개인정보를 유출한 카드3사도 마찬가지다. 게다가 SC·씨티은행을 비롯해 신한·우리 등 15개 금융사의 임직원 200여 명의 제재도 같이 늦어지게 됐다. 그것도 각 은행의 행장과 카드사 수장 10여 명이 포함돼 있어 금융사들의 일시적인 안도감은 더욱 커졌다.

자살보험금 등 다른 현안 산적

금융권에서는 전직 수장뿐 아니라 현직 수장들도 한꺼번에 징계가 이뤄지면 이 역시 피할 수 없는 혼돈을 가져올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그러나 KB금융 경영진에 대한 징계 수위가 낮아지면 나머지 금융사의 수장들도 다소 가벼운 제재를 받을 것이라는 낙관론도 일부 퍼지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KB금융의 경우 LIG손보 인수와 징계 수위가 다소 연관성이 있는 만큼 제재가 빨리 이뤄지는 게 나을 수도 있다”면서 “타 금융사들의 경우 KB금융의 제재 수위가 낮아지면 그보다 더 낮은 제재를 받을 것으로 낙관 중”이라고 말했다.

nykim@ilyoseoul.co.kr 

김나영 기자 nykim@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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