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행 입소문 퍼지면…해외진출·매출 증가 도움
이미지 욕심에 쫓아가는 경우도…경쟁력 갖춰야
[일요서울 | 이범희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0일 중앙아시아 3개국 해외순방을 마치고 돌아왔다. 이번 순방에도 많은 경제사절단이 동행했다. 박 대통령의 수행인원보다 많은 인원이 함께 한것으로 알려진다. 그렇다면 이들이 함께 한 해외순방의 결과는 어땠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좋았다’다. 보이는 수주실적도 있지만 향후 관계개선을 통해 영향력을 더 키웠다는 자평도 따른다. 특히 이번 해외순방처럼 박 대통령이 직접 사업에 관여하면 그 성과는 물론 혜택을 고스란히 국내기업이 챙겨 국내경제의 안정도 도모할 수 있을 전망이다.
이번 중앙아시아 3개국 순방의 콘셉트가 ‘자원외교’로 요약될만큼 성과가 알려진다. 단연 재계엔 ‘훈풍'이 됐다. 박근혜정부가 내세운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의 핵심국인 이들 나라는 두산그룹 등이 현지에서 가스전, 화력발전소 같은 굵직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어 경제협력을 심화하는 의미도 있다.
또한 박 대통령의 이번 순방을 계기로 중앙아시아는 국내 종합상사들에게 ‘기회의 땅'으로 떠올랐다.
종합상사들은 이곳에서 단순한 자원개발뿐만 아니라 전세계 네트워크를 활용해 제품을 판매하고 수요처를 직접 개발하는 등 해외 개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국내 건설사들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대규모 플랜트 등 입찰에서도 연이은 수주 낭보를 전하고 있다.
가장 큰 수혜를 본 곳은 LG상사다. LG상사는 투르크메니스탄에서 가스화학 플랜트 및 제품 판매권 확보로 120억달러를 수주했다.
LG상사는 지난 20일 투르크메니스탄 국영가스기업인 투르크멘가스와 20억달러 규모의 세이디 가스화학 플랜트 건설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또 30억달러 규모의 가스액화(GTL)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내용의 양해각서도 체결했다. GTL은 천연가스를 활용해 등유, 경유 등의 액체연료를 생산하는 공정을 말한다.
이와 함께 LG상사는 투르크멘가스와 키얀리 석유화학 플랜트 생산 제품 판매권 확보를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플랜트에서 생산되는 고밀도 폴리에틸렌 및 폴리프로필렌 전량을 LG상사가 확보하는 것으로 10년간 70억달러의 매출이 예상된다.
LG상사는 투르크멘가스와 갈키니쉬 가스탈황설비 생산 황에 대한 판매권도 확보했다. 5년간 7억5000만달러 규모로 한국기업이 투르크메니스탄 석유화학제품 판매권을 확보한 최초의 본계약이다.
다음으론 현대엔지니어링이다. 90억달러(약 9조원)가 넘는 대형 사업을 줄줄이 따낼 기회를 잡았다.
우즈베키스탄을 국빈 방문한 박 대통령이 이슬람 카리모프 대통령과 가진 정상회담에서 칸딤 가스전 개발 사업 등 현지 정부가 추진하는 대규모 프로젝트에 한국 기업의 참여를 요청했다. 총 사업비 40억달러인 칸딤 가스전 개발 사업은 올해 3월 현대엔지니어링이 주(主)사업자로 선정됐지만, 현지 정부의 승인이 늦춰지면서 최종 계약이 미뤄져 왔었다.
이틀 뒤인 19일에는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과의 만남에서 현대엔지니어링이 주도하는 쉬켄트 윤활기유 생산설비 건설 사업(9억달러)이 조속히 착공하도록 지원해달라고 요청했다. 20일 투르크메니스탄에서는 양국 정상이 참석한 가운데 현대엔지니어링과 투르크메니스탄 국영석유공사가 50억달러 규모의 석유·가스 플랜트 시설을 짓는 데 대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중소기업인에게도 인기 상한가
현대엔지니어링은 수주 실적외에도 중동·동남아시아에 편중됐던 해외 건설 시장을 중앙아시아로 확대하는 계기를 마련한 셈이 됐다. 보이지 않는 성과를 통해 향후 영향력을 키우는 결과를 만들었다.
대통령 해외순방 동행 이후 효과를 톡톡히 보는 기업들이 늘면서 ‘경제사절단' 인기도 상종가를 치고 있다.
경제사절단에 대해 중소기업 대표들은 “대기업에 비해 브랜드 인지도가 떨어지는 중소기업이지만 해외에서 신뢰도를 얻을 수 있어 향후 비즈니스적 교류가 가능하다"고 평하고 있다. 과거처럼 단순히 해외를 배우는데 그치지 않고 직접적인 성과를 배출할 수 있는 기회라는 얘기다.
박 대통령과 가장 많이 해외 순방길에 오른 사람은 미국·중국·베트남·인도네시아·유럽·스위스·독일 등 모든 일정을 함께한 최병오 패션그룹형지 회장이다. 중견·중소기업 뿐만 아니라 대기업을 포함해도 7곳 전부 동행한 것은 그가 유일하다. 최 회장은 경제사절단으로서 각국을 돌며 ▲스위스 아웃도어 ‘와일드로즈'의 아시아 상표권 인수 ▲베트남 의류제조공장 C&M을 인수 등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업계 관계자는 “중앙아시아는 석유, 가스, 금, 우라늄 등 지하자원이 풍부하고, 이를 바탕으로 플랜트 등 에너지·자원 인프라 수요도 뒤따른다”며 “일반 트레이딩에서 자원개발 사업 비중을 점차 늘리고 있는 국내 종합상사과 플랜트 건설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는 국내 건설사가 컨소시엄을 이뤄 대형 프로젝트를 수주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때문에 ‘박 대통령과의 동행 이미지를 얻기 위해 무턱되고 쫓아가려는 중소기업인들로 인해 치열한 경쟁이 진행되기도 한다.
이는 박 대통령이 지난 1월 해외순방 이후 모두 발언에서 원격진료에 대한 적극적인 추진의사를 밝혀 증시에 영향을 미친 바 있어 신뢰가 더 높다.
실제로도 원격의료가 허용되면 관련 헬스케어 단말기 업체, 통신사, 대형병원 등이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고됐던 만큼 박 대통령의 이번 비지니스 외교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한편 박 대통령은 지난 16일부터 18일 우즈베키스탄을 시작으로 카자흐스탄, 투르크메니스탄 등 중앙아시아 3개국을 방문했다. 이 중 우즈베키스탄은 한국의 최대 교역국(연간 교역규모 20억 달러)으로, 이미 우리 기업과 수르길 가스전ㆍ탈리마잔 복합화력발전소 사업이 진행 중이다.
또한 두번째 방문지 우즈베키스탄을 방문해 나자르바예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공고히 했다. 이 자리에서 현재 진행 중인 ‘3대 경협 프로젝트’▲발하쉬 석탄화력발전소 ▲아티라우 석유화학단지 ▲잠빌 해상광구 탐사 등 두 나라간 협력사업의 원활한 이행 방안을 논의했다. 대형플랜트 사업에 참여 중인 대기업(10명)과 공공기관(6명)의 참여 비중이 높은 사업이기도 하다.
마지막 방문국인 투르크메니스탄엔 20일 오후 입국했다. 한국 대통령으로선 첫 방문이다. 베르디무하메도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우리 기업 활동에 대한 한ㆍ투르크 양국 정부의 지원방안을 논의했다. 이 나라는 세계 6대 가스보유국으로 성장 잠재력이 높다.
skycros@ilyoseoul.co.kr
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