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인 상대로 비밀영업
앞서 언급했듯이 ‘애무방’은 여성전용 대딸방’이라고 보면 정확하다. ‘여성전용 증기탕’이 있지만 애무방은 이것과 다소 다른 서비스를 제공한다. 증기탕은 샤워를 한 후 욕조에서의 전희와 침대에서 일명 ‘바디타기’를 통해 성적인 흥분을 유도하고 마지막에 직접 성관계를 맺는 시스템이다. 그러나 애무방에서는 보통 직접 삽입은 이뤄지지 않는다. 다만 간단한 샤워후 손과 입으로 여성의 신체 전체를 마사지하고 애무를 해주는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다. 또 손님이 원하는 경우 다양한 자위기구를 통해 실제 관계를 가질 때와 비슷한 오르가슴을 선사하는 ‘특별 서비스’도 이뤄진다.
이곳에서 오일 마사지는 여성들이 ‘최고’로 꼽는 서비스 중의 하나다. 평소 집에서는 흔히 받아볼 수 없는 서비스일 뿐 아니라 ‘낯선 남성’에 의해 이뤄지는 ‘낯선 손길’이 자극의 정도를 더욱 증폭시킨다는 것이 이용자들의 말이다. 현재 애무방은 비교적 부유하고 시간적인 여유가 있는 여성들이 밀집해있는 강남일대를 중심으로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중이다. 이곳의 이용비용은 60분에 15만원에서 20만원 선. 업소의 특성상 누구나 이용할 수 없는 은밀한 틈새업종이라는 점 때문에 서민층이 밀집한 곳보다는 비교적 부유한 지역에서 특정인을 타깃으로 해 영업이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진상손님이 적어 편합니다”
“아직 애무방은 확산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비교적 수익이 괜찮다. 과거에 대딸방도 운영해봤는데 애무방이 훨씬 깨끗하고 귀찮은 문제도 없는 것 같다” 서울 청담동에서 ‘애무방’을 운영하고 있는 P씨의 말이다.P씨가 말하는 ‘깨끗하다’는 말의 의미는 무엇일까. 이른바 ‘진상손님’이 없다는 얘기다. 남성손님을 상대로 하는 대딸방의 경우에는 말그대로 ‘더러운 꼴’을 수없이 보게 된다는 것이다. 밤늦게 술을 마신 후 대딸방을 찾는 손님들이 많다보니 웃지 못할 일들을 수차례 경험했다는 것. P씨는 “사정이 잘 되지 않는 바람에 여성 도우미들의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또 술이 취한 상태에서 폭언을 퍼붓거나 조금이라도 기분이 거슬리면 ‘고발하겠다’며 협박을 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애무방의 경우에는 술에 취해 찾아오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에 그만큼 ‘진상’들도 거의 없다는 것이다.
남성도우미 “여성 녹이는 기술 연마”
그렇다면 애무방에서 일하는 남성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업소 운영자들에 따르면 이들의 연령은 보통 20대 중반부터 30대 중반까지가 가장 많다. 호빠처럼 ‘얼굴과 말빨로 먹고사는’ 업종이 아니기 때문에 외모는 그다지 중요시 되지 않는다. 다만 고객들이 여성인 것을 감안, 거부감이 들거나 심한 혐오감을 주지 않는 무난한 외모라면 일을 하기에 무리가 없다는 것. 이곳에서 업무(?)에 투입되기 전에 하루 정도 마사지와 애무에 대한 기본 교육을 받는다. 그러나 마사지에 대한 전문 기술은 아니다. 애무방을 운영하는 C씨는 “이곳을 찾는 여성들 중 경락 마사지와 같은 전문 마사지를 받으러 오는 이들은 없다. 따라서 교육은 기본적인 마사지 기술 위주로 평이하고 간단하게 이뤄진다”고 전했다.
그러나 일 자체가 그리 쉬운 것만은 아니다. 현재 애무방에서 일을 하는 K(30)씨는 “마사지는 생각외로 중노동”이라는 말로 입을 열었다. 그는 “다른 사람의 몸을 마사지 하는 것은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하루에 5명 이상의 손님을 받고나면 장정들도 기진맥진하기 일쑤”라고 말한다. 애무방이라는 명칭답게 이들의 마사지는 단순한 마사지라기보다는 성적 흥분을 유도하는 ‘애무’ 수준에 가깝다. K씨에 따르면 일부 여성들은 남성 도우미들의 마사지를 받는 도중 흥분을 이기지 못해 직접 삽입을 원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애무방에서 원칙적으로 실제 성교는 금지된다. 위험부담을 두려워하는 업주측에서 성기 삽입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 따라서 남성 도우미들은 신체부위나 자위도구를 이용해 여성들을 ‘만족’시켜 주는 ‘스킬’을 연마한다고 한다.
“우리 연애나 한번 할까?”
업소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곳을 이용하는 손님의 약 40%는 30대 중후반 이상의 주부들이다. 즉 웬만큼 나이가 있는 주부들 중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이곳을 찾는 기혼 여성들이 상당수라는 것이다. K씨는 “특별히 ‘밝히는’ 여성들만 찾는 것은 아니에요. 주로 남편과의 성관계가 원활하지 않거나 불만이 누적된 경우, 남편과의 성관계로는 도무지 쾌락을 느낄 수 없는 경우, 육체관계 없이도 오르가슴에 도달하기를 원하는 경우가 많죠”라고 귀띔했다. 한편 “‘사랑에 굶주린’ 일부 여성들이 노골적으로 교제를 원하는 경우도 있다”는 K씨의 말은 다소 충격적이었다. 그러나 남성 도우미들은 그러한 제안이 썩 달갑지만은 않다고 한다.
이러한 제안을 하는 여성들 중에는 ‘순수한’ 의도가 아닌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K씨는 “일부 여성들은 남성이 정말 마음에 들어서 교제를 제안하기도 하겠죠. 그러나 대부분은 그렇지 않은 것 같더라고요. 다른 ‘속셈’이 있다는 말이에요”라고 말했다. 그는 “애인이 되면 공짜로 이러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계산을 하는 여성들도 있어요. 돈많고 남부러울 것 없는 사모님들이 ‘성적인 목적’이 아니면 뭐하러 그런 제안을 하겠어요? 또 반대로 남성 도우미들의 주머니가 두둑할 것으로 알고 빌붙으려는…소위 말하는 ‘공사’를 하려는 여성들도 있더라구요”라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성개방화시대의 ‘틈새시장’
애무방은 여성을 고객으로 한다는 특성상 대딸방의 경우처럼 우후죽순처럼 생겨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상당수의 ‘틈새시장’이 있는 만큼 애무방은 지속적으로 확산될 것이라는 것이 업주들의 추측이다. 역삼동에서 안마업소를 운영하는 한 업주는 “과거와 비교해볼 때 여성들은 분명 변했다. 여성들이 갈수록 성에 대해 개방적이고 대담해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따라서 잠재된 여성고객들을 감안해 볼 때 애무방의 성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고 본다” 고 말했다. 현재 사법당국에서는 ‘대딸방’의 유사성교행위를 놓고도 서로 엇갈리는 판결을 하는 등 다소 혼란한 법적 잣대를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새롭게 등장한 애무방은 독버섯처럼 번져갈 것으로 예상된다.
# 애무방 이용하는 40대 주부 A씨 인터뷰
“우리가 어디서 이런 마사지를 받아보겠나?”
기자는 애무방을 애용한다는 한 40대 여성과 어렵게 인터뷰를 할 수 있었다. 현재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남편을 둔 그녀는 경제적으로 상당히 부유한 편이었다. 그녀가 애무방을 이용하는 횟수는 한달에 평균 3~4번. 다음은 “1주일에 한번꼴로 마사지와 ‘즐거움(?)’을 동시에 얻고 간다”는 그녀와의 일문일답이다.
- 애무방이라는 것을 어떻게 알게 됐나?
▲ 찜질방에서 우연히 주부들이 얘기하는 것을 듣고 알게 됐다.
- 실제 마사지를 받아보니 어떤가.
▲ 전문 마사지는 아니지만 정성이 대단해서 만족할만하다. 힘 좋은 젊은 남자들이 해주는 것이라 그런지 온몸의 근육이 쫙쫙 풀린다. 솔직히 우리 같은 사람들이 어디 가서 그렇게 정성스러운 안마를 받을 수 있겠나.
- 죄책감이나 거부감은 없나.
▲ 일단 직접적인 성관계를 맺지 않으니 죄책감은 없다. 낯선 남성에 의해 다소 ‘찐한’ 마사지가 이뤄진다는 것이 좀 그렇지만... 어차피 기구로 하는 거 아닌가. 또 남편은 사업 때문에 바빠 잠자리도 자주하지 못한다. 그렇다고 대놓고 바람을 피울 수는 없지 않나. 이런 곳에서 일주일 동안 쌓였던 스트레스를 푼다.
- 이곳의 장점은.
▲ 쌓인 스트레스를 풀 수 있다는 것이다. 솔직히 드러내놓고 말을 안해서 그렇지 40~50대 여성중에는 부부관계가 시들하거나 뭔가 문제가 있는 경우가 많다.
- 비용면에서 부담은 없나.
▲ 마시지 이상의 즐거움이 따르기 때문에 아깝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스트레스를 풀 수 있다면 그리 부담되는 돈은 아니다. 여자들이 흔히 하는 쇼핑이나 피부 관리, 다이어트에도 그 정도는 들지 않나. 애인없는 유부녀를 장애인이라고 놀리는 게 요즘 세태인데 차라리 이런 걸로 쌓인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것은 오히려 건전하다고 본다.
구성모 프리랜서(pandora21.com 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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