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ㅈㄱ(조건만남)? 2회 10만원”
국내 모 통신사에 근무하는 신모(35)씨. 그는 흔히 ‘조건만남’이라 불리는 매매춘 경험에 대해 털어놓았다. 지난달 인터넷의 한 채팅 사이트에 접속한 그는 자신을 22살이라고 소개한 한 여성 A로부터 쪽지를 받았다. ‘ㅈㄱ(조건만남을 뜻하는 말), 2회 10만원’이라는 그녀의 쪽지에 솔깃해진 신씨는 그녀와 몇 마디 얘기를 나눈 뒤 ‘벙개(즉석만남을 뜻하는 인터넷 언어)’약속을 잡았다. 밤 11시가 넘은 늦은 시간이었지만 A양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다는 것. 약속한 사당역 인근 편의점 앞에서 만난 그들은 곧장 인근 모텔로 들어갔다. “이미 ‘조건 만남’이라는 것을 전제하고 이뤄진 만남이기 때문에 굳이 시간낭비를 할 필요가 없었다”는 것이 그의 얘기다. 그러나 모텔에 들어간 신씨는 A양의 얼굴을 보고 흠칫할 수밖에 없었다.
A양의 얼굴은 도저히 20대라고는 볼 수 없을만큼 앳돼 보였기 때문. 아무리 마스카라와 립스틱으로 짙은 화장을 했다지만 10대만의 얼굴을 가릴 수는 없었다고 한다.신씨는 ‘몇 살이냐’고 다그쳐 물었고 계속 22살이라고 주장하던 A양은 결국 ‘사실은 16살’이라고 털어놓았다는 것. ‘조건벙개’를 목적으로 관계를 맺는 횟수와 시간, 액수까지 ‘똑 부러지게’ 제시하던 A양은 자신과 거의 스무살 가까이 차이가 나는 앳된 여중생이었던 것. 더욱 놀라운 사실은 그 뒤로부터 이어지는 그 여중생의 항변이었다. “자기네 반에서 1~2등 하는 애들도 용돈을 벌기위해 ‘조건만남’을 하고 있다는 말에 기가 막혀서 말이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 신씨의 말이다.
신씨는 “A양은 소위 말하는 ‘문제아’나 ‘불량학생’들만 ‘조건만남’을 한다는 생각은 어른들의 ‘순진한’ 착각에 불과하다”며 “자신도 낮에는 학교에서 아무 문제없이 공부를 하는 여느 여중생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고 했다. 단 용돈을 벌기 위해 이런저런 방법을 강구한 결과, 친구들이 별 거리낌없이 조건벙개를 하는 것을 보고 자신도 동참하게 됐다더라”며 혀를 내둘렀다. 중고등학생의 경우 30~40대 직장인에게 단연 ‘인기최고’기 때문에 이는 자연스레 ‘원조교제’로 흐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 A양의 ‘당돌한’ 항변이었다는 것.
“초등생도 용돈벌이 나서”
지난 1일 밤 새벽 1시. 자정을 넘긴 늦은 시간이었지만 화상채팅사이트에는 수만명의 사람들로 북적거리고 있었다. 기자는 모 화상채팅 사이트에 접속, 직접 채팅을 시도했다. 접속하자마자 여성들로부터 쪽지가 날아들었다. “20살 새내기, 조건할래요?” , “중3, 왕십리 10만원”, “매너좋은 오빠만, 청량리 1시간”, “글래머 여고생과 조건하실분” 등 불과 20분여에 걸쳐 받은 ‘조건만남’ 쪽지만도 무려 50여통. 개중에는 대놓고 자신을 ‘여고생’, ‘여중생’이라고 밝히며 노골적으로 유혹하는 여성도 상당수였다. 이들은 오히려 자신의 ‘젊음’을 이용, 돈 많고 매너 좋은 ‘스폰서’들을 찾는데 혈안이 되어 있었다. 더욱 기자를 경악케 한 것은 ‘조건 벙개’를 제시하는 이들 중에는 초등학생도 있었다는 사실이다. 아직 여성이라고 볼 수 없는 초등학생들까지도 ‘몸’을 이용한 ‘돈벌이’에 나서고 있다는 사실은 실로 충격이었다. 시험삼아 여성들에게 “조건?”이라는 쪽지를 보내자 “어디 사는데요?”, “변태행위는 싫은데…”라며 관심을 보이는 여성들로부터 쪽지가 날아들었다. 또 “나중에 딴소리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그런데 텔레뱅킹으로 선입금해줄 수 있나요?”라는 여성도 있었다.
폰팅·화상채팅으로 매매춘 공화국
현재 우리사회를 매매춘 공화국으로 만드는 것으로는 전화를 이용한 ‘폰팅’을 빼놓을 수 없다. 직접 만나는 ‘위험’없이도 ‘쏠쏠한’ 수입을 얻을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많은 여성들이 ‘폰섹스’를 선호한다는 것도 주요인으로 꼽힌다. 특히 060으로 알려진 음란 폰팅 서비스는 복잡한 절차나 회원 가입없이도 손쉽게 성을 사고 팔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보다 ‘대중성’을 가지고 있다. 남성들은 분당 300원~800원 정도의 비용을 지불하면서 상대 여성에게 각종 변태스러운 행위들을 요구한다. 현재 약 400여개의 화상채팅 업체 가운데 약 80%인 320여개의 업체들이 주부들을 고용하면서 이같은 행위를 벌이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한 업체당 약 1,000명 정도만 잡아도 3만명이 넘는 여성들이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자신의 성을 파는 매매춘 행위에 종사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문제는 이들 업체를 통해 이뤄지는 ‘폰팅’중 상당수가 단순히 전화데이트 자체로 그치지 않고, 난잡한 폰섹스 및 실제 성행위에 이른다는 것이다. 이는 화상채팅 역시 마찬가지다.실제로 지난 5월 경찰에 검거된 국내 최대의 음란 유료 화상캠 회사는 ‘1시간에 3만원 이상의 수익을 보장하며 매주 금요일마다 입금을 시켜주겠다’는 광고로 주부들을 끌어모았다. 당시 이 사이트에는 ‘용돈을 벌 수 있다’는 입소문으로 무려 13만명에 달하는 여성들이 가입했는데, 실제 음란행위를 통해 돈을 번 여성은 이들의 2%인 3,700여명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었다. 정보통신 윤리위원회가 발표한 ‘2004년 불법, 유해정보 유통 현황 보고서’를 보면, P2P 서비스 정보 중 영화를 제외한 동영상이 66%를 차지하며, 이 동영상정보 중 99%가 몰카, 화상캠 등 남녀의 성기가 노골적으로 노출되는 포르노 수준에 가까운 것들이었다. 물론 이러한 통계는 현재 한국사회가 얼마나 음란함에 물들어 있는지를 반영하는 극히 작은 수치에 불과하다. 우리사회가 음란과 매매춘으로 썩어가고 있다는 것을 직접 확인한 기자는 씁쓸함을 감출 수 없었다.
# “목소리로 느낌 좋으면 직접 만나기도 한다”
폰팅 아르바이트를 하는 여성들은 특정 장소에 출근하는 여성과 집에서 전화를 받는 여성으로 나뉜다. 전화가 가장 많이 오는 시간은 저녁 8시 이후부터 다음날 새벽 3시까지. 직접 여성을 만나 성관계를 목적으로 하는 남성, 술에 취해 폰섹스를 하려는 남성, 음란한 욕구를 발산시키려는 여성 등 이용자도 매우 다양하다. 신분을 밝힌 기자는 폰팅 아르바이트를 하는 한 여성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 이 일을 한지는.▲ 5개월 정도. 처음에는 많이 쑥스러웠지만 지금은 아무렇지도 않게 신음소리를 낼 수 있다. 음란하게 할수록 남성과의 통화가 연장되고 수입도 늘어나는데 어쩔 수 없지 않은가?
- 수입은 얼마나.▲ 매달 다르다. 많이 하면 200만원 까지도 된다. 하지만 그럴 경우 시시때때로 걸려오는 전화 때문에 잠을 제대로 못자니까 힘이 든다. 하지만 아무런 기술도 없는 나 같은 사람이 한 달에 200만원을 벌 수 있는 일이 어디 있겠나.
- 이 일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1년 전 남편과 이혼한 뒤 살길이 막막했다. 나도 평범한 주부였는데 이런 일을 하고 싶었겠나. 하지만 자녀를 키우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다.
- 가장 싫어하는 타입의 남성은.▲ 지나치게 변태적인 것을 요구하는 남성들이다. 음란함의 수위는 도저히 말을 꺼내기도 힘들 정도다.
- 직접 만나서 성관계를 가지기도 하는가.▲ 그런 경우도 많다고 들었다. 나 같은 경우는 목소리를 들어보고 느낌이 좋은 경우에 직접 만남을 갖는다.
구성모 프리랜서(pandora21.com 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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