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납품업체에 “추가물량 상품·수량·금액” 보고 지시
사측 “본사 의사 제대로 전달 안 돼 생긴 일” 해명
[일요서울 | 박시은 기자] 가맹점주들과 상생협약을 가졌던 편의점 미니스톱(대표 심관섭·사진)이 또 갑질 논란에 빠졌다. 자사 납품업체에 물품 리베이트를 받는 행위를 권장하고, 보고할 것을 요청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앞에선 ‘상생’을 외치고 뒤로는 ‘꼼수’를 부린 것이다. 이에 대해 미니스톱은 “리베이트 근절을 위해 내려진 지시가 의사소통의 문제로 오해를 샀다”고 해명해 사측과 납품업체 간 진실공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또한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밝혀온 심 대표에 대해 진정성을 의심하는 눈초리도 매섭다.
편의점 미니스톱이 각 센터별로 ‘리베이트 상품, 수량, 금액’을 내부양식에 맞춰 정리해 보고를 지시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구설에 올랐다. 또 월말 마감 시점에 제품별 재고일수를 4~5일 이내로 줄이고, 물품 리베이트를 하지 않는 납품업체의 발주를 제한하라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 같은 주장은 미니스톱이 단발성으로 리베이트에 관한 요구를 한 것이 아니라, 조직적이고 지속적으로 관리해 왔다는 의심을 샀다.
물품 리베이트는 상품을 매입할 때 매입금액의 일정 비율만큼 상품을 더 납품받아 추가물량을 챙기는 수법이다. 유통업계에서 흔한 ‘갑(甲)질’중 하나로 불리기도 한다. 만약 1억 원어치의 물건을 매입한다면 1억1000만 원어치의 제품을 납품받은 후 추가된 1000만 원의 제품으로 부당이득을 취하는 것이다.
이렇게 부당이득으로 취한 물건은 센터에서 발생한 로스(Loss·재고 중에서 파손, 도난, 분실 등으로 인해 손해로 기록되는 제품) 처리에 쓰거나 이를 팔아서 유통업체의 이익율 보전에 쓰인다.
리베이트를 받아내기 위한 이 같은 재고관리 정책은 공정거래법(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상 ‘거래상 지위 남용'에 해당한다.
또 다른 갑을논란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를 ‘거래상 우월적 지위를 갖고 있는 사업자가 그 지위를 부당하게 남용해 거래상대방의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침해해 거래상 불이익을 주는 행위(공정거래법 제23조 1항 4호)’로 규정한다. 불공정거래행위라는 설명이다. 이것이 적발됐을 경우에는 불공정거래행위를 한 사업자(갑)에 대해 시정명령(법위반행위 금지 명령)이나 과징금을 부과하고 있다.
그동안 유통업계에서 월말을 앞두고, 물류센터가 실적관리를 해야 하는 납품회사 영업사원을 압박해 리베이트를 챙기는 경우는 있었다. 하지만 본사가 직접 지시한 경우는 드물다. 그런데 미니스톱이 갑의 위치를 이용해 대놓고 횡포를 부렸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파장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업계 안에서 전혀 없던 일은 아니지만 회사차원에서 대놓고 움직인 적은 처음이다. 개인 비리로 끝나는 선에서 그칠 문제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미니스톱은 이 같은 의혹이 편의점 가맹점주들과 협약을 발표한 지 6개월도 채 되지 않은 상태에서 불거져 더욱 논란이 됐다. 앞에서는 상생을 외치면서 뒤로는 또 다른 갑의 횡포를 부리고 있었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미니스톱 가맹점주들은 을지로위원회를 통해 “가맹사업자들은 가맹본부가 시행하는 재고조사 이후에 과다하게 많은 상품의 로스가 적발되고 있다”며 의문을 제기했다. 이들 중 한 가맹점주는 “라면 몇 박스가 로스라고 나오는데 라면 박스는 도난을 당하기 어려운 물건이라는 점에서 본부의 재고조사나 전산시스템의 오류문제가 의심된다”고 말했다. 또 “편의점을 오픈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곳에서도 많은 물품이 로스상태로 발견돼 일일이 수천 개의 물건에 대한 입고증을 모두 확인한 뒤 바로잡은 사실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정보공개서 미제공 ▲가맹계약서 사전제공의무 위반 ▲가맹금 예치의무 위반 등에 대해서도 폭로한 바 있다.
미니스톱은 가맹점주들의 폭로로 비난의 화살을 맞았다. 이후 가맹점주들과의 협의를 진행하고, 상생협약식을 하는 등 변화의 자세를 보였다.
하지만 이번 리베이트 권장 의혹이 제기되면서 이 같은 미니스톱의 행보는 ‘보여주기’에 불과했다는 또 다른 논란을 낳았다. 이번엔 가맹점주들 대신 납품업체를 대상으로 로스를 메우려는 횡포를 멈추지 않고 있었다는 지적이다.
납품업체의 경우 편의점 물류는 생계나 다름없다. 때문에 납품업체와 편의점 관계자의 관계는 자연스럽게 슈퍼갑과 슈퍼을로 형성된다. 이들 대부분은 리베이트를 요구받을 경우 불만을 제기하지 못하고 요구를 수용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근절 차원…믿어도 될까
이처럼 리베이트 의혹 파장이 커지자 미니스톱은 서둘러 해명에 나섰다. 미니스톱 관계자는 “외주를 맡은 물류센터가 본사에서 리베이트를 근절하자는 취지에서 보고서를 작성하라는 지시를 내렸는데 이것이 리베이트를 받으라는 의미로 오해를 샀다”고 말했다. 그는 “미니스톱 본사는 아웃소싱 물류 협력업체를 비롯한 모든 미니스톱 관련 물류센터의 추가물량인 리베이트를 본부 차원에서 정책적으로 원천 금지하려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며 “사전단계로 추가물량에 대한 실태 파악을 하는 과정 중 아웃소싱 협력업체와의 의사소통 부족으로 추가물량을 정책적으로 추진한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킨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센터와의 오해는 이미 지난 11일 본사에서 있었던 미니스톱 물류센터장 회의에서 ‘물류센터의 추가물량(리베이트) 확보를 금지한다’는 내용을 구두로 전달해 오해를 푼 상태다”면서 “이후 13일 회의록 발송을 통해 이하 센터 직원에게까지 교육을 부탁했다”고 말했다. 또 “전체 아웃소싱 물류 협력업체와 추가물량 확보 등 비리행위를 근절한다는 내용의 ‘정도 경영 협약서’를 체결했고, 전 상품 거래처에 ‘미니스톱 물류센터에서 추가물량을 요청할 시 절대 응하지 말고, 본사에 즉시 신고를 요청하는 내용의 공문도 발송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번 논란으로 심 대표가 밝혀온 “파트너십에 의해 고객이 편리하고 즐겁게 이용할 수 있는 미니스톱이 되겠다”는 포부의 진정성은 타격을 입었다. 소비자들은 갑의 횡포란 의혹이 제기된 것만으로도 해당 발언에 대한 진정성을 느끼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seun897@ilyoseoul.co.kr
박시은 기자 seun897@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