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해당한 송씨 재산 형성과정 김 의원 형제 범죄수법 유사
살해당한 송씨 재산 형성과정 김 의원 형제 범죄수법 유사
  • 오두환 기자
  • 입력 2014-07-07 10:51
  • 승인 2014.07.07 10:51
  • 호수 1053
  • 1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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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식 시의원 살인 청탁 사건 전모

▲ <뉴시스>
묵비권 행사, 친구 비하로 혐의 벗으려 노력
송씨, 호텔 짓기 위해 용도변경 요청한 듯

[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지난주 서울시의회 김형식 의원의 살인청탁 사건이 알려지면서 국민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시의원이라는 사람이 살인을 청탁한 것도 놀라운데 이후 수사 과정에서 전해진 그의 태도 행동은 김 의원의 정체까지도 의심하게 만들었다. 김 의원은 소위 잘 나가는 ‘386 정치인’으로 불렸다. 최근에는 시의원 재선에 성공할 만큼 능력을 인정받았으나 살인청탁이라는 혐의가 사실로 밝혀질 경우 정치 인생은 이제 끝을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김 의원의 살인청탁 사건에는 3명의 인물이 등장한다. 바로 살인청탁을 했던 김 의원과 이를 실행에 옮긴 팽모씨 그리고 피해자 송모씨다.

경찰에 따르면 김 의원은 송씨에게 5억2000만 원을 빌린 뒤 “돈을 빨리 갚지 않으면 재선에 못 나가게 하겠다고 송씨가 협박한다”며 팽 씨에게 살인을 청탁한 혐의를 받고 있다. 팽씨는 범행 후 3일이 지난 뒤 중국으로 도피했지만, 두 달여 만에 중국 공안에 체포됐다.

“살인 지시를 받고 살인 무기를 받았다”

팽씨는 경찰 조사에서 “김형식 의원에게 살인 지시를 받고 살인 무기를 받았다. 살해 후 증거물을 태운 것도, 중국으로 도망간 것도 그의 지시였다”며 이어 “사업 도중 7000만원 정도를 빚졌는데 김 의원이 탕감해주겠다면서 범행을 청탁했다"라고 진술했다. 하지만 김 의원은 “살인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이런 가운데 경찰은 팽씨와의 전화 기록과 김의원의 지장이 찍힌 차용증이 발견된 점, 진술이 일관된 점 등을 근거로 그의 혐의가 충분히 입증된다고 말했다.

이후 서울 강서경찰서에 따르면 3일 구속된 김 의원이 송씨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친구 팽)씨에게 ‘송씨를 살해하면, 자녀의 대학 등록금과 생활비 문제를 책임지겠다’며 청부 살인을 제안한 정황도 포착됐다고 밝혔다.

강서경찰서 관계자들이 팽씨와 팽씨의 부인 조모씨가 나눈 카카오톡과 문자메시지를 확보해 수사한 결과, 김 의원의 살인 교사 혐의를 입증할 단서를 포착한 것이다.

경찰에 따르면 팽씨는 지난 4월 중순 아내에게 “아들 대학까지 김 의원이 줄 대준다”는 문자메시지를 발송했고, 아내 조씨도 남편 팽씨에게 “(김 의원으로부터) 전화 왔는데 생활비 얼마 필요하냐고 그러던데?”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 문자메시지가 김 의원이 송씨를 살해하면 팽씨 일가의 생활비를 제공해 주기로 했다는 팽씨의 진술을 뒷받침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김 의원은 수사 초기와 달리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다. 이제 수사권은 경찰에서 검찰로 넘어간 상황이다. 검찰은 좀 더 확실한 증거를 찾기 위해 수사진을 보강하고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친구라고 말하다가 깡패라 부르며 비난

팽씨에 의해 살해된 송씨와 김 의원은 어떤 사이일까. 김 의원은 수사과정에서 송씨가 자신의 스폰서임을 스스로 밝혔다.

당초 강서경찰서 측은 김 의원이 채무 5억여 원을 이유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생각하고 수사를 진행해왔다. 하지만 최근 송씨 소유의 부동산이 있는 강서구 발산역 주변의 용도지역변경을 두고 송씨와 김씨 사이의 ‘부적절한 관계’가 있었을 것이라 예상하며 수사 방향을 틀었다.

서울시의회 도시계획관리위원회 위원이던 김 의원이 제3종 일반주거지역인 발산역 주변을 일반상업지역으로 변경해주는 대가로 2010~2011년 송씨한테서 5억2000만원을 받았는데, 이를 성사시키지 못하면서 송씨의 압박을 받았다고 경찰은 의심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증거다. 경찰은 팽씨의 진술 말고는 김 의원의 혐의를 입증할 물증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이런 가운데 김 의원이 경찰 유치장에서 10년지기인 팽씨에게 “지금 증거는 너의 진술밖에 없으니 무조건 묵비권을 행사하라”는 등의 내용이 담긴 쪽지를 팽씨의 칫솔통에 넣는 등 세 차례나 건넨 것이 발각됐다.

경찰이 김 의원의 이런 행동이 살인교사 혐의의 증거라고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물적 증거가 될 수 있는 김씨가 팽씨와 연락하는 데 쓴 대포폰과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를 아직 확보하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경찰은 김 의원의 이중적인 행동에 주목하고 있다. 친구라 부르며 묵비권을 행사하라고 하다가 판사 앞에서는 팽씨를 ‘깡패’라고 부르며 비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그의 행동은 최근 법원에서 팽씨와 대포폰만으로 통화한 이유에 대해 “깡패인 팽씨와의 만남을 알리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던 것에서도 잘 알 수 있다. 결국 모든 책임을 팽씨에게 돌리려 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팽씨가 범행 당시 피해자 가방에 담긴 현금 수백만 원에는 손도 대지 않았다는 점에서 김 의원의 이러한 노력은 효과를 발휘하지 못할 전망이다.

이제 사건 해결의 공은 검찰로 넘어 갔다. 검찰은 팽씨의 진술 자체가 김 의원의 혐의를 입증할 수 있는 유력한 증거로 보고 있다. 차용증 등 간접증거는 이미 확보한 상태다. 하지만 관건은 팽씨의 진술을 얼마나 일관되게 유지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동시에 검찰은 발산역 주변 용도지역변경 추진 과정에 김 의원이 실제 개입했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확인할 계획이다. 김 의원이 송씨한테서 돈을 받았다는 시점은 2010년 말에서 2011년 사이다. 역세권 활성화를 위한 강서구청의 용도지역변경 검토는 2012년 4월부터 추진됐다가 지난해 6월 무산됐다.

한편 검찰은 김 의원과 송씨 사이에 오갔다는 5억2000만원과 송씨가 대신 내줬다는 술값 7000만원에 뇌물 혐의를 적용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돈을 빌려주거나 술값을 대신 냈다는 송씨가 이미 숨졌기 때문이다

도시계획위원회 활동 이권개입 우려도

김 의원은 서울시 도시계획 정책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도시계획위원회(도계위) 위원으로 4년 동안 활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 도계위는 재개발 및 재건축은 물론 토지 용도변경에 이르기까지 부동산과 관련된 중요한 사항을 최종 결정하는 권한이 있다. 지난 3일 현재 총 27명(서울시 행정2부시장 등 공무원 5명, 시의원 4명, 연구원 2명, 교수 15명, 변호사 1명)으로 구성됐다.

현행 대통령령의 지방의회 의원 행동강령 7조에는 지방의원의 특별위원회 심의·의결 회피를 의무화하고 있다. 의원들이 지역구의 이해관계가 걸려 있는 사안에 연루돼 이권에 개입하거나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김 의원 등 시 도계위 소속 시의원 4명은 모두 상임위원회가 도시계획관리위원회다. 이와 관련해 의원들이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있는 사안의 결정에 개입하고 영향력을 과도하게 행사한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시의원은 서울시가 위원 추천 요청을 하면 시의회가 추천을 하는 방식으로 위원회에 소속된다. 도계위 위원의 임기는 2년이고 한 차례 연임할 수 있다. 민간전문가 등 외부 위원의 경우 특별한 결격사유가 없는 한 연임이 일반적이지만 시의원의 경우 연임을 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권과 관련되다 보니 의원 간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 의원은 4명 중 유일하게 연임해 2010년부터 4년 동안 도계위 위원으로 활동했다. 시의회가 첫 임기 뒤 또다시 위원으로 추천한 것이다.

한편 시의회는 도계위 정원에서 자신들의 배분을 지속적으로 늘려온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 서울특별시 도시계획 조례 제57조에 의하면 도시계획위원회 전체 위원 중 시의원의 배분은 ‘4명 이상 5명 이하’로 돼 있다. 그러나 2000년대 초반에 시의원 배분은 3명이었고 이후 4명으로 늘었다가 2010년 조례 개정을 통해 또다시 4〜5명으로 늘었다.

김 의원은 한신대 총학생회장을 지낸 ‘386 운동권’ 출신이다. 이를 바탕으로 10년간 민주당 신기남 국회의원 보좌관을 지냈고, 노무현 후보 캠프 기획위원, 열린우리당 최연소 부대변인을 역임했다.

2010년 서울시의회 시의원에 당선된 김 의원은 2012년 7월 서울시의회 시정 질문 때 반바지와 운동화 차림으로 본회의장 단상에 올라 논란을 빚기도 했다. 김 의원은 2006년 5.31지방선거에 열린우리당 서울시의원 후보로 나섰으나 낙선하고, 4년 뒤 2010년 민주당 후보로 출마해 서울시의원에 당선됐다.

송씨 재산 토대는 고 이순봉씨 재산

김 의원의 사주에 의해 살해당한 송씨는 상당한 재력가로 알려졌다. 그의 재산 규모가 알려지면서부터 사람들은 송씨가 어떻게 재산을 모았는지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송씨의 재산으로 알려진 내발산동에 순봉빌딩, 블리스웨딩홀 등은 지난 2004년 숨진 재일동포 이순봉씨 재산이었다. 그는 일본에 건너가 큰돈을 벌었고 1967년 서울 종로구와 강서구 일대에 부동산을 샀다. 대지 9900㎡과 건물 3개 동으로 2002년 기준 공시지가로 300억 원이 넘었고, 매매가는 1000억 원에 육박했다.

일본에 살던 이씨는 이 부동산을 1995년부터 8촌 인척인 송씨 부부에게 관리를 맡겼다. 그러나 송씨 부부는 2002년 이씨가 당시 매매가의 50분의 1 수준인 20억원에 부동산을 자신들에게 넘긴다는 내용의 매매계약서를 만들었다. 송씨 부부는 이를 근거로 법원에 소유권 이전등기 소송을 내 승소판결을 받았다. 이어 이 재산을 담보로 돈을 빌려 다른 부동산을 구입했고, 세를 놓아 재산을 불렸다.

그러던 중 이씨는 사기를 당했다며 이들을 검찰에 고발했다. 오랜 법정공방 끝에 2009년 1심 재판부는 계약서가 위조됐다며 송씨에게 징역 8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하지만 지난해 2심 재판부는 사기 혐의에 대해 무죄로 판단했다. 일부 사문서위조 혐의만 인정해 징역 8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며 이 부동산들은 송씨 부부 소유가 됐다.

또 송씨는 2012년 12월 강서구 염창동 준공업지역 내 토지 2923㎡와 클럽 베스티아(구 강변 스포렉스) 건물을 경매를 통해 39억원에 사들였다. 그는 이 땅에 호텔을 짓겠다며 체육 시설을 모두 없앴다.

송씨 부동산이 위치한 내발산동 부동산 전문가들에 따르면 송씨는 4층 규모인 순봉빌딩의 용도를 변경해 8층 규모의 호텔로 증축하려 했다고 한다. 당연히 이 용도변경을 해줄 사람은 김 의원이었고 이를 위해 지속적으로 교류를 해온 것으로 전해진다. 송씨는 살해 당하기 전에 이미 수년간 같이 일해 온 건축사 한모(47)씨에게 부탁해 증축설계도까지 만들어 놓았다.

송씨가 순봉빌딩을 호텔로 증축하려 한 것은 공항과 가까운 지리적 입지 때문이었다. 현재 토지용도상으로는 호텔을 지을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됐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김 의원의 힘을 빌리려고 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과거 김 의원이 발의한 준공업지역에 호텔급 생활숙박업이 가능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긴 ‘서울시 조례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서 송씨 계획에 차질을 겪게 됐다.

주변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들에 따르면 “용도변경이 이뤄졌다면 현재 시세가 3.3㎡당 최대 1억원 정도인데 최대 3배는 올랐을 것이다”라고 전했다.
freeore@ilyoseoul.co.kr 

오두환 기자 freeore@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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