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반하장' 제자 성추행하고 명예훼손 고소한 교수 '패소'
'적반하장' 제자 성추행하고 명예훼손 고소한 교수 '패소'
  • 이지혜 기자
  • 입력 2014-07-07 10:54
  • 승인 2014.07.07 10: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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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이지혜 기자] 서울 유명 사립 한의대 교수가 자신에게 성추행 당한 사실을 인터넷에 올린 제자를 상대로 명예훼손으로 고소했지만 패소했다.

서울동부지법 형사2단독 조규설 판사는 A교수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는 글을 인터넷에 올린 혐의(명예훼손)로 고소당한 대학원생 B(27)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6일 밝혔다.

재판부에 따르면 B씨는 2012년 5월부터 서울 한 유명 대학 한의과 A교수의 연구실에서 일했다. B씨는 같은 해 8월13일 한 협력업체의 초청으로 A교수 등과 함께 부산에 내려갔다.

일정 중에 가진 회식 자리는 호텔 지하 노래방으로 3차까지 이어졌다.

이 자리에서 A교수는 B씨의 허리를 감싸고 포옹을 하려고 하는 등 성추행했다. 이어 자리에 있던 한 남학생을 가리키며 "한번 덮쳐보라"고 수치심을 주는 말도 서슴지 않았다.

A교수의 추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이 교수는 9월18일 공동연구를 하는 다른 대학 교수의 생일을 맞아 B씨 등 5명과 함께 밥을 먹었다.

식사를 마친 B씨가 자리를 빠져나와 택시를 잡으려하자 A교수는 식당 밖으로 따라 나와 그를 가로막았다. 이에 B씨가 "교수님 딸이라면 이렇게까지 하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이자 A교수는 "나는 너랑 자고 싶다"며 노골적인 모습을 보였다.

더는 참을 수 없다고 판단한 B씨는 어머니에게 이 사실을 털어놨고, A교수 부인의 귀에까지 들어갔다.

하지만 피해를 입은 쪽은 B씨였다. 다른 대학원생들과 이 대학의 성폭력 상담센터에 신고해 도움을 받고자 했으나 A교수에게는 아무런 제재도 가해지지 않았다.

결국 학교를 그만두게 된 B씨는 같은해 12월 인터넷 한 사이트에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는 글을 올렸고 사태는 일파만파 확산됐다.

결백을 주장하던 A교수는 적반하장 B씨를 명예훼손 등 혐의로 고소하기 이르렀지만 재판부는 B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B씨가 이 같은 내용에 대해 거짓말로 말할 이유가 없어 보이고 인터넷에 올린 글도 경험하지 않고서는 진술하기 어려울 정도로 매우 구체적"이라며 "증거로 제출된 녹취록에 따르면 A교수는 B씨에게 '실수했고 미안하다'는 취지로 말하기도 했다"고 양형이유를 설명했다.

다만 연구비 용도로 받은 법인카드로 빵 등을 구입해 50여만 원을 개인적으로 사용하고 컴퓨터에 저장돼 있던 회계 관련 자료를 모두 삭제한 혐의에 대해서는 벌금 100만 원을 선고했다.

한편 A교수는 자신의 대학에서 아무런 징계를 받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대학 관계자는 "2012년 12월 교내 성폭력 상담센터에 이 사건이 접수돼 조사를 벌였으나 사실로 드러나지 않아 기각됐다"며 "이번 판결만으로 성추행 진위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고 해명했다.

이지혜 기자 jhook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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