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오너일가 총 300억 원가량 챙겨
대기업 오너 연봉 9위, 식·음료업계 1위
[일요서울 | 강휘호 기자] 지난해 대한민국 10대그룹 총수들이 받아간 현금배당 총액은 2445억 원이다. 최저시급 5210원 받는 아르바이트생이 일일 24시간씩 1년 365일 내내 일만 했을 때, 5431년 뒤에나 모을 수 있는 돈이다. 단, 월급을 한 푼이라도 쓰거나 잠을 한 시간이라도 잔다면 시간은 그만큼 늘어난다. 이러한 현실에 혹자는 “대주주에게 배당금을 지급하는 것은 부익부를 지향하는 것이다. 배당금 자체가 대기업의 부익부를 유지해 가려는 계책인 동시에 소득재분배를 외면하는 행위다”라고 비난을 하기도 한다. [일요서울]은 ‘자기 배만 불린 재벌들’ 이라는 기획연재를 통해 배당금의 진실을 들여다보고자 한다. 이번호에서는 초코파이로 유명한 기업 오리온(회장 담철곤)을 살펴본다.
담철곤 오리온 회장은 앞서 지난해 주력 계열사인 오리온으로부터 연봉 53억9100만 원을 받아 대기업 오너 연봉 순위 9위에 올랐다. 고(故) 이양구 동양그룹 창업주의 차녀인 이화경 오리온 부회장도 지난해 오리온으로부터 연봉 43억7900만 원, 배당금 25억9600만 원을 받았다.
유통·식품업계로 범위를 좁히면 담 회장 부부는 단연 최고의 연봉을 받은 인물들이다. 순이익 25억인 자회사에서 150억 원 배당금을 챙기기도 했다. 더불어 담 회장 부부의 두 자녀는 각각 9500만 원의 배당금을 받았다. 그들이 받은 연봉과 배당금을 모두 더하면 300억 원에 육박한다.
도대체 이런 액수는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우선 전자공시를 따르면 담철곤 회장 부부는 오리온 영업이익 474억 원 중 20%가량을 보수로 챙겨갔다. 또 담 회장 부부 및 자녀 2명은 오리온 전체 발행주의 28.46%인 169만9168주를 보유하고 있어 지난해 배당금으로 44억9269만 원을 더 받은 것이다.
150억 원을 안겨준 건 과자 포장지 제조회사 아이팩이다. 아이팩은 지난해 매출 403억 원, 순이익 24억8400만 원을 기록했다.
아이팩이 공개한 2013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아이팩은 전체 발행 주식 중 담 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53.33%인 18만4000주에 대해 주당 8만2000원의 현금배당을 실시했다.
덕분에 담 회장은 아이팩에서 150억8800만 원의 배당금을 챙길 수 있었다. 나머지 46.7%의 지분은 아이팩의 자회사인 프라임링크인터내셔널이 상호출자 방식으로 보유해 배당을 실시하지 않았다.
비난 여론 피할 길 없어
이렇다보니 소비자를 비롯해 각계각층에선 오리온을 향한 비판의 날을 세운다. 더욱이 담 회장은 지난해 등기이사직을 물러나 올해부터 공시의무대상에서 제외돼 앞으로 그의 연봉은 알 수가 없다. 때문에 비판의 목소리는 올해 최고조에 다다른 모습이다.
첫 번째로 고배당 자체가 소비자를 우롱하는 처사라는 점이 지적된다. 국민 간식으로 대변되던 초코파이 값 인상 폭이 원재료 값 인상 폭의 60여배에 달해 소비자들의 원성을 샀고, 소비자 부담을 증가시켰지만 고배당으로 정작 오너일가의 배만 불렸다는 이유다.
오리온의 실적을 살펴보면 이러한 비판에 더욱 힘이 실린다. 오리온은 지난해 매출액이 전년 대비 3.47% 줄어든 7921억 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영업실적도 크게 감소했다. 2012년 619억 원이었던 영업이익이 1년 만에 23.36% 줄어든 474억 원을 기록했다.
결국 실적 부담이 상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소비자들에게 이를 채우게 한 뒤 대주주는 아무런 고통분담 없이 자기 몫을 전부 챙겨간 꼴이다.
두 번째로는 150억 원을 배당금으로 내놓은 아이팩과 관련된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아이팩에 대해 ‘재벌들의 캐쉬카우 역할을 하는 비상장법인의 전형’이라든가 ‘담 회장이 개인 금고와 같은 자회사를 통해 회사에 변제했던 금액을 그대로 받아간 것’이라는 의견을 보이고 있다.
순이익이 25억 원인 회사가 배당한 금액으로 150억 원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도 비판여론에 한몫 하고 있다. 특히 아이팩은 오리온에 과자 포장지를 납품하는 기업이다. 담회장이 53.3%의 지분을 가지고 있고 나머지 46.7%는 자회사들이 보유하고 있어 담 회장 개인 회사와 다를 바 없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아이팩의 매출 81%는 오리온그룹 계열사를 통해 발생했다. 오리온이 회장님 회사에 주문을 몰아주고 그것으로 인해 버는 돈을 차곡차곡 유보금으로 쌓아 두었다가 담 회장이 필요할 때 인출해 줬다는 의심을 피하기 어려운 이유다.
마지막으로 직원들의 연봉은 적은데 오너 일가만 배 부른 것 아니냐는 목소리다. 오리온 직원들의 평균 연봉은 3480만 원 수준으로 알려진다. 경쟁업체인 롯데제과가 4000만 원선, 크라운제과 3630만 원선인 것과 비교하면 현저히 낮은 수치다. 이로써 담 회장 일가의 고연봉·고배당은 더욱 눈에 들어온다.
다만 오리온 측은 문제가 무엇인지 모르겠다는 입장이다. 오리온 관계자는 “당장 대답할 상황이 아니다”라고 즉답을 회피했다.
앞서 또 다른 관계자는 [일요서울]에 “배당을 하는 것 자체가 문제로 생각되지 않는다”면서 “아이팩이 25년간 쌓아둔 이익잉여금도 배당에 포함돼 액수가 올라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한편 담 회장의 마구잡이 식 배당은 과거 횡령혐의로 얼룩진 모럴해저드 논란도 다시금 불러일으키고 있다.
2011년 담 회장은 300억 원의 회사 돈을 횡령한 혐의로 재판을 받은 바 있다. 당시 1심에서는 징역 3년을 선고 받았지만 2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해 풀려났다.
이후 대법원은 이를 확정하면서 “법원은 횡령한 돈을 모두 갚았고 윤리경영과 사회 공헌 활동을 하겠다고 다짐하고 있는 점을 참작했다”고 설명했다.
이대로라면 윤리경영과 사회공헌을 말한 대법원의 판결문마저 무색해지는 상황이다.
hwihols@ilyoseoul.co.kr
강휘호 기자 hwihol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