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값 안정 기대 속 영세 사업자 몰락 우려
기름값 안정 기대 속 영세 사업자 몰락 우려
  • 이기수 기자
  • 입력 2014-06-30 14:34
  • 승인 2014.06.30 14:34
  • 호수 1052
  • 37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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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뜰주유소發 기름 전쟁 막오른다

[일요서울 | 이기수 대기자] 알뜰주유소발(發) 주유소 전쟁의 막이 올랐다.
한국석유공사와 농협은 최근 전국 1062개 알뜰주유소에 석유제품을 공급할 1,2차 우선협상대상자로 현대오일뱅크와 SK에너지를 각각 선정했다.

SK에너지는 처음 선정됐고 현대오일뱅크는 파격적인 가격 제시로 3년 연속 공급권을 확보하게 됐다. 2011년 말 알뜰주유소의 탄생과 함께 시장에 발을 들여놓은 2부시장의 삼성토탈 역시 3년 연속공급대열에 합류함으로써 ‘제5의 정유업체’ 로 자리를 잡게됐다.

이번 입찰에는 4대정유사가 모두 참여했다. 석유공사와 농협은 SK에너지와 현대오일뱅크와 세부협상을 벌여 중부권(서울·경기·강원·충청) 과 남부권(경상·전라)으로 나눠 공급업체를 결정한다. 현대오일뱅크가 중부권, SK에너지가 남부권을 맡을 가능성이 크다.

업계 선두인 SK에너지는 그동안 콧대를 세우고 알뜰주유소에 참여하지 않았다. 그러나 정제마진이 나빠지고 시장점유율도 계속 하락하면서 위기감을 느껴 시장점유율 확대를 위해 알뜰주유소 시장에 적극 뛰어들게 됐다. 다른 정유사들이 알뜰주유소 납품경쟁에 공격적으로 뛰어든 것도 본업인 정유 사업에서 점유율을 높이겠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정유 업계는 전국 주유소 숫자가 1만2600여개로 늘어나면서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 게다가 기름값 안정을 목표로 정부가 알뜰 주유소를 1000여 곳이나 세우고 정제 마진(원유가격-석유제품가격)까지 나빠지는 등 2중고를 겪고 있다.

주유소 10곳 중 한 곳 알뜰 주유소

정유업계 관계자는 “알뜰주유소가 전체 주유소의 10% 수준까지 늘어 무시할 수 없는 시장이 됐다” 며 “수요 회복에 대비해 유통망을 선제적으로 장악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2011년 1분기만 해도 SK에너지는 국내시장점유율이 34.8%에 달했는데 올 1분기 점유율은 28%로 추락했다. 반면 알뜰 주유소에 기름을 공급했던 현대오일뱅크는 같은 기간 점유율이 20.4%에서 23.5%로 업계 2위인 GS칼텍스(23.7%)를 바짝 추격했다. ‘알뜰주유소’ 효과를 톡톡히 본 것이다.

업계 2위인 GS칼텍스는 올해 알뜰시장 입찰에서 꼴찌를 해 공급권을 따내지 못했다. 지난해엔 정유사업에서 433억원의 영업적자를 봤다. 그나마 올초 인수한 GS이앤알(옛 STX에너지) 소속 주유소 50여곳을 신규로 확보해 국내시장 점유율을 어느 정도 유지할 수 있어 다행이다.

현대오일뱅크가 기를 쓰고 알뜰주유소 확보에 나선것도 STX 소속 주유소들이 GS로 편입되면서 시장점유율 유지를 위해선 알뜰 시장 확보가 절실했기 때문이다.

업계 4위인 에쓰오일은 지난해 4월부터 올 7월까지의 알뜰주유소 공급권을 갖고 있었다. 그 덕에 점유율도 2011년 1분기 15.2%에서 올 1분기 18.7%로 늘어났었다. 하지만 이번 입찰에서 떨어지면서 에쓰오일은 거래처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다른 업체는 주유소가 줄어들었지만 우리는 올들어서만 주유소 숫자가 25개 순증해 큰 문제가 없다” 며 알뜰주유소 입찰 실패에 따른 우려를 일축했다.

삼성토탈 2부시장 경유까지 공급

2부시장에선 삼성토탈이 휘발유에 이어 경유까지 공급하게 됐다. 직접 기름을 공급하는 1부시장에 비해 2부시장은 석유공사가 직접 휘발유와 경유를 현물로 사들여 알뜰 주유소에 배송하는 방식이다.

정유4사 이외의 경쟁구도를 만들어야 했던 정부가 내놓은 카드가 2부시장이다. 수의계약으로 특혜논란이 계속되자 올해부터 공개입찰로 전환됐지만 최저가를 써낸 삼성토탈이 올해도 선정됐다.

삼성토탈로서는 국내 정유업계 진출의 유일한 수단인 알뜰 주유소 사업자 선정에 실패하게 된다면 제 5의 정유사의 꿈도 물거품이 될 수 있는 상황이다. 그동안 PX시설 등을 늘리며 부산물로 휘발유와 경유 생산량을 늘려왔던 삼성토탈로서는 입찰에 적극 응찰할 수 밖에 없었던 상황이다. 아무튼 삼성으로서는 기존 휘발유에 국한하던 납품권이 경유까지 넓어지면서 수익구조를 확보하는 한편 ‘제5의 정유업체’ 로서 입지를 굳혀나갈 전망이다.

알뜰 주유소 시장 확대로 주유소 업계에도 변화가 일 전망이다.

일단 기름값이 저렴한 주유소가 확대되면 소비자입장에서는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주유소 시장 전체에는 변화가 불가피해 보인다. 일단 전국의 주유소 업계 사장들은 시큰둥한 반응이다. 이들이 주장하는 바는 크게 두가지다. 알뜰주유소가 우리나라 전체 기름값을 올리고 자영 주유업자들이 몰락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정유업계가 달랑 4개인 현상태에서 정유업계는 알뜰주유소 물량을 제외한 직영점이나 대리점 가격을 언제든지 조절가능해 알뜰 주유소에서 줄어든 마진을 다른 주유소에서 만회하려고 하기 때문에 결국 전체 대한민국 기름값은 결국 정유업계 손에 달려있고, 손해를 안 보려는 가격정책 때문에 결과적으로 전체적인 기름값은 떨어지지 않고 오히려 오를 것이란 우려다.

또 다른 우려는 자영 주유업자들의 몰락이다. 주유소 마진은 보통 4%로 알려졌다. 96%의 원가구조는 그대로 두고 4%를 줄이려고 한다면 말 그대로 마른수건을 쥐어짜는 형국이란 볼멘소리다. 영세 자영 주유업자들은 “기름값의 절반은 세금이다. 이런 기형적인 원가구조를 가만히 두고 주유업자들 마진을 걷어들여 기름값을 내리려한다면 자본력없는 영세 자영주유업자들의 몰락은 불을 보듯 훤하다” 고 하소연한다.

정부의도대로 기름값이 안정되고 소비자, 생산자가 안정을 찾고 만족할지, 자영주유업자들이 줄도산할지, 알뜰 주유소가 그 해답을 줄지 궁금하다.
o-ing58@ilyoseoul.co.kr
 

이기수 기자 o-ing58@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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