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사현장 인근 움푹 파인 구덩이 곳곳에 드러나
지반침하·교통사고 우려…안전점검 및 대책 시급
[일요서울 | 박시은 기자] 숱한 논란의 중심에 있는 제2롯데월드를 둘러싼 안전성 논란이 또 다시 불거졌다. 지난달 29일 싱크홀로 의심되는 구덩이가 나타난 것이다. 그동안 제2롯데월드는 석촌호수의 수량이 사라진 원인으로 지목됐다. 공사 과정에서 지하수 유출이 일어났다는 주장이다. 일각에서는 이 현상이 ‘싱크홀’로 나타날 것이라고 우려한다. 특히 장마철에 자주 일어나는 파인 도로 현상이 지하수 유출과 동반된 붕괴사고를 일으킬 지에 대한 우려도 크다. 안전불감증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진 가운데 [일요서울]이 제2롯데월드의 현 상태를 진단해봤다.
123층의 국내 최고층 건물이 될 제2롯데월드가 그동안의 논란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다. 특히 지난달 29일 석촌호수 옆 도로에 싱크홀로 의심되는 구덩이가 생기면서 안전 문제가 또 한 번 수면 위로 떠올랐다.
싱크홀은 땅 속의 지하수가 사라지는 순간 땅 속 공간이 압력을 버텨내지 못해 일어나는 현상이다. 주로 퇴적암 층에서 발생하는데 우리나라 국토의 경우 대부분 단단한 화강암과 편마암층으로 이뤄져 있어 빈 공간이 잘 생기지 않는다.
하지만 그동안 싱크홀 현상이 국내에서 단 한 건도 없었던 것은 아니다. 전남 무안에서는 13년간 19번의 싱크홀이 발생했다. 2012년 인천에서는 6차선 도로가 갑자기 무너져 오토바이를 타고 이 길을 지나가던 남성 1명이 매몰돼 사망했다. 당시 발생한 싱크홀은 인천에서 세 번째로 발생한 싱크홀이었다. 또한 지난달 17일 서울 강서구 증미역 근처에서도 갑자기 도로가 내려앉아 1m 깊이의 구멍이 생겼다.
그동안 제2롯데월드는 이 같은 사고를 야기하는 지하수 유출이 공사 과정에서 발생됐다는 의혹을 사왔다. 주차장으로 사용하기 위해 지하 6층까지 굴착을 하는 과정에서 지하수가 유출됐다는 것이다. 더불어 지하수가 빠져나간 자리를 바로 옆에 위치한 석촌호수 물이 흘러 들어와 채우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실제로 석촌호수는 제2롯데월드 공사 이후 15만 톤의 물이 사라졌다. 최근까지도 하루 평균 450톤이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일각에서는 이것을 지반침하의 징조로 보고 있다. 지하수 유출로 생긴 땅속의 빈 공간이 공사 지역 전반의 붕괴사고를 부를 수 있다는 설명이다.
현장 점검에도 의심 눈길 여전
장마철이 시작되면서 시민들의 불안감은 더욱 커졌다. 장마철에 자주 일어나는 파인 도로 현상 때문이다. 이것이 불안정한 지반 상태에 영향을 미쳐 싱크홀을 형성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이다.
이 뿐만 아니라 싱크홀로 의심되는 도로 굴곡 현상이 파인 도로 현상과 유사해 교통사고를 급증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평소에도 교통난이 심할 정도로 차량 유입이 많은 만큼 이 현상을 쉽게 넘기기 힘들다는 것이다. 실제로 송파구 주민의 93%는 송파구청 연구용역의 ‘롯데월드타워건립이 지역주민에게 미치는 사회 환경 영향 평가’에서 ‘잠실 제 2롯데월드로 교통악화가 우려된다’고 응답했다.
파인 도로 현상은 장마와 태풍의 영향으로 비가 내리는 7~8월에 주로 발생하며 이로 인해 교통사고도 많이 일어난다. 운전자들이 순간적으로 파인 도로를 보지 못한 채 지나가면서 받은 충격이 원인이다. 이 충격은 자동차 타이어가 찢어질 수 있는 정도다. 한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파인 도로를 시속 60㎞로 지나쳤을 때 자동차 타이어의 휠이 깨지기도 했고, 한쪽이 부풀어 오르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교통안전공단 연구원은 “타이어가 찢어지거나 부풀어 오르는 현상 등은 자칫 주행 도중 자동차 타이어가 터질 수 있는 사고를 야기시킨다”며 “파인 도로 사고 발생 건수도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대다수 시민들은 제2롯데월드 건립에 대해 싱크홀 등 생활환경에서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시는 시민들의 불안이 커지자 각계 전문가들로 시문자문단을 구성해 현장 점검을 실시했다. 자문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박창근 관동대학교 교수는 “현장 공사장 전반의 분위기는 안전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었다”면서도 “롯데가 지하 건물에서 유출되는 지하수를 다시 석촌호수로 펌핑해서 방류를 하고 있다. 그것으로도 부족해 한강에서 별도로 하루에 450톤 정도 강물을 석촌호수에 공급하고 있다”고 밝혔다. 석촌호수 물이 과거와 달리 어디론가 유출되고 있다고 지적한 것이다.
또 “동호 이면도로 한 100m구간에서 2~3cm, 1~2cm 정도 주저앉은 도로와 5cm 정도 주저앉는 인도를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롯데건설 측은 “공사현장은 단단한 화강암 지반 위에 있다. 싱크홀 붕괴 위험은 석회암 지반에서나 주로 발생하기 때문에 붕괴위험이 전혀 없으며 전문가들 자문도 받았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김교원 경북대 지질학과 교수가 "공학적인 조사가 더욱 필요하겠지만 제2롯데월드 공사는 지반 침하 현상과 확실한 인과관계가 없다"고 했고 "지하수에 문제가 생겼다면 롯데건설이 제2롯데월드 공사에 돌입한 2009년부터 유출현상이 일어났어야 한다. 지반 침하는 복합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단순히 건설사의 기초공사 만으로 문제삼기는 힘들다고 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또 다른 전문가들은 현재 도로가 주저앉은 곳 외에서도 도로 일부가 주저앉는 현상이 발견됐기 때문에, 최근 해당 지역에서 일어난 변화를 파악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또 롯데 측이 관련이 없는 문제에 대해 자비를 들여 석촌호수 수위 회복에 나서고 있는가에 대한 의문점은 여전히 시민들의 불안을 자극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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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시은 기자 seun897@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