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서울 | 이범희 기자] 증권가에는‘검은 머리 외국인’이라는 용어가 있다. 외국인 투자자로 등록돼 있지만 실제로는 한국인이거나 한국계 자금을 바탕으로 하는 투자자를 일컫는다. 이들은 단기적으로 치고 빠지는 투자전략으로 한국의 일반투자자처럼 주식매매를 한다. 이들의 수법은 비리의 온상으로 지적돼 2014년 사라져야 할 것으로 지목된다. 반대로 국내 기업명을 혼합해 쓰지만 실제로는 외국계 기업인 경우도 있다. GM대우, 홈플러스, 맥심 등과 같이 지분 전량이 매각된 회사도 있고, 에쓰오일처럼 지분의 절반 이상이 외국계기업에 매각된 사실상의 외국계 기업도 있다. 하지만 이들 기업을 국내 기업으로 생각하는 소비자가 많다. 이에 따라 [일요서울]은 국내 기업명이지만 지분은 외국계인 기업의 명단을 공개한다. 그 스물여섯 번째로 LS파워세미텍(대표 박찬구)이다.
LS산전의 ‘야심작’ 지능형 전력 반도체 모듈 업체 LS파워세미텍의 경영권이 외국계 합작사에 넘겨졌다.
지난달 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LS산전은 3일 자회사 LS파워세미텍 지분 20%(161만주)를 2대주주인 인피니언 테크놀로지스(Infineon Technology AG)에 매각했다. 이에 따라 LS파워세미텍 최대주주인 LS산전의 지분은 33.6%로 감소하고, 인피니언은 64.4%로 늘어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인피니언은 1999년 설립돼 시장점유율 세계 1위의 전력용반도체 모듈 회사로 임직원 수는 약 2만6400명, 지난해 매출은 약 7.8조원 규모의 글로벌 대기업이다. 이번 거래로 LS파워세미텍은 기존에 구상했던 경영 전략에 메스를 대는 결과를 가져왔다.
LS산전 천안공장에 설립된 LS파워세미텍은 2009년까지 생산설비 구축 등 준비를 마치고 2000년 1월부터 지능형 전력용 반도체 모듈 브랜드인 CIPOS의 양산을 시작, 첫 해 약 200만개의 모듈 생산을 시작으로 지속적으로 성장해왔다. 이를 통해 LS파워세미텍은 2013년 약 1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잡았던 것으로 알려진다.
LS파워세미텍이 주력으로 생산하는 제품은 가전용 지능형 전력용 반도체 모듈로, 이는 에어컨, 세탁기, 냉장고 등에 사용되는 핵심 부품으로 모터의 효율적 가변속 구동의 역할을 해 저탄소 녹색성장을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제품이다.
외국계 2대 주주 20%에서 64.4% 지분 급증
지능형 전력용반도체 모듈을 가전에 적용하면 전력사용량을 30~40% 줄일 수 있어, 에너지 절감 효과도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우리나라는 에어컨, 세탁기 등 가전 분야에서 최고의 기술력은 인정받고 있지만 고효율 제품의 핵심 부품인 지능형 전력용 반도체 모듈은 일본 등 해외 업체에 전량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기술력을 갖춘 LS파워세미텍이 국내에 설립됨에 따라 수입 대체 효과도 기대되고, LS파워세미텍은 생산제품 중 80% 이상을 수출했다.
구자균 LS산전 사장(現 부회장)도 계약 체결식에서 “세계 1위의 전력용 반도체 기업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전력용반도체 모듈 사업이 크게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수입에만 의존하고 있는 지능형 전력용 반도체 모듈 시장에 국내 최초로 진입해 국가적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초기 자본금은 400억 원가량으로 각각 210억원, 190억원을 출자, 지금까지 54%, 46%의 지분을 유지해왔지만 최근 들어 하향세를 타고 말았다. 지난해 말 57억9800만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 인수 인후 적자규모가 더욱 커졌다.
이에 따라 LS산전이 그린비즈니스사업 부문의 규모를 키우기보다는 실적 정상화 등 경영안정화에 보다 무게를 둬야 한다는 지적도 나돌았다.
한편 LS파워세미텍은 지난 3일 전임 윤흥구 대표이사의 사임에 따라 박 신임 대표이사를 선임했다고 설명했다.
박 신임 대표이사는 인하대 전자공학과 석사 출신으로 업계에선 엔지니어 출신 마케팅 전문가로 통한다. 그는 GE코리아 한국 반도체영업 담당을 거쳐 모토로라 아시아 태평양지역 글로벌 어카운트 사업개발 임원 및 반도체 사업부문 한국 대표, 페어차일드 코리아 반도체 한국판매부문 수석 부사장을 역임했다.
전임 윤 대표는 LS파워세미텍에서 당분간 고문으로 그 동안 쌓은 노하우를 인수인계한 뒤 다시 LS산전으로 복귀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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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