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참사' 베일에 싸인 朴 정권 6敵 논란
'인사참사' 베일에 싸인 朴 정권 6敵 논란
  • 홍준철 기자
  • 입력 2014-06-30 09:28
  • 승인 2014.06.30 09:28
  • 호수 1052
  • 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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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대희·문창극, 자진사퇴 ‘보이지 않는 손’ 실체
▲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일요서울 | 홍준철 기자] 안대희 총리 후보자의 낙마에 이어 문창극 총리 후보자까지 자진사퇴하자 청와대 인사에 대한 ‘책임론’이 일고 있다. 연이은 총리 후보자들이 낙마하자 청와대는 ‘세월호 참사’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의사를 밝힌 정홍원 총리를 유임했지만 어느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 책임론 중심에는 ‘기춘 대원군’으로 불리는 김기춘 비서실장과 김 실장이 포함된 이너서클인 ‘7인회’가 인사 배후로 지목받고 있지만 정작 당사자들은 총리 후보 추천을 부인함으로써 인사 후폭풍을 피해가고 있다. 급기야 여권 내에서는 비선 라인에서 문 후보자를 추천했다며 박근혜 정권을 망치는 6적이 존재한다는 소문까지 나돌고 있는 실정이다. 박근혜 정권의 보이지 않는 손이 이번 문 후보자 낙마로 수면위에 부상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과 비선라인의 관계는 꽤 오랫동안 의심을 받았다. 지난 2007년 박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통령후보 경선에 참여해 캠프를 운영할 당시에도 비선라인인 강남팀, 마포팀이 존재해 박 대통령의 중요 결정의 배후로 지목당하기도 했다. 캠프내 인사들은 공식라인보다 비공식라인을 선호하는 박 대통령에 불만을 토로하고 결국에는 특정 인사를 지목하기도 했다. 2012년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에는 인수위 구성부터 청와대, 정부 부처 인사때 ‘깜짝 인사’가 발탁될 때마다 비선 라인이 주목을 받았다.

2007, 2012년 박 캠프 비선라인으로 ‘곤욕’

‘깜짝 인사’ ‘불통 인사’가 계속되자 모 언론사는 2013년 박 대통령 초대 청와대 대변인과 대통령 실장 인선을 앞두고 ‘상금’으로 1000만원과 2000만원을 각각 부상으로 걸 정도로 인사 예측이 힘들었다. 당시 윤창중 초대 청와대 대변인 역시 ‘수첩인사’로 불릴 정도로 베일에 감춰져 있던 인물이었지만 결국 대통령이 미 순방중임에도 불구하고 해외에서 인턴 여비서와 성추문에 휩싸여 국가적 망신을 초래하고 낙마했다.

이번 깜짝 인사로 내정된 문창극 총리 후보자 역시 ‘청문회 통과’에 초점을 맞춘 인사였지만 과거 친일 발언과 식민사관이 문제가 돼 중도 사퇴하는 인사참사가 발생했다. 특히 안대희 총리 후보자 중도 사퇴 이후 연이은 낙마로 박 대통령은 고생 끝에 성과를 낸 ‘중앙아시아 3개국 순방 보따리’가 무색해지고 ‘조기 레임덕’까지 초래할 수 있는 위기에 봉착한 상황이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로 사직서를 낸 정홍원 총리를 유임함으로써 청문회 정국을 회피하려는 모양새다. 당장 야당뿐만 아니라 여당내부에서조차 ‘7인회’ 멤버이자 청와대 인사위원회 위원장인 김기춘 대통령 실장을 겨냥해 인사 참사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고 공격의 수위를 높였다.

김 실장과 7인회에 책임론이 일자 멤버인 김용갑 전 의원이 총대를 메고 해명에 나섰다. 김 전 의원은 언론사를 통해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되고 나서 우리 일은 끝났다”며 “우리는 인사에 대해서 누구도 추천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문 후보자와 서울고 동문인 안병훈 전 조선일보 부사장이 배후로 지목된 것에 대해서도 김 전 의원은 “내가 (안 전 부사장에게) 전화해 ‘가만히 있을 거냐’고 묻자 ‘고등학교가 같다고 택도 없는 말을 하고 있다’고 하더라”고 덧붙였다.

여권 원로들, ‘김기춘 감싸기’ 왜

박근혜 정권을 만드는 데 일조한 원로인 박관용 전 국회의장 역시 ‘7인회’ 옹호에 나섰고 오히려 한 발 더 나아가 박 대통령을 망치는 비선라인이 따로 존재함을 간접적으로 시사했다. 박 전 의장은 한 언론과 인터뷰를 통해 “7인회는 언론이 만든 용어일 뿐 사실 아무 역할도 안 한다”며 “내부적으로 박 대통령이 가깝게 의논하는 사람들은 따로 있다”고 폭로했다. 이어 그는 “공식 채널이 아닌 소규모 비선 라인을 통해 상당히 얘기를 많이 듣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역대 대통령 모두 장관이나 비서실장, 수석과는 별도로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몇몇 사람들과 의논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비공식적인 의사결정은 대단히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박근혜 정권 원로급 인사들의 언론을 통해 김 실장과 7인회에 대한 인사 책임론에 적극 해명하자 야당에서는 비서라인으로 ‘만만회’를 지목하면서 화살을 돌렸다. 새정치민주연합의 박지원 의원은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안대희 문창극 또 지금 청문보고서를 보내온 장관과 국정원장 등의 내용을 보더라도 도저히 김기춘 비서실장은 그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며 “문창극 총리 후보자의 추천도 비선라인에서 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박 의원은 “‘만만회’라는 것이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라며 구체적으로 실체를 지목했다. 박 의원의 ‘만만회’는 이재만의 ‘만’자와 박지만의 ‘만’자 그리고 최태민 목사 사위인 정윤회씨의 ‘회’의 끝자를 모아 ‘만만회’로 불린다는 지적이다. 


이런 지적에 대해 청와대는 “어처구니 없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며 “비선라인 운운은 소설중의 소설”이라고 발끈하고 나섰다. 박지만 지인 역시 “박지만씨가 대통령을 만나지도 연락도 하지 않고 조용히 지낸다”며 박 의원의 주장을 전면으로 반박했다. 하지만 청와대와 박지만측의 반박에도 불구하고 여권내에서조차 ‘비선라인’의 존재를 의심하고 있는 상황이다. 


청와대에 정통한 여권 한 고위인사는 “현재 박근혜 정권을 망치는 6敵(적)이라는 말이 여의도뿐만 아니라 청와대 내에서조차 흘러나오고 있다”며 “청와대 인사가 이들에 의해 좌지우지되고 박 대통령의 눈을 멀게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 인사는 “김기춘 실장은 포함되지 않는다”고 밝히면서 구체적으로 ‘박근혜 정권 6적’의 실명을 말하는 데는 주저했다. 하지만 문고리 3인방(이재만 총무비서관, 정호성 제1비서관, 안봉근 제2부속비서관)이 포함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는 부정도 긍정도 하지 않았다. 이밖에 여의도에서는 6적으로 정윤회씨를 포함해 L 전 의원, L 행정관, K 전 의원, H 의원 등이 거론되고 있다.


특히 이들 조직은 김기춘 대통령 실장이 청와대에 들어오기 전 ‘십상시’(중국 후한말 영제 때 권력을 잡아 조정을 주물렀던 환관 10명)로 회자되기도 했다. 즉 문고리 3인방 중 정호성 비서관을 정점으로 청와대 핵심 보직에 배치된 보좌진 출신 비서관 또는 행정관들을 일컫는 말이다. 특히 이들은 박근혜 정부 초기 인사를 실무적으로 관여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기도 했다. 이로 인해 정호성 비서관 등 문고리 3인방을 박 대통령에게 소개한 정윤회씨의 경우 박 정권의 숨은 실세라는 말이 여의도에서는 정설처럼 전해지고 있다.

mariocap@ilyoseoul.co.kr 

홍준철 기자 mariocap@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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