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특별법이 ‘에이즈·성병’ 부른다?
성매매특별법이 ‘에이즈·성병’ 부른다?
  • 구성모 프리랜서(pandora21.com 운영자) 
  • 입력 2005-10-04 09:00
  • 승인 2005.10.04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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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매매특별법(이하 특별법)이 시행되면서 성매매가 줄어들고 집창촌이 그 세를 잃어가는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인터넷과 메신저, 핸드폰 문자 메시지 등 극히 사적인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통해서 이뤄지는 성매매의 음성화로 인해 에이즈와 성병 등 심각한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정부는 기존에 해오던 윤락여성에 대한 성병 검사를 중단함으로써 이러한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특히 오피스텔 등에서 소규모로 윤락을 하고 있는 여성들이나 불법 취업한 외국인 성매매 여성에 대한 관리는 전무하기 때문에 더욱 심각하다.

음성화된 성매매“성병이 몰려온다”

보험회사에 근무하는 직장인 K(32)씨는 얼마전까지 성병으로 크게 고생을 했다. 몇 달 전 신림동의 한 여관에서‘프리랜서 윤락녀’와 성관계를 가졌던 것이 화근이었다. 예전에는 청량리나 미아리같은 집창촌 여성들과 관계를 가졌지만 특별법 시행이후에는 단속이 두려워 안마시술소나 여관을 주로 이용하게 됐다는 것이 그의 말이다. 소위 ‘여관바리’를 불러주는 업소를 이용했던 것. 처음 며칠은 아무렇지 않았다. 그러나 성관계 후 며칠이 지나고나니‘아랫도리’가 근질근질하며 이상증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참다못해 비뇨기과를 찾았더니 뜻밖에도 성병이란 진단이 나왔다. 그동안 여러 차례 윤락녀와 콘돔 없이 관계를 가졌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다.

K씨는 “집창촌은 나름대로 성병관리를 하는 것 같았는데, 특별법 이후 윤락이 음성화되면서 이러한 최소한의 관리마저도 없어진 것 같다”며 불만을 터뜨렸다.“현행법상 불법인 성매매를 했다는 것은 분명 내 잘못이지만, 성매매는 지금도 음성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본격적인 공창제도를 운영해 성매매여성을 정기적으로 관리한다면 이러한 피해는 막을 수 있을 것”이라는 게 그의 얘기다. 자영업자인 L(36)씨 역시 비슷한 경험을 했다. L씨는 지난 여름 서울 근교의 한 허름한 이발소에서 퇴폐적인 서비스를 받은 후 성병에 걸렸다고 털어놨다. L씨는 “특별법이후 성매매여성들이 안마시술소나 이발소, 유흥주점으로 대거 이동한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사창가를 단속한다해서 성매매가 줄어들거라고 보는 것은 어리석다. 오히려 굳이 사창가를 찾아갈 필요없이 마음만 먹으면 쉽게 성매매를 할 수 있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런 곳을 찾으면서 아가씨들에게 ‘성병검진을 받느냐’고 물어보는 것 자체가 우스운 일이에요. 성매매가 엄연히 불법인판에 누가 드러내놓고 정기적인 검진을 받겠어요? 그것은 대놓고 ‘나 성매매한다’는 것을 광고하고 다니는 것이나 마찬가지잖아요”라고 말했다.대학원생 P(29)씨 역시“성병에 걸린 여성과 관계를 맺은 남성들이 어디 한둘이겠습니까? 성병은 한 사람이 옮으면 그 사람의 부인이나 애인에게까지 급속히 퍼지기 때문에 더욱 위험하죠. 즉 상당수의 국민들이 성병에 노출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겁니다”라고 우려를 표했다. 이들의 말처럼 아가씨들이 성병검사를 한다는 것은‘자살행위’라고 볼 수 있다. 특별법 시행 이전, 윤락여성 등 특수업에 종사하는 여성들은 매주 1회의 성병 검사를 실시하고 3개월에 1회 정도는 에이즈와 매독 검사를 받아야했다. 하지만 특별법 시행 이후에는 이러한 관리가 전면 중단된 상태다.

에이즈 공포 수면위로?

특별법 시행 1년이 지난 현재 유흥가를 중심으로 여러 가지 괴담들이 끊임없이 나돌고 있다. 최근에는 일명‘회현동발’에이즈 괴담이 돌고 있다. 한 남성이 회현동의 한 여관에서 성관계를 맺은 후 에이즈에 걸렸다는 것이다. 이와 비슷한 이야기로 “강남 나이트발”에이즈괴담도 있다. 강남의 한 나이트에서 부킹으로 만난 여성과 원나잇스탠드를 한 남성이 에이즈에 걸렸다는 소문이다. 이 남성은 그 후 여성에 대한 증오심과 복수심으로 나이트에 온 여성을 꾀어 무분별하게 원나잇을 하며 에이즈를 퍼뜨리고 다닌다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소문들은 사실여부가 밝혀지지 않은 소문일 뿐이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특별법이후 성병과 에이즈에 대한 흉흉한 민심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에 대해 집창촌 업주들은‘당연하다’는 반응이다. 특별법 이후 일명‘대딸방’으로 전업한 J씨는 “집창촌에서는 최소한 한달에 한번 정도는 보건소에 가서 검사를 했었어요. 검사를 안받은 아가씨들은 영업을 할 수 없었으니까. 그렇지만 요즘에는 그럴 필요가 없게 됐죠. 성병 감염여부가 두려워 검사를 받게 했다가는 오히려 불법영업을 한다는 것을 스스로 알리는 것 아니겠어요? 누가 그런 바보 짓을 하겠습니까”라고 되물었다.

성병관리 비상, 정부는 속수무책

10여 년간 윤락업소를 운영했던 또 다른 업주 K씨 역시 마찬가지 입장. “정부가 하나만 알고 둘은 몰라요. 성매매법은 분명 실패한 겁니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K씨는 “사실 우리 업주들이 성병이나 에이즈의 무차별적인 유포를 거론하며 집창촌 폐쇄를 반대할 때 사람들은 우리의 말을 믿지 않았어요. 오히려 ‘밥줄이 끊길까봐 저런다’,‘돈독이 올랐다’며 손가락질을 해대곤 했었죠. 물론 업소문을 닫아야 한다는 것을 걱정한 건 사실입니다. 10년이상 이 짓만 해왔는데 어떻게 걱정이 안되겠어요? 그러나 성병이나 에이즈의 문제는 충분히 예상하고 우려했던 일입니다.” K씨는 기자에게“실제로 윤락이 줄었다고 생각하십니까?”라고 물었다.

그는“지금도 그렇지만 앞으로는 더 심각해질 것이 뻔합니다. 아무리 강하게 단속한다해도 성매매를 완전히 뿌리 뽑지는 못합니다. 성매매가 옳다는 것은 아니지만 성적인 본능을 무조건 막을 수는 없는 것 아닙니까.‘언제 어디서든’성을 구매할 수 있는 음란한 사회가 될거예요. 에이즈나 성병이 덩달아 늘어날 것은 불보듯 뻔합니다”라고 단언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에이즈에 노출될 위험을 안고 있는 외국 윤락여성들에 대한 관리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국내에는‘백마’라고 불리는 러시아 여성뿐 아니라 일본인을 상대하는‘다찌’들도 상당수 활동하고 있는 실태다. 또 최근에는 인터넷을 이용한 개인 성매매로 인해 구강성교, 항문 성교 등이 보편화되는 경향까지 보이고 있어 성병관리에 비상이 걸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특별법 이후 이에 대응하는 정부의 입장은 애매할 수밖에 없다. 본격적인 성병 관리를 할 경우 윤락을 인정하는 꼴 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는 이 문제를 감지하고서도‘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상황에 처해있다. 정부는 정부대로 관리를 하지 않고, 윤락녀는 윤락녀대로 관리받기를 꺼리고 있기 때문에 향후 성병 문제는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직장인 P씨는 “물론 성매매는 불법이지만 이렇게 속수무책으로 놔둬서는 국민 건강을 해칠 수 있지 않겠냐”며 “정부가 나름대로의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구성모 프리랜서(pandora21.com 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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