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현ㆍ전지현 출연 논란 中‘장백산 생수 광고’무슨일?
김수현ㆍ전지현 출연 논란 中‘장백산 생수 광고’무슨일?
  • 박시은 기자
  • 입력 2014-06-30 14:02
  • 승인 2014.06.30 14:02
  • 호수 1052
  • 30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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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억원에 맞바꾼 ‘백두산→장백산’ 후폭풍 심각
▲ <뉴시스>

취수원 장백산 표기…농심도 같은 문제 경험
계약해지요청→번복 태도에 ‘임기응변’ 분노

[일요서울 | 박시은 기자] 중국 헝다그룹과 배우 김수현, 전지현을 둘러싼 동북공정 논란이 재점화됐다. 계약해지를 요청했다던 김수현이 광고 유지로 입장을 번복한 것이다. 두 사람은 취수원이 장백산으로 표기돼 있는 생수 제품에 모델로 나서 논란이 됐다. 장백산이란 명칭이 백두산을 중국으로 편입시키기 위한 동북공정의 일환으로 이용되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수십억 원의 위약금도 감수하겠다며 계약해지를 요청하며 일단락되는 듯 했던 이 논란은 김수현의 입장번복으로 제자리에 돌아갔다. ‘신한류 4대천왕’이라고 불릴 정도의 한국 대표 배우가 동북공정의 여지를 제공했다는 것이다.

배우 김수현, 전지현이 중국 장백산 생수 광고를 그대로 강행하기로 결정해 논란이 되고 있다.

논란의 발단은 이들이 모델로 나선 ‘헝다생수’의 취수원이 ‘장백산(長白山)’으로 표기돼 있다는 점 때문이었다. 중국이 동북공정의 일환으로 ‘백두산’을 장백산이라고 부르고 있기 때문에 이들의 광고 활동은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다.

사실 장백산이란 명칭은 백두산의 45.5%를 가진 중국이 자국 영역을 일으키는 용어다. 하지만 중국이 고구려, 발해 등의 우리 역사를 자국의 역사로 편입시키려는 동북공정의 일환으로 ‘장백산문화론’을 내세우고 있다. 이 점에서 두 배우의 광고 모델 활동은 동북공정에 정당성을 부여하고, 향후에도 동북공정의 근거로 이용될만한 민감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농심도 ‘백산수’ 판매 초기인 2010년 중국에서 판매하는 백산수 제품의 취수원을 장백산으로 표기해 질타를 받은 바 있다.

이처럼 민감한 사안이 잠재돼 있는 제품에 두 배우가 광고 모델로 나선 사실이 알려지자 누리꾼들은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누리꾼들은 “일본이 ‘다케시마 생수’를 만들어서 판매하는 데 우리나라 연예인이 광고 모델로 나선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비유했다. 일각에서는 “이익만 쫓으려는 행위다”며 “최소한의 역사의식도 없는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비난했다.

그도 그럴 것이 두 사람 모두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방영 후 초대박을 터뜨린 배우이기 때문이다. 김수현은 신한류 4대 천왕으로 등극했으며 소속사 키이스트의 주가를 254% 급등시키기도 했다. 중국 내 김수현 열풍 이후 키이스트의 1분기 매출은 77억 원, 영업이익은 10억 원이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2.3%, 76% 증가한 수치다.

즉 이미 중국 내에서 다진 입지와 영향력이 어마어마한 한국배우가 동북공정의 일환으로 쓰이는 장백산이 표기된 상품의 광고 모델이라는 것 자체가 문제가 된다는 설명이다.

논란이 불거지자 김수현측은 “원산지 표기를 확인하지 못했다”며 “헝다그룹 측에 광고 계약 해지를 요청했다”고 사건을 일단락시켰다.

일구이언 김수현 괘씸죄 적용

그런데 지난 25일 배우 김수현이 최근 논란을 빚었던 중국 생수 광고를 예정대로 진행하기로 해 상황은 제자리로 돌아갔다. 불과 닷새 만에 다시 계약해지 요청을 없던 일로 한 상황이다.

김수현 소속사 키이스트는 “이번 광고 모델 및 제품과 관련된 논란에 대해 헝다그룹과 소속사가 회의를 거듭한 결과 한·중 양국의 깊은 신뢰와 이해를 바탕으로 우호적 협력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결론을 얻었다. 중국에서 생산 및 판매되는 헝다그룹의 생수 제품 취수원 현지 표기에 대해 어떠한 정치적 의도도 없었음을 서로 인정하며 이해했다”고 말했다.

이어 “더 이상의 오해나 억측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란다. 신중을 더한 논의 끝에 극단적인 결론을 내기보다는 서로간의 신뢰를 바탕으로 맺어진 약속에 대한 책임을 다하는 것으로 입장을 정리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누리꾼들은 이전보다 더 큰 실망과 배신감을 감추지 못했다. 수십억 원 손해를 불사하더라도 계약해지를 요청하겠다는 말을 번복하면서 괘씸죄까지 추가된 것이다. 계약해지 요청은 임기응변에 불과했다는 반응이 대다수다.

한 누리꾼은 “한순간의 돈벌이에 눈이 멀어 논란의 불씨를 한국인이 스스로 제공해준 꼴이 됐다”며 “동북공정 논란을 일으켰다는 꼬리표가 계속 따라다닐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중국 현지 반응은 이런 한국의 여론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분위기다. 생수를 홍보했을 뿐인데 왜 계약을 해지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는 것이다. 또 계약해지를 요청한 김수현에 대한 부정적인 반응도 존재한다.

이런 가운데 김수현이 위약금과 촬영, 홍보비 등 100억 원 상당의 손해배상 금액 때문에 입장을 번복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돌이키기엔 이미 너무 많은 일들이 진행된 상태라는 것이다.

해당 광고는 중국의 각 방송사에 편성시간까지 확정된 상태로, 완성단계에 이른 것으로 알려진다. 이런 상황에서 계약을 해지할 경우 김수현 소속사인 키이스트는 지금껏 보도된 액수를 훨씬 초월하는 금액을 물어야 할 것으로 예측된다.

한 연예계 관계자는 “위약금은 보도된 액수보다 훨씬 더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며 “약 300억 원 정도에 이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는 광고주가 원하는 대로 다 물어줘야 하기 때문에 회사의 존폐위기가 걸릴 수도 있는 문제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수천 년 전부터 역사에 존재한 명칭이므로 민감한 대응이라는 반응도 존재한다. 한 역사학과 교수는 “장백산이라는 용어가 처음 출현한 것은 10세기 초다”며 “중국에서는 보편적으로 백두산을 장백산이라고 칭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중국의 백두산 전략에 대해서는 냉철하게 바라보고 대응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수현, 전지현과 같은 한류스타와 콘텐츠를 통해 얻는 수익은 실로 어마어마하다. 두 사람이 출연한 ‘별에서 온 그대’는 중국의 최고 지도자들이 언급할 정도로 중국에 큰 영향력을 행사했다. 이는 드라마를 넘어 영화, K-POP, 한국문화, 한국여행 등 수많은 경제 파급력을 낳았다. 단순한 문화 수출을 떠나 경제 분야로 자리잡은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수익성에 눈이 멀어 민감할 수 있는 사안을 제대로 인지하고 바라보지 못한다면 ‘소탐대실’이 될 수 있다. 생수 취수원이 ‘장백산’으로 표기돼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이들의 마음도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특히 중국과 일본은 역사·지리적으로 민감한 문제들이 시시때때로 일어나는 국가인 만큼 우려의 시선이 더욱 깊을 수밖에 없다.

한편 전지현 측 역시 광고를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누리꾼들은 김수현, 전지현이 광고하는 모든 제품의 불매운동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한동안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seun897@ilyoseoul.co.kr 

박시은 기자 seun897@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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