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는 침몰하고 있는데… 지켜보고 있는 중?
진도VTS 당일 영상 삭제… 책임회피 노려
[일요서울 | 이지혜 기자] 지난 4월16일 전남 진도군 관매도 부근 해상에서 제주도로 향하던 여객선 ‘세월호’가 침몰해 수학여행을 가기 위해 배에 탑승했던 단원고 2학년 학생들을 비롯 300여 명이 사망했다. 그러나 이 사건이 국민들에게 충격을 준 이유는 선장을 비롯한 승무원과 해경의 어처구니없는 대응으로 인해 구조할 수 있었던 많은 목숨을 잃었기 때문이다. 유가족들은 정부를 향해 그날의 진실을 밝혀달라고 요구했고 국회에서는 세월호 국정특위를 시작했다. 그러자 해경의 실수가 속속 드러나기 시작했다. 사고 당일 해경이 한 일에 대해 시간대별로 재구성해봤다.
사고 당일 진도 앞바다에서 침몰하던 세월호는 국제조난 통신망 채널(16번)로 해경을 두 차례 불렀다. 승객 탈출여부에 대해 진도관제센터(VTS)가 대답하지 못하자 해경에게 문의한 것이다. 그러나 해경은 응답하지 않았다.
16일 9시 26분~28분 호출에도 해경 ‘무응답’
오전 9시25분 진도VTS는 세월호에 “인명 탈출시키는 것은 선장님께서 직접 판단하셔서 빨리 지금 결정해주세요”라고 대답했다. 세월호가 “지금 탈출하면 바로 구조를 할 수 있냐고 물었습니다”라고 말하자 진도VTS는 “경비정이 10분 이내 도착 할 겁니다”라고 답했다. 이에 세월호는 9시26분 직접 해경 측에 연락을 시도했다. “해양경찰 여기 세월호입니다 감도 있습니까?” 그러나 해경 측에서는 아무 답변이 돌아오지 않았다. 그때 진도VTS에서 “1분 후에 헬기가 도착할 예정입니다”라는 통신이 왔다. 이 말을 듣고 2분 뒤인 28분 세월호는 다시 해경에 교신을 시도했다. 그러나 이번에도 답변은 오지 않았다.
해경 측은 “진도VTS가 해경 소속인 만큼 현장에 출동한 경비정들이 일일이 답할 여유가 없었다”고 해명했지만 당시 해경이 세월호 측에 퇴선 명령 및 승객 탈출을 유도했다면 많은 생명을 구할 수도 있었다.
그렇다면 그 시각, 해경은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9시32분~10시50분 해경, 청와대와 통화 중
오전 9시32분. 청와대 위기관리상황실에서 해경으로 전화가 걸려왔다. 언론 보도를 본 청와대는 해경 측에 “진도에서 여객선 조난 신고 들어왔느냐”고 물었고 해경은 “지금 현황 파악 중이다”고 대답했다. 이어 청와대가 “심각한 상황이냐”고 질문하자 해경은 “현재 심각한지 배(세월호)하고 통화중이다. 일단 배가 기울어서 침수중인데 아직 침몰은 안 됐다”고 답했다.
오전 9시54분 청와대는 다시 해경에 연락해 “지금 구조작업이 진행되고 있느냐”고 물었다. 이 시각 침몰하던 세월호에서는 이준석 선장과 선원들이 해경에 의해 구조되고 있었다. 또한 일부 탈출 승객들이 해경과 인근 주민들의 어선에 의해 구조되고 있었다. 한참 중요한 ‘골든타임’이었다. 그러나 해경 측은 “아직 구조단계는 아니고 지금 지켜보고 있는 단계”라고 대답했다. 청와대가 “아까 전화하니까 상선이 구조작업 중이라고 이야기 했다”고 말하자 해경은 “지금 현장 지원하고 있다. 뛰어내린 사람들이 없기 때문에…”라고 대답했다. 해경 측에서 현장 상황을 파악하지 못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10시22분 청와대는 “빨리 인원만 확인해서 전화 달라”고 요구했다. 그리고 37분에는 “VIP메시지 전해주겠다. 단 한 명도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라”고 전했다. 이어 50분에는 영상 가능한 함정이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를 물어봤다. 그로부터 30분 뒤 세월호는 완전히 침몰했다.
17일 오전 0시께 “공기주입 검토 중”
세월호 침몰 직후부터 에어포켓 존재 가능성이 희망으로 떠올랐다. 에어포켓이 있다면 실종자들이 그곳에서 생존해 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에어포켓에 대한 가능성은 곧 공기주입으로 이어졌다. 이에 해경은 “공기 주입을 통해서라도 생존자 구조를 위해 힘쓸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사고 당일 밤부터 언급됐던 공기 주입은 4일이 지나서야 성공할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도 ‘공기 주입 중’→‘오보’→‘공기 주입 성공’→‘오보’가 반복돼 실종자 가족들의 애를 태웠다.
그러나 당시 해경이 세월호에 주입한 것은 ‘유해공기’였음이 드러났다. 또한 에어포켓이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국민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작업을 진행한 것임이 알려졌다.
지난 29일 세월호 국조특위 김현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당시 직접 공기주입 작업에 참여했던 잠수부가 세월호 공기주입에 쓰인 콤프레셔 장비에 인체에 해로운 공업용 오일이 사용됐다고 증언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언딘 관계자가 ‘입수를 했던 우리는 에어포켓이 없다는 의견에 모두 동의했다. 그러나 해군·해경청장이 모두 있는 곳에서 공기를 주입하라고 했다. 그때 총리도 있었다. 공기주입은 정부에서 모니터링 했다’고 말했다”며 “결국 구조당국은 대국민 ‘공기주입작업쇼’를 실시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세월호 침몰 후…근무일지도 위조
진도VTS는 근무시간에 위치를 이탈하거나 당직인원을 줄이는 등 규정대로 복무하지 않았다. 2인1조로 근무하며 관할 해역 선박들을 실시간 관찰해야 하지만 야간당직 때 1명씩만 근무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로 인해 사고 당일 관할 해역에서 세월호의 속도가 급격히 줄고 진행방향이 바뀐 사실도 알아채지 못했다. 1명이 전체 모니터를 담당하다 보니 업무량이 늘어, 해야 할 일을 하지 못한 것이다.
그러다 세월호 침몰 사고가 발생하자 진도VTS는 책임을 피하기 위해 사고 당일 CCTV 영상을 삭제했다. 그리고 근무 태만을 감추기 위해 근무 일지도 조작했다. 이 같은 사실은 지난 30일 검찰 조사를 통해 드러났다.
검찰은 진도VTS소속 해경 2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지난 3일 발부했다. 그리고 삭제된 CCTV 영상을 복원 의뢰했다.
세월호 국조특위가 진행될수록 해경의 어이없는 행동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사고 초기 “해경은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믿은 국민들의 뒤통수를 친 격이다. 지금이라도 잘못을 털어놓고 그날의 진실을 밝혀야 하지 않을까.
jhooks@ilyoseoul.co.kr
이지혜 기자 jhook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