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확인을 위해 취재진이 가장 먼저 만난 사람은 국내 어학연수 비자발급 대행사인 H업체의 관계자 김모씨였다. 김씨는 얼마전부터 ‘희한한 현상’이 생겼다는 말로 입을 열었다.“6월 중순 기말고사가 끝나고 여름방학시즌이 되면 동남아 및 일본 어학연수 비자를 발급받기 위해 하루 수백명의 학생들이 몰린다”는 것이 김씨의 말이다. 특이한 사실은 이들 중 60% 이상이 여대생이라는 것. 그들의 실체에 대해 김씨는 “방학을 이용해 2~3개월간의 단기간 해외 알바를 위해 출국을 하는 여대생들이 상당수”라고 귀띔했다.
즉 명목은 언어연수 혹은 배낭여행이지만 주목적은 ‘원정 알바’라는 것이다. 단기간에 수백만원을 챙길 수 있다는 것은 그들에게 좀처럼 뿌리치기 어려운 유혹이다. 단기 어학연수비자를 이용하기 때문에 법적인 제재조치가 없을 뿐 아니라 해외에서 활동하는 특성상 아는 사람에게 들킬 염려도 없다는 것이 장점.김씨에 따르면 일부 여대생은 업체측에 노골적으로 ‘알바자리’를 문의하는 경우도 있다. 대개의 경우는 일반 식당 서빙 등을 알선해주는 정도지만, 불법대행업체 등에서는 유흥주점이나 마사지업소와 같은 음란 퇴폐업소쪽으로 알선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는 것이 김씨의 설명이다.
J양의 사와리 바 경험기
해외알바를 하고 있다는 S여대 3학년에 재학중인 J양(22). 그는 2학년 여름방학을 앞두고 알바를 찾던 중 해외 원정 아르바이트 얘기를 듣고 일본으로 떠났다. 그가 간 곳은 유명한 환락가로 알려진 신주쿠의 가부키죠. J양은 그곳의 ‘사와리 바’라는 곳에서 일했다고 한다. ‘일본어로 ‘만지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사와리’ 바(BAR)는 그 이름 그대로 바텐더를 만져도 되는 독특한 영업방식을 가진 곳이다. J양에 따르면 사와리 바의 입장료와 팁 그 자체만으로는 그다지 많은 수입을 올릴 수 없지만 가라오케 등의 업소에 부수적으로 다니면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 그는 “이곳에는 일본인 접대부도 많지만 최근 한류열풍 때문인지 한국 여성들의 인기가 최고”라고 전했다. “사실 처음에는 굉장히 망설였어요. 일본이라는 낯선 곳에서 일을 한다는 것이 두렵기도 했구요. 하지만 3개월만 바짝 일하면 몇 백만원의 목돈이 현찰로 들어온다는 말에 이 악물고 해보기로 결심했죠.”그러나 그는 생각처럼 일이 쉽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말도 통하지 않는 곳에서 접대부 일을 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어요. 특히 업소에서 손님을 받았던 처음 며칠은 무척 떨리고 두려웠죠. 그런데 한 3~4일 정도 지나니까 적응이 되더라구요”라는 것이 그의 얘기다. 그에 따르면 여대생들 중에는 친구들끼리 뭉쳐서 함께 해외로 나가는 경우도 종종 있다. 그 역시 비슷한 케이스. 그러나 그는 자신의 행동에 대해 별 거리낌이 없어보였다. 오히려 그는 “저랑 같이 온 친구들 모두 비슷한 알바를 했어요. 요즘 같이 어려운 세상에 3개월에 수 백만원을 버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인가요?”라고 되물었다. 무엇보다 일본행을 택한 이유는 높은 보수 때문이다. 한국 여성들이 상당수 진출해 있다는 일본의 유흥업의 경우에는 국내보다 일은 편하면서도 보수는 훨씬 높다는 것이 그의 설명.
또 일의 성격 자체가 그다지 강도가 세지 않다는 것도 그가 꼽는 장점 중의 하나다. 그는 “접대부 일을 국내처럼 무조건 2차와 연결지어 생각하면 곤란하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몸’을 팔기보다는 정중히 술시중을 드는 정도의 접대수준으로 이뤄진다는 것.“손님의 옆자리에 앉아 간단한 대화를 나누거나 술을 따라주는 일, 손을 잡고 같이 노래를 불러주는 정도기 때문에 일은 국내보다 훨씬 편하죠”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는 “오히려 국내에서 룸살롱 아르바이트를 하던 여대생들 중에는 2차로 이어지는 질퍽한 국내 음주문화에 진을 뺀 이들이 해외로 몰리는 경우가 많다”고 귀띔했다. 그러면서도 외국인과의 자연스런 대화를 통해 어학능력도 향상시킬 수 있다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는 게 J양이 펼친 논리였다.
국내 여대생들, 마사지 업소선호
유흥업소 외에 한국 여대생들이 취업을 하는 곳은 일본의 마사지업계다. 일본의 마사지 업소들은 국내에 비해 월등한 시설과 서비스를 갖추고 있어서 국내 신생업소들의 영업방식과 마케팅이 일본의 방식을 따라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J양의 얘기다. 일본 마사지 업소에서 받는 수입은 일반 술을 파는 유흥업보다 높다고 한다. 따라서 단기간내에 목돈을 만들기 위해 해외로 오는 여대생들은 마사지 업소를 더욱 선호한다는 것.그에 따르면 마사지업소에는 이미 일반 여대생 말고도 집창촌을 떠난 일명 ‘전직 선수’들이 많이 포진해 있는 상태다. 단순히 술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전문적인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 하지만 이미 ‘돈’을 목적으로 일본까지 건너온 이들에게 마사지 업소의 유혹은 실로 달콤한 것이 아닐 수 없다.
“마사지업소의 일은 여대생들이 하기에는 결코 만만치 않지만 일반 유흥업소보다 높은 수입을 올릴 수 있다는 점에서 상당수의 여대생들이 선호하는 직업”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취재진은 방학기간 동안 일본 신주쿠의 ‘센세이션’이라는 마사지 업소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다는 여대생 Y양을 만날 수 있었다. 최근 한국 여대생들이 몰리고 있는 곳은 동경에서 새롭게 뜨고 있는 환락가인 고탄다(五段田). Y양에 따르면 이곳은 기존 동경의 환락가인 요시와라(아사쿠사)의 소프란도가, 신주쿠,아카사카의 크라브가 그리고 시부야,이케브크로에서 내로라하는 선수들이 모여드는 곳이라고 한다. 특히 유동인구가 많기 때문에 일정수준 이상의 수입도 보장되는 곳이라는 것이 그의 얘기다.
“일본 TV에서까지 광고를 하는 유명한 곳에서 일했다”는 그는 “그 업소는 상당히 많은 종업원을 두고 있었는데 그중 한국 여대생들도 몇 명 있었다”고 말했다. 충격적인 사실은 아예 1년간 휴학을 하고 일을 하고 있는 경우도 있었다는 것. 그는 “일을 하다보면 돈에 욕심이 생겨 휴학을 하고 다시 들어오는거죠”라고 말했다.“애로사항이 많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Y양은 “아니오”라고 잘라 말했다. 신변이 탄로날 위험이 없는데다가 약간의 봉사(?)로 고수익을 올리려면 약간의 어려움쯤은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얘기다.
국내 안마시술소에서도 일을 한 경험이 있다는 그는 일본이 일하는 여건이나 보수에서 훨씬 더 좋기 때문에 방학때마다 일본에서 일할 계획이라고 털어놨다. “최신 기술(?)들도 많이 섭렵하고… 좋은 경험이었어요”라고 말하는 그 앞에서 취재진은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공부를 하고 싶어도 대학 등록금이 없어 과외를 하고 식당이나 공사판에서 허드렛 일을 하며 등록금을 벌던 과거의 고학생들과는 달리 너무도 쉽게 돈을 벌려는 그들을 보면서 취재진은 씁쓸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서준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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