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고미술협회 김종춘 회장] 드디어 베일 벗겨지나
[한국고미술협회 김종춘 회장] 드디어 베일 벗겨지나
  • 오두환 기자
  • 입력 2014-07-07 11:11
  • 승인 2014.07.07 11:11
  • 호수 1053
  • 1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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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억대 청화백자 횡령 추가 기소 내막

공신력 있는 감정·거래기관 만들어져야
도난품이 버젓이 경매에 나오는 게 현실

[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고미술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이 늘고 있다. 지난 6월 15일 끝난 동대문디자인플라자 간송문화전 전시에는 3개월간 하루 평균 1460여 명이 전시장을 찾아 총 입장객 12만여 명을 기록했다. 이러한 반응은 간송미술관 수장품이 76년 만에 가진 첫 나들이였고 그에 따른 관객의 기대감이 컸기 때문이었다. 특히 젊은층 입장객이 많았다는 점에 관계자들은 주목하고 있다. 간송미술관은 이 호응에 힘입어 지난 2일부터 9월 28일까지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두 차례 더 외부 전시를 연다.
하지만 이와는 반대로 국내 고미술 시장은 각종 비리와 파벌싸움으로 시민들의 관심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시민들의 고미술에 대한 관심을 꺾고 있다는 표현이 더 맞다.

지난달 23일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는 2006년 6월 진모씨로부터 청화백자11인송매죽문호를 팔아달라는 부탁을 받고 보관하다 그 해 10월쯤 진씨의 허락 없이 H박물관을 운영하는 윤모씨에게 판매한 혐의(횡령)로 한국고미술협회 김종춘 회장을 불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도자기 매매하지 않았다”
“찾아 가라”

청화백자11인송매죽문호는 15세기 말이나 16세기 초에 만들어진 조선시대 초기 청화백자로 소나무, 대나무, 매화, 11명의 인물 그림이 그려져 있다. 업계에서는 희소성을 인정해 60억 원 정도의 가치가 있는 작품으로 보고 있다.

김 회장은 해명 자료를 통해 “이건 관련자 진이근은 청화백자를 부산우리상호 저축은행에 담보로 맡겼다가 공매처분될 처지가 되자 매도를 부탁했다”며 “부산우리상호 저축은행에 담보액 23억 원을 대납했고 2006년 10월 20일자로 진이근과 양도 양수 계약을 체결하여 이건 도자기 소유권은 나에게 양도 됐다”고 전했다.

또 김 회장은 “진이근이 2012년 5월경 서울중앙지검에 횡령 등으로 고소를 제기하였고 약 1년간의 수사를 담당한 김현옥 검사는 2013년 2월 6일자로 혐의없음 처분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회장은 “진씨가 서울고등검찰청에 항고했고 이후 고검 검사의 재기 수사 명령이 있자 서울지검 김수홍 검사가 약 1년이 지난 5월 13일 석연치 않은 이유로 공소를 제기했다”며 “명백히 억울한 기소”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김 회장은 “현재까지 위 청화백자 도자기를 매매하지 않고 23억원에 담보로 맡겼고, 지금도 은행이자도 안 되는 원금과 이자 포함 30억(7년간 이자만 약50억원 상당)에 찾아가라고 진이근에게 수회 요구했다”며 “그러나 본건 도자기가 가짜라는 소문에 매매가 되지 않을 것을 우려해서인지 지금도 찾아가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향후 이 사건은 검찰에서 수사를 시작한 만큼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 하지만 문제는 사실상 정부 위임을 받아 고미술품 감정과 거래를 관장하는 한국고미술협회와 수장이 끊임없이 사기, 횡령 등에 휩싸이고 있다는 점이다. 그 결과 피해를 보는 것은 고미술품들이다.

회장은 장기 집권 각종 사기·횡령 연루

우리나라에서 미술품을 감정 받을 수 있는 기관으로는 한국미술품감정협회, 한국고미술협회, 한국미술감정원 등이 있다. 하지만 이들의 업무는 진위 여부 검증과 가격 평가에만 맞춰져 있다. 이중 가장 활발히 활동하는 곳이 바로 한국고미술협회다. 사실상 고미술 감정과 거래는 주로 이곳을 통해 이뤄진다.

한국고미술협회는 1971년 옛 그림이나 도자기 같은 문화재를 주로 취급하는 고미술 상인들이 주축이 돼 설립한 사단법인이다. 현재 상인 700여명, 전문 감정인 60여명 등이 소속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협회 감정서가 문화재 값을 정하는 절대 기준이 되다 보니 협회의 고미술 작품 감정을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게다가 회장을 맡고 있는 김 회장은 17년째 장기 집권 중이다. 이런 가운데 김 회장이 매장문화재보호법은 물론 사기, 횡령 등의 혐의로 수시로 수사기관의 조사를 받다보니 협회의 명성은 물론 고미술품 감정 및 거래 등에 신임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상인들과 학자들 사이의 파벌 문제 또한 고미술시장의 발전을 저해하고 있는 요소로 지적되고 있다.
현재 거래되고 있는 고미술품 중에는 도굴품도 많다. 하지만 우리나라에는 이들 도굴품을 검증할 수 있는 검증된 단체나 기관이 없다. 그러다 보니 도난 된 미술품이 버젓이 경매에 나오기도 한다.

지난 5월 말 마이아트옥션은 ‘조선시대 불교 미술 특별경매’에 출품한 작품 18점 중 5점이 도난품 의혹을 받고 압수됐다. 조계종 문화부의 신고로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가 나서 영산회상도 2점, 칠성도, 신중도와 목조관음보살좌상까지 총 5점을 압수했다.

고미술시장 위해 문화재청이 나서라

성장하는 고미술 시장과 달리 각종 사건 사고가 빈번해지는 고미술계에서는 자정의 목소리가 높다. 특히 문화재청의 관리 감독의 부재를 문제 삼는 사람도 많다. 또 과학적인 감정법 대신 특정인의 경력에 의한 육안 감정에 의존하다보니 감정 때마다 각종 협회와 협회장의 입김이 커져 작품 진위와 가격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고미술계의 난맥상을 바로잡을 수 있는 길은 문화재청을 중심으로 새로운 시스템을 정비하는 길이다. 결국 지금까지 발생한 작품 진위 논란과 도굴품 문제 등도 모두 공신된 기관이 아닌 협회에서 주도하다보니 발생한 문제들이다.

고미술품에 대한 정확한 데이터베이스 구축, 전문 감정인력 양성, 감정 평가 매뉴얼 작성 등이 시급한 상황이다. 오랜만에 활기를 띤 고미술픔 시장을 살리고 지속시키기 위해서는 그 어느 때보다도 적극적인 정부기관의 참여가 필요한 때다.
freeore@ilyoseoul.co.kr 

오두환 기자 freeore@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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