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체부’성희롱 파문‘전모’ “여성스럽네, 요 앞에서 자라”
‘문체부’성희롱 파문‘전모’ “여성스럽네, 요 앞에서 자라”
  • 이범희 기자
  • 입력 2014-06-30 13:34
  • 승인 2014.06.30 13:34
  • 호수 1052
  • 23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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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직원, 발언 녹음해 공개 해당 간부 보직 해임

여직원과 미얀마 출장 중 술자리…A씨 “농담성 발언”
허울뿐인 공직기강 확립…공무원 사회 시끌 vs 억울

 

[일요서울 | 이범희 기자] 정부가 세월호 사고 이후 공무원의 품위 손상 등 사회적 물의가 우려되는 언행을 금지토록 한가운데 공직 기강이 흔들린 사건이 발생했다.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의 고위공무원이 해외출장 중에 산하기관 여직원에게 성희롱 발언을 한 사실이 알려져 충격을 안겼다.이번 사건은 참다못한 여직원이 발언을 녹음해 공개했고, 해당 간부는 보직해임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의혹을 받고 있는 고위 공무원 A씨는 “농담성 발언이었고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피해를 주장하는 B씨는 “수치심을 느꼈다”며 강력처벌을 요구하고 나서 양측의 대립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번 사건은 지난 10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문체부 고위공무원 A씨와 직원 3명, 산하기관 여직원 B씨 등 4명은 미얀마에서 열린 제3차 아세안+3 정보관계 장관회의에 참석했다. 문체부 차관을 대신해 참석한 자리였다.

회의가 끝난 후 미얀마 정부측이 제공한 숙소에서 저녁에 출장단과 술자리를 가진게 발단이 됐다. 이 자리에서 A씨의 발언이 문제가 된 것이다.

A씨는 “주최국이 관광지가 아닌 색시집에 안내해야 한다” “이렇게 피부가 고운데, 난 진짜로 여자로 생각 안 해봤는데 여성스럽네, 보니까”, “내가 업어다 줄게, 아니면 요 앞에서 자” 등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성희롱 발언을 참다못한 B씨는 결국 마지막날인 12일, 스마트폰으로 발언 내용을 녹취했다.

귀국한 B씨는 17일 오후 소속 기관에 이 사실을 알렸고, 해당 기관은 문체부에 사건 진상 조사 및 관련자 처벌을 요구하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이에 대해 A씨는 “직원들의 긴장을 풀어주고, 분위기를 부드럽게 하는 차원에서 일부 농담성 발언을 했지만 이로 인해 상처를 받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며 “당혹스럽다”고 해명했다.

또한 그는 “내가 묵던 숙소 옆방이 비어 있어 그곳을 사용하라고 했던 것이고, 피부가 좋다는 것은 예쁘다는 칭찬이었다”며 “비하하거나 희롱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고, B씨 역시 출장 기간 중 불편하다는 내색을 하지 않았다”고 했다. 하지만 B씨는 “국내였다면 자리를 피했겠지만 해외라 그렇지 못했다”며 A씨의 강력처벌을 요구한다.

문체부도 지난 20일 보도자료를 통해 “최근 한 고위 공무원이 성희롱으로 인식될 수 있는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져 정확한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직위해제했다”면서 “중앙징계위에 징계를 청구한 이후 징계 수위가 결정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정부는 공무원들에게 철저한 기강확립을 당부한 상태에서 이같은 불미스런 일이 발생해 또 다시 좌불안석이다.

안전행정부관계자는 “공무원 비상근무 강화와 근무기강 확립 재강조 공문을 각급 기관에 통보하고 사고와 관련해 꼭 필요한 인원들은 24시간 비상근무를 실시하도록 했다”며 “공무원의 품위 손상 등 사회적 물의가 우려되는 언행을 금지하고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행사는 자제하도록 했음에도 이 같은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해 공무원 사회가 흉흉하다”고 말했다.

skycros@ilyoseoul.co.kr 

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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