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투표’ 당선 속출 공직선거법 개정해야
‘무투표’ 당선 속출 공직선거법 개정해야
  • 시민의 힘 김영필 대표
  • 입력 2014-06-30 15:52
  • 승인 2014.06.30 15:52
  • 호수 1052
  • 47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기초의회 선거 대선거구제 도입 절실
선관위 안이한 선거관리 ‘문제’ 심각

6.4 지방선거가 끝났다. 선거가 끝나면 항상 같은 생각을 하게 되는데, 이번 선거후에도
역시 같은 생각이 들었다. 당선자의 면면을 보면 후보자의 능력도 정당의 배경도 중요하지만, 뭐니뭐니해도 역시 시운이 최고라는 생각이다. 재임 시의 업적이 평가되어 재선에 성공한 사람도 있고, 오랜 기간 준비하여 결실을 맺은 사람도 있고, 지역주의에 기반을 둔 정당의 후보자로 출마하여 손쉽게 당선된 사람도 있다.
역으로 지역주의 장벽에 가로막혀 커다란 좌절을 맛본 사람도 있다. 또한 경쟁할 후보가 없어서 무투표로 당선된 민주주의의 절차와 거리가 있는 당선자도 있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 이러한 선거결과를 있게 한 상수는 다름 아닌 세월호 참사다. 당선된 사람도, 낙선한 사람도 세월호 참사에서 자유로울 사람은 한 명도 없다. 운이 좋았던, 능력이 출중했던 상관없이 이번 선거에서 당선된 모든 사람들은 세월호 참사의 교훈을 잊지 말고 각자의 정치영역에서 우리사회를 보다 나은 사회로 만들어 가는데 노력해야 함을 잊지 말아야한다.

무투표 당선자 민주적 절차 거리 멀어

이번 지방선거에서 사전투표제도가 전국적으로 실시되었다. 서울 은평구에 거주하는 필자는 개인 사정상 수원에서 사전투표를 하게 되었다. 모두 7장의 투표용지가 교부되는 것은 익히 알고 있었는데, 기표 도중 내게 교부된 투표용지가 6장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기초의원비례대표선거 투표용지가 교부되어 있지 않았다. 곧바로 선관위에 문제제기를 했고, 선관위는 우왕좌왕 끝에 은평구 기초의원비례대표선거는 의원정수와 출마자수가 같아 무투표 당선이 확정되어 투표용지가 교부되지 않았다고 설명해주었다.
은평구 기초의원비례대표선거 정수는 2명인데,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에서 각각 1명씩 후보 등록을 했고, 다른 정당은 후보를 등록하지 않아 무투표 당선이 된다는 것이다.
“어째 이런 일이”
비례대표 선거에서 후보자수와 의원정수와 같아 무투표로 당선되는 상황이 우리나라 현실정치에서 전개되고 있는 사실을 목도하며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었다.
공직선거법 제12장은 당선인에 관한 규정이다. 제190조는 지역구지방의회의원당선인의 결정&#8228;공고&#8228;통지를 규정하고 있는데 그 2항에서 후보자수가 당해 선거구에서 선거할 의원정수를 넘지 아니하게 된 때에는 투표를 실시하지 아니하고, 선거일에 그 후보자를 당선인으로 결정한다고 하여 무투표 규정을 두고 있다.
그러나 제190조의2 비례대표지방의회의원당선인의 결정·공고·통지 규정 어디에도 비례대표지방의회의원의 무투표 당선 규정은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제194조에 비례대표지방의회의원의석의 재배분 규정을 두어 비례대표지방의회의원의 궐위에 대비하고 있다. 적어도 공직선거법은 비례대표지방의회선거에서 무투표를 상정하고 있지 않은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중앙선관위에 문의했다. 돌아온 답변은 중앙선관위선거관리규칙 별지 59호서식의(가)에 의해 은평구 기초의원비례대표선거는 무투표 당선이 결정되었다는 것이다. 공직선거법 규정에 근거가 있는 조치인가 물었을 때, 물론 공직선거법 규정에 의한 것은 아니라고도 했다.
지난 선거결과를 들춰봤다. 기초의원비례대표선거제도가 처음 도입된 2006년 지방선거에서 31곳에서 무투표 당선이 있었다. 모두 정수 1인의 비례대표선거구로 지역적으로는 영남 22곳, 호남 4곳, 기타 5곳이었으며, 정당별로는 한나라당 27곳, 민주당 2곳, 열린우리당 2곳이었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는 영남 26곳(28명), 호남 21곳, 기타 7곳, 정당별로는 한나라당 33곳(35명), 민주당 21곳에서 무투표 당선이 있었다. 더군다나 대구 서구와 경북 김천시의 경우 정수가 2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 후보만이 등록하여 무투표로 당선되는 상황이 연출되었다.

2006년 31곳 무투표
당선 갈수록 늘어

이번 6.4 지방선거에서의 무투표 당선은 더욱 심했다. 영남 29곳(30명), 호남 20곳, 기타 16곳(22명)이었으며, 정당별로는 새누리당 44곳(45명), 새정치민주연합 26곳(27명)이었다. 대구 서구가 2인 정수에 새누리당 후보 2명이 등록하여 무투표 당선되었고, 서울 용산과 은평, 인천 남동구, 충남 논산이 각각 2인 정수에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에서 각각 1명씩 등록함으로써 무투표 당선되었다. 경기도 이천은 새누리당 후보가 당적이탈로 등록무효가 됨으로써 새정치민주연합 후보가 무투표 당선되었고, 강원도 춘천은 애초 정원 3명에 5명이 등록하였으나 새누리당 2명의 후보가 등록무효가 됨으로써 투표 없이 새누리당 1명, 새정치민주연합 2명이 당선되었다. 전남 곡성과 장흥에서도 통합진보당 후보가 등록무효가 됨으로써 새정치민주연합 후보가 무투표로 당선되었다.
결국 기초의원비례대표선거에서의 무투표 당선의 역사는 오래된 일이었다. 책임을 다하지 않는 정당, 지역주의에 기반한 정당정치, 생색내기에 불과한 비례대표 선거, 선관위의 안이한 선거관리 등이 만들어낸 총체적인 부실의 합작품이 기초의원비례대표선거 무투표 당선인 것이다.
소를 잃고도 외양간은 고쳐야 한다. 미래세대, 미래사회는 계속되기 때문이다. 선거는 끝났지만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 제기된 문제들에 대한 개선작업도 계속돼야 한다. 지방의 군단위로 내려가면 기초의원비례대표선거 정수가 1인인 선거구가 대부분이다. 정당의 지역패권주의가 만연한 상태에서 정수 1인의 비례대표제도가 제도로써 의미를 갖고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정수 2인의 비례대표제도 마찬가지다. 비례대표제는 소수정당에게도 용이하게 의석을 확보하기 위한 취지로 도입된 제도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큰 정당에게 안정적인 의석을 공급하는 역할에 그치고 있다. 이미 서울 은평과 용산 등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재진행형이다.
기초의원비례대표선거에서의 무투표 당선은 선관위가 규정을 잘 못 적용한 부분도 문제이나 근본적인 문제는 정당의 책임정치의 부재이다. 경쟁하지 않는 정당구조는 정치불신의 큰 원인이다. 후보조차 낼 수 없는 무책임 정당은 정치불신을 가중시킨다. 현재와 같은 정수 1-2인이 대부분인 기초의원비례대표선거는 큰 정당 간 야합의 산물에 불과하다.

여야 공선법 개정 착수해야

필자는 현재 팽배해있는 기초의원선거제도의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기초의회선거의 대선거구제 도입을 제안한다. 기초의회를 풀뿌리 정치로 전환시키고, 정당공천과정에서의 잡음을 최소화시키며, 정당의 책임정치를 강화하고, 기초의원비례대표선거에서의 무책임 정당정치를 끝내기 위해 꼭 필요한 개혁안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공직선거법 개정이 필수적이다. 지방선거가 끝난 지금이 적기다. 여야정당과 선관위는 지금 곧 공직선거법 개정작업에 착수해야 한다. 

< 시민의 힘 - 김영필 대표 >

시민의 힘 김영필 대표 ilyo@ilyoseoul.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