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 묻지도 말고 따지지도 말고 진격, 강경드라이브
전교조 묻지도 말고 따지지도 말고 진격, 강경드라이브
  • 오두환 기자
  • 입력 2014-06-30 10:58
  • 승인 2014.06.30 10:58
  • 호수 1052
  • 1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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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원노조원법 개정은 시간문제 “시끄러울수록 좋아”
세월호 참사 후유증 심각, 무기는 ‘직권면직·징계’

[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법외노조화’에 반대하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의 투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27일에는 광화문과 서울역에서 조퇴 투쟁에 나선 조합원 1000여명이 시민들에게 ‘대국민 선전 퍼포먼스’를 진행했고 7월 2일 ‘교사 선언’, 12일 ‘전국 교사 대회’를 개최하며 교육부 및 정부를 향해 유래없는 강경 투쟁 방침을 계획하고 있다. 이에 맞서 정부도 집단 투쟁에 가담한 조합원들에 대해 징계는 물론 사법처리 방침까지 밝힌 상태여서 전교조와 정부 사이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전교조의 강경투쟁 계획에 검찰은 유관기관과 함께 법에 따라 엄정히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대검찰청 공안부는 26일 오전 교육부, 고용노동부, 경찰청 등 유관기관과 함께 ‘전교조 법외노조 관련 공안대책협의회’를 열어 이 같은 방침을 확인했다.

협의회에 참석한 관계자들은 전교조가 법원 판결을 무시하고 조퇴에 의한 수업거부 등의 집단행동을 계획하고 있어 학생들의 학습권 침해 등 교육현장에 심각한 혼란을 초래할 위험이 높다고 보고 향후 긴밀히 협력하기로 했다.

우선 교육부는 노조 전임자가 휴직 사유가 소멸됐음에도 직무에 복귀하지 않거나 국가공무원법 및 업무복귀 명령 등을 위반한 경우 직권면직이나 징계를 추진할 방침이다.

검찰과 경찰은 전교조의 집단행동이 국가공무원법 위반 및 형법상 업무방해에 해당하는 만큼 관련자들을 법에 따라 엄정 조치하기로 했다.

또 검찰은 과거 전교조의 불법행위에 대한 법원의 유죄 판결 분석을 통해 처벌에 전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 전교조는 2000년 연금법 개정 반대, 2001년 교육과정 개편 반대, 2003년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폐기 주장 등과 관련해 ‘집단적 연가’를 냈으며 그때마다 업무방해죄로 법원에서 유죄가 선고됐었다.

또 2004년 시국선언, 2009년 시국선언에 대해서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유죄가 선고된 사례가 있어 검찰은 이를 무기로 전교조를 압박하고 있다.

전교조 “적법한 권리”
정부 “국가공무원법 위반”

27일 있었던 전교조의 조퇴투쟁은 2006년 10월 교원평가제 등을 반대하며 벌인 투쟁 이후 8년 만에 처음이다. 그만큼 각오도 대단했다. 전교조는 조퇴투쟁에 대해 적법한 권리를 행사하는 것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근로기준법에 따라 교원은 조퇴 및 연차휴가를 사용할 권리가 있기 때문이다. 또 개별 조합원들의 자율적인 결정으로 형사적 처벌대상이 될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명백한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보고 있다. 조퇴를 하고 교사대회에 참여하는 것은 국가공무원법상 복무 관련 규정에 위촉돼 징계사유가 되며 학생들의 학습권 침해도 우려되기 때문이라는 논리다.

어째든 양측의 주장이 다른 상황에서 전교조의 투쟁이 강행되면 관련자들에 대한 정부의 대규모 징계 및 형사처벌 등으로 후폭풍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어떻게 해결할지에 따라 전교조 강경투쟁의 강도가 정해질 전망이다.

불리한 요소들이 있음에도 전교조가 대정부 투쟁의 수위를 강경으로 몰고 가는 이유는 전교조를 법외노조로 판결한 법률들이 시대에 뒤떨어진 법률규정들이기 때문이다. 즉 언젠가는 고쳐야 하는 법률이라는 점이다. 한마디로 시간은 전교조 편이라는 생각도 강경투쟁의 배경에 깔려 있다.

국제기준에 맞지 않는 교원노조 조합원 자격

법원의 지난 법외노조 판결 이유 중 가장 큰 원인은 해직교사가 조합원에 가입돼 있다는 점이었다. 그러나 대법원은 노조법의 법률규정과는 다르게 산업·지역·직종별 노동조합의 경우 해고된 노조원도 조합원으로 인정하는 판결을 내려왔다.

단지 공무원이나 교직원에 대해서는 규정을 엄격하게 해석해 인정하지 않을 뿐이다. 그러나 이러한 엄격한 법률해석은 시대에 뒤떨어진다. 해외에서는 해직자, 퇴직자, 일반인들도 교원노조에 가입하는 경우가 흔하다.

예를 들면 독일이나 영국은 교사가 아닌 사람도 얼마든지 교원 노조에 가입할 수 있다. 프랑스도 해직했거나 은퇴한 교사의 가입을 보장하고 있다.

국제교원노조(EI)는 지난 18일 “퇴직자와 해직자에게 노동조합원 자격을 부여하는 것은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사항”이라면서 “EI와 소속 전세계 교원노조들은 한국의 교사들이 기본적인 시민권도 향유하지 못하는 점을 매우 우려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밖에 해외에는 다양한 분야에 많은 노조가 만들어져 활동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소방노조와 경찰노조, 군인노조는 생각하기도 힘들지만 해외는 그렇지 않다. 프랑스에는 판사노조도 있을 정도다.

형식적으로는 교사들의 노동자성을 인정해 노조 조직을 허가하면서도 ‘특수성’을 들어 교사들의 실질적인 노동3권을 박탈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정치 쟁점화로 ‘법외노조’ 꼬리표 뗄 수도

사실 교원노조법 개정에 대한 논의는 과거부터 계속돼 왔다. 전교조의 규약에 대한 시정명령 논의가 불거진 이후 지난해 한명숙 의원 등은 교원노조법 상 조합원의 자격을 국제기준에 맞게 ‘교원으로 근무하거나 근무했던 자’로 개정하는 법률안을 국회에 제안한 바 있다. 심상정 의원 등도 ‘교원자격증’을 가진 자를 교원노조원으로 인정하는 법률안을 제출한 상태다. 그러나 이런 법률안은 아직 국회에서 본격 논의가 되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법원의 전교조 법외노조 판결이 내려지자 정치권에서는 교원노조법 개정 문제를 쟁점화 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대표적으로 새정치민주연합이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법외노조 판결이 부당하다며 현 교원노조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김한길 새정치연합 공동대표는 20일 최고위윈회의에서 “전교조는 제가 김대중 전 대통령을 모시고 청와대 정책기획수석으로 일하던 1999년 합법화 돼 오늘에 이르렀다”며 “그럼에도 우리나라는 세계 172개국 교원단체 회원국 중 정부에 의해서 교원노조가 법 밖으로 밀려난 유일한 국가”라고 비판했다. 김 공동대표는 “법원의 최종판결이 있기 까지 일선 교육현장에서 혼란과 갈등과 혼란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국가인권위와 ILO 권고에 부응하는 교원노조법을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박영선 원내대표 역시 “전교조가 법외노조 판결을 받아 다시 가시밭길을 걷게 됐다”며 “전교조가 해왔던 교육개혁이 후퇴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많다”고 말했다. 또 “이번 판결은 국제적 권고사항을 무시한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지 않는 판결”이라며 “국제적 기준에 맞는 교직원들의 노동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라도 교원노조법의 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외에 새롭게 당선된 전국의 진보교육감들도 전교조에게는 큰 힘이 되고 있다. 이미 법원 판결 후에도 전교조와 지속적인 협의를 통해 교육현안들을 해결하겠다고 밝힌 만큼 정부는 전교조 외에 진보교육감들과도 치열한 싸움을 전개해야 할 전망이다.

결국 전교조의 강경투쟁 선언 배경에는 국제기준에 맞지 않는 교원노조법 속 조합원 자격 개정 시도를 위해 정치권, 시민단체 등과 연대를 강화하는 것은 물론 우리나라 교육 백년대계를 책임질 진보교육의 씨를 튼실하게 뿌리기 위한 전략이 깔려 있다.

또 이 과정에서 든든한 지지세력을 만들어 법외노조 문제는 물론 각종 교육쟁점을 정치쟁점화 한다면 ‘법외노조’라는 꼬리표를 오히려 더 일찍 뗄 수도 있을 전망이다.

법외노조 설움 시작

하지만 전교조는 당분간 가시밭길을 걸어야 한다. 26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는 청와대 홈페이지 게시판에 박근혜 대통령 퇴진글을 올린 교사 123명에 대한 수사를 진행 중이다.

보수 성향의 교육 단체인 공교육살리기학부모연합 등 시민단체들은 지난 11일 "교사들이 국가공무원법의 정치활동 금지 규정을 어기고 노동조합법의 단체행동 금지 규정을 위반했다"며 시국선언 교사 123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 등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한 바 있다.

교육부도 이날 시국선언 교사 123명과 대국민호소문을 발표한 교사 161명 등 교사 284명을 추가로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교육부의 고발장을 접수하는 대로 내용을 검토한 뒤 경찰에 수사 지휘를 내릴 방침이다.
검찰은 서울 종로경찰서 등에 수사 지휘를 통해 고발장에 적시된 교사들의 신원을 확인하는 한편, 이들이 올린 게시물을 분석하고 유사 사례에 대한 법리 검토를 병행하고 있다. 교사들의 신원을 확인하는 대로 피고발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이밖에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는 27일 전교조 서울지부가 서울시 사립학교 단체교섭협의회와 서울 소재 사립학교 118곳을 상대로 낸 단체교섭응낙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고용노동부의 전교조에 대한 법외노조 통보 처분이 정당하다는 지난 19일 서울행정법원 판결을 언급하면서, "전교조는 교원노조법에 따른 노동조합이 아니기 때문에 단체교섭권을 인정하기 어렵고, 따라서 단체교섭권을 가지고 있음을 전제로 한 가처분 신청은 이유 없다"고 판시했다.

전교조 서울지부는 지난 2011년부터 2년간 서울시사립학교 단체교섭협의회 등과 총 17차례에 걸쳐 교섭을 진행했지만, 학교 측이 "교섭 요구사항 중 일부는 학교장 권한사항이며 일부는 학교법인의 인사경영권에 해당하는 사항"이라며 거부하자 지난해 6월 법원에 단체교섭응낙 가처분 신청을 냈다.
freeore@ilyoseoul.co.kr 

오두환 기자 freeore@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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