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짜배기 ‘꿀∼꺽’국내시장 진출 신호탄
알짜배기 ‘꿀∼꺽’국내시장 진출 신호탄
  • 이석 
  • 입력 2005-10-18 09:00
  • 승인 2005.10.18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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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의 국내 행보가 심상치 않다. 알짜배기 국내 기업들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8월 말에는 온라인게임 한류의 진원지로 꼽히던 그라비티마저 삼켜버렸다. 그것도 시가보다 3~4배 비싼 가격에 사들여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관련 업계에서는 손 회장의 이같은 공격적인 행보를 두고 국내 진출을 위한 ‘신호탄’으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본격적인 국내 진출을 위한 정지작업 차원이 아니냐는 것이다. 이미 업계에서는 N사와 C사가 손 회장의 다음 표적이 될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고 있어 이에 대한 설득력을 더하고 있다. 지난 8월 말, 국내 온라인게임 업계가 발칵 뒤집히는 사건이 발생했다.

전세계 30여개국에 진출하며 온라인게임 ‘한류’를 주도하던 그라비티가 전격 매각된 것. 인수 당사자는 ‘마이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손정의 회장. 손 회장은 친동생인 손태장씨를 통해 김정률 회장과 가족이 보유한 그라비티 지분 364만주(52.4%)를 4,000억원에 사들였다.당시 그라비티의 나스닥 주가가 주식예탁증권(ADS) 기준 6~7달러(ADS 4주가 일반주 1주에 해당) 대에 머물렀던 점을 감안할 때 손 회장은 이번 거래에서 3~4배의 웃돈까지 얹어주었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렇다면 손 회장은 무엇 때문에 막대한 손해를 보면서까지 그라비티를 인수했을까. 업계에 따르면 손 회장의 친동생 손태장씨가 이끄는 겅호온라인엔터테인먼트(이하 겅호)는 그동안 매출의 90% 이상을 ‘라그나로크’에 의존해 왔다.

그러나 올해 말로 라그나로크 유통 계약이 끝나게 된다. 이에 손 회장이 확실한 ‘돈줄’을 쥐기 위해 그라비티 자체를 인수했을 가능성이 현재 가장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렇다고 해도 손 회장이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그라비티를 인수할 필요가 있겠냐는 시각이 적지 않다. 손 회장과 김 회장의 ‘빅딜’ 이면에 또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말이 나도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손 회장에게 그라비티를 매각한 김정률 회장도 “그간 일본쪽과 좋은 방향에 대해 간간이 얘기하다 최근 갑자기 이야기가 진전됐다”면서 매각이 갑자기 이뤄졌음을 시사했다. 업계에서는 일단 이번 그라비티 인수가 손정의 회장의 본격적인 한국 진출을 위한 포석으로 내다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실제 손 회장이 최근 2년 사이 인수했거나 투자한 국내 기업은 10곳이 넘는다. 지난해 소프트뱅크코리아를 통해 모바일게임 업체 지오스큐브와 MP3 관련 사이트 위즈맥스를 사들였다.

올 초에는 CJ인터넷과 엔씨소프트의 일본 내 법인 CJ인터넷 재팬과 엔씨재팬에 거액을 투입했다. 업계 관계자는 “손 회장은 최근 중국이나 동남아로의 진출을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면서 “그에 대한 전초기지로 국내를 선택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요컨대 정보통신(IT) 강국인 한국시장에서 터를 닦은 뒤 이를 기반으로 중국이나 동남아시아로 진출한다는 계산인 것이다. 이미 업계에서는 그라비티 외에 몇 개의 대형 업체가 추가로 인수될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하게 나돌고 있다. 그라비티 관계자는 “소프트뱅크가 추가로 국내 게임업체를 인수할 것이라는 소문을 들었다”면서 “그러나 아직까지 확인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현재 손정의 회장의 차기 인수 대상으로 꼽히고 있는 곳은 N사와 C사. 양사 대표는 최근 손정의 회장과의 접촉이 부쩍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때문에 손정의 회장과 매각과 관련한 조건을 조율 중이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물론 해당 업체들은 한결같이 관련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손정의 회장과 개인적인 친분이나 사업적으로 협력 관계가 있어 만나는 것일 뿐 매각은 말도 안된다는 입장이다. N사 관계자는 “손정의 회장은 올 초 회사에서 인수한 자회사에 지분을 투자한 상태”라면서 “사업 논의 차원에서 만난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이와 관련해 소프트뱅크코리아측은 ‘금시초문’이라는 입장이다. 소프트뱅크코리아 관계자는 “일본 본사에서 최근 유무선통신 사업에 집중하면서 투자 포커스가 콘텐츠쪽에 맞춰지고 있다”면서 “그러나 추가적인 업체 인수에 대해서는 들어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 ‘손정의 친정체제’ 돌입하나

손 회장이 지난 8월 말 인수한 그라비티는 최근 ‘친정체제’ 굳히기 작업에 본격적으로 돌입했다. 윤웅진 대표이사의 사임건만 봐도 그렇다. 그라비티 매각 발표가 난 지난 9월 초 윤 대표는 “경영진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그러나 이 발언이 있은지 한달도 안된 지난 9월 말 대표이사직을 사임한 것. 이로써 그라비티는 윤웅진-류일영 공동대표 체제에서 류일영 대표체제로 바뀌었다. 그러나 류 대표가 몸담고 있었던 테크노블러드에는 손 회장의 친동생인 손태장 아시안그루브 회장이 부사장으로 역임하고 있다.

류 대표가 사실상 손정의 회장의 대리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그라비티측은 “윤웅진 대표가 대표이사직에서는 물러났지만 이사로서 당분간 활동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다른 의견이다. 그라비티의 이번 변화가 손정의 회장의 친정체제 구축을 위한 수순이라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주주가 바뀌면 1순위로 정리하는 대상이 CEO와 CTO 등 주요 경영진”이라면서 “빠르면 올해 말까지 윤웅진 사장의 거취 문제가 결정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석  suk@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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