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고발자 “내가 직접 만들고 내가 직접 갖다줬다”
현재 수사 중, 사측 “모두 허위로 작성된 사항” 부인
[일요서울 | 강휘호 기자] 동부그룹 주요계열사 중 하나인 동부건설이 비자금을 만들고 이를 공직자들에게 수시로 제공한 정황이 포착됐다. [일요서울]이 확보한 자료와 내부고발자의 주장에 따르면 동부건설은 허위로 만든 하도급업체 정산서를 통해 자금을 확보하고 현금과 상품권으로 공직자들의 뒷주머니를 채워줬다. 이를 제보한 동부건설 내부고발자는 “비자금의 일부가 유동성 위기를 맞고 있는 그룹으로 흘러들어 갔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그러나 동부건설 관계자는 “개인적으로 가져다 줬는지는 모르겠지만 회사는 전혀 아는 바 없다”고 일축하고 있다. 과연 진실은 무엇일까.

서울 강동경찰서는 현재 동부건설 부실공사와 뇌물수수 혐의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부실공사 의혹은 서울 동자동 아스테리움과 경상북도 안동시 문화예술의전당 등 곳곳에서 지적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뇌물수수 혐의와 관련된 진술을 추가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동부건설은 하도급업체로부터 금품을 갈취했다는 의혹이 더해졌고 갈취된 금품 일부가 공무원에게 넘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앞으로도 수사는 공무원 비리로 확대될 전망이다.
[일요서울]은 해당 사건을 취재하던 중 회사 지시를 받아 공무원에게 뇌물을 직접 전달했다고 주장하는 조모씨(전 동부건설 건축사업부 과장)와 동부건설 하도급업체 대표의 증언을 들을 수 있었다. 더불어 조모씨가 작성했다고 밝힌 허위정산 합의서, 동부건설 관계자와 조모씨의 통화 내용이 들어있는 녹취록, 공사현장 안전진단서 등을 확보했다.
사실 건설사가 수주나 하자보수 공사를 진행하면서 공무원들에게 뇌물을 상납하는 모습은 지속적으로 있어왔다. 우선 이들에 따르면 동부건설이 비자금을 확보하는 루트는 크게 두 가지였다. 첫 번째는 허위정산 합의서와 허위 계산서를 작성해 하도급업체로 보낸 뒤 이 돈은 다시 돌려받는 방법이 있다. 즉, 공사는 하지 않았지만 공사를 한 척 돈을 모은 것이다.
두 번째는 하도급업체로부터 자금을 편취하는 수법이다. 예를 들어 수주를 위해 하도급업체가 해당 기관과 담당자에게 금품을 건네도록 지시하고 이를 정산할 때 챙겨주는 식이다. 이렇게 하면 특별히 힘을 쓰지 않아도 유동성이 원활한 현금을 한 번에 수억 원씩 확보할 수 있다.
아울러 비자금을 확보하는 것도 문제지만 이를 어디에 썼는지가 더욱 문제다. 조모씨는 동부건설이 인허가조건을 부당 변경 받아 이득을 챙기고 수주를 따내기 위해 로비를 하는 용도로 비자금을 썼다고 주장한다.
현실적으로 비자금의 쓰임새는 현금으로 모든 과정이 이뤄지기 때문에 내부 고발자의 증언이 가장 뚜렷한 증거다.
강동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 역시 동부건설이 사업 수주 과정과 사업승인, 설계변경, 하자보수 등을 거치며 담당 공무원에게 상시적으로 뇌물을 제공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상태다.
뇌물이 오간 현장으로 지목되는 곳은 용산 소재의 아파트와 강원도 소재 리조트, 안동 문화예술의전당, 인천 어린이과학관, 한국개발연구원 턴키공사 등이다.
조모씨는 “동부건설이 모 구청 인허가 담당자에게 공사범위를 축소시키는 조건으로 금전 1000만 원과 향응을 제공해 10억여 원의 부당 이득을 취했다”면서 뇌물을 전달한 인물이 바로 본인이라고 말했다.
향응과 부당이득
이 외에도 안동 문화예술의전당 무대기계 리프트 중대하자의 공사범위를 축소하기 위해 지역 공무원에게 수백만원 정도의 상품권을 제공한 점, 인천 어린이 과학관 턴키공사 불법행위 수주를 위해 업무 연관 공무원에게 2000만 원을 제공한 점 등을 주장했다.
안동 문화예술의전당의 경우 실제로 안전진단보고서가 두 가지로 작성됐는데 이를 살펴보면 처음 보고서엔 장비의 ‘교체’를 지시하던 부분이 두 번째 보고서에선 찾아볼 수가 없었다. 이를 조모씨는 금품 제공 전과 후로 바뀌었다고 지적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한 하도급업체 대표는 “동부건설이 심사평가위원을 사전에 관리한다. 다른 건설사들에 비해 시공능력이 부족해도 수주가 가능한 이유”라고 거들었다.
금품을 받은 것으로 지목된 공무원 중 한 명은 이미 경찰 조사 과정에서 일부 혐의를 시인한 것으로 전해진다. 해당 공무원은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경찰 조사중이기 때문에 더 이상 말하고 싶지 않다. 조사가 끝나면 어차피 다 밝혀질 사항이 아니냐”면서 “다만 부실공사와 관련해선 차차 지켜보는 과정일 뿐, 공사과정을 축소하거나 한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이러한 정황으로 볼 때 동부건설은 지속적으로 비자금을 확보하고 공무원들에게 건넨 것을 미뤄짐작해 볼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동부건설 측은 모든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동부건설 관계자는 “절대 없는 일이다. 경찰 수사가 진행중인 것이 오히려 반갑다. 진실은 꼭 밝혀질 것”이라면서 “조모씨가 개인적으로 만나고 금품을 제공했는지는 모르겠지만 회사와는 무관하다”고 전했다. 근거 자료들에 대해선 “모두 거짓으로 작성됐고 위조된 자료들”이라고 일축했다.
조모씨가 “개인 뇌물을 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 돈은 어디서 나고 뇌물을 갖다 바칠 이유는 또 뭐냐”고 주장하던 것과는 매우 상충되는 모습이었다. 조모씨는 마지막으로 “회사가 하청업체에서 돈을 받아 뇌물을 전달하라고 지시해놓고 의혹이 불거지자 꼬리자르기 식으로 날 해고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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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휘호 기자 hwihol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