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캉스 같이 떠나요”
사실 해마다 여름 휴가철이 되면 기승을 부리는 ‘바캉스 원나잇’은 더 이상 그리 놀랄만한 일은 아니다. 그간 바캉스 원나잇의 트렌드는 피서지에서 만난 사람과의 하룻밤으로 이어지는 것이 보통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아예 바캉스 파트너를 만들어 떠나는 추세로 변하고 있는 실태다. 본격적인 휴가철이 시작된 요즘 인터넷에는 바캉스 파트너를 찾는 이들로 붐빈다.지난 19일 자정. 국내 최대의 회원수를 자랑하는 S채팅방에는 바캉스 파트너를 구하는 이들로 북적대는 진풍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26일~28일 부산으로 휴가 같이 가실분”, “동해안 바캉스 같이 떠나요”, “이번주 금요일 출발합니다. 동행하실 분” 이런식의 방제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또 몇 마디 대화가 오간 후 대뜸 “휴가 같이 갈래요?”라고 묻는 남성들도 상당수였다.
“몸만 오세요”
흥미로운 것은 이들 남성이 내거는 조건. “Benz 타고 바다보러 가요. 단 외모되는 여성만”, “여성스럽고 섹시한 여성분, 스포츠카로 ‘공주처럼’ 모십니다”, “돈걱정 말고 미모와 미소만 갖고 오세요”라는 식으로 유혹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대화 결과, 남성들은 하나같이 “외모가 어떠신지?”, “키가 몇이세요?”, “사진 보내줄 수 있나요?”라는 식으로 외모에 노골적으로 ‘집착’했다. ‘외모만 된다면’ 차량, 숙소, 유흥비를 포함한 모든 여행경비를 전담하겠다는 식이다. “최고로 안락하고 즐거운 여행을 보장할테니 몸만오세요”라는 ‘유혹’도 비일비재했다. 심지어 제주도나 동남아 티켓까지 있으니 날짜만 맞으면 같이 가자는 이들도 있었다.
“성관계는 전제된 거죠”
바캉스 파트너를 구한 경험이 있다는 최태민(31·가명)씨. 그는 “애인도 없고 친구 커플들에 끼여서 가기도 내키지 않아서 파트너를 구하게 됐다”고 말했다. 놀랍게도 최씨는 국내 명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외국계 은행에 근무하는 전문직. 일에 치여 살다보니 애인을 사귈 생각은 없다는 그는 “편한 여행파트너면 만족하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파트너와는 여행기간 동안 ‘애인’처럼 지낸다. 그러나 실제로 사귀게 되는 경우는 없다. 말그대로 여행 파트너일 뿐이다.
안좋은 시선에 대해 그는 “섹스파트너야 현지에 가서도 얼마든지 구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원나잇을 목적으로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처음부터 차량에 동행해 얘기도 나누면서 가고싶다. ‘진짜 연인’처럼 휴가를 즐기고 싶어 파트너를 미리 구하는 것 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최씨는 “잠자리는 자연스럽게 갖게 되는 것이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일종의 합의된 조건이라는 것. 그는 “낯선 사람과 2박 3일 여행을 가는데 그런 부분을 생각하지 않고 따라오는 여성이 있겠는가”라며 “굳이 말하지 않아도 성관계는 서로 전제하에 떠나는 것”이라고 단언했다.
“남자는 외모 보고, 여자는 차를 보죠”
그렇다면 낯선 남성과의 여행에 동행하는 여성들이 실제로 있을까. 바캉스 파트너를 찾고 있다는 김진수(28·가명)씨는 “의외로 파트너를 찾는 여성들도 많다”고 답했다. 김씨는 “이왕이면 멋진 외모의 여성과 휴가를 즐기고 싶은 것은 ‘본능’이다. 남성들이 여성의 외모를 따지는 것은 그나마 양호하다”고 말했다. 여성들은 남자의 조건에 거의 ‘목숨걸고’ 덤벼든다”는 것. 그는 “전문직의 매너좋은 남자라는 말에 누구나 솔깃해한다. 특히 20대 초반의 여성들은 ‘매너’와 ‘외제차’에 쉽게 넘어간다”고 귀띔했다. 김씨는 “여성들은 남성이 여행 경비를 전담하는 것을 당연시 한다”며 “시시한 차종이나 소박한 여행스케줄은 거들떠보지도 않는다”고 푸념했다.
그는 “남녀간 서로 다른 ‘목적’이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며 “남성은 엔조이겸 심심풀이로, 여성은 돈안들이고 ‘공주처럼’ 휴가를 보내려는 생각으로 이뤄지는 신문화” 라고 진단했다.당연히 지속적인 만남을 전제로 진지하게 만남을 생각하는 이들은 드물다는 것이 그의 얘기다. 단지 ‘엔조이’로 여행 파트너를 찾는 이들이 대부분이라는 것. 그는 검증되지 않은 낯선 사람과의 여행이기 때문에 아주 ‘위험한 동행’이 될 수도 있음을 인정했다. 김씨는 “‘엔조이’로 끝나기 때문에 성관계에도 책임이 따르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바캉스 강간’이나 ‘임신’, ‘성병’ 등의 문제는 각자 고스란히 떠맡아야 할 짐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 산부인과 전문의의 충격 경고
- 충동적 ‘원나잇 스탠드’ 얻어 오는 것은 성병뿐
산부인과 전문의 K씨는 “피서지에서 들뜬 기분과 일시적인 충동으로 원나잇 스탠드를 즐긴 젊은이들이 얻어오는 것은 성병과 원치 않는 임신뿐”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휴가철이 끝나면 성병 치료 및 낙태수술을 받으러 오는 젊은이들이 급증하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며 “뒤늦게 알고 찾아와 ‘죽도록’ 고생하는 젊은이들을 부지기수로 많이 봤다”고 전했다.그에 따르면 이들의 대부분은 피서지에서 낯선 사람과의 하룻밤을 치른 뒤 몸에 이상한 증세가 생겼다며 ‘땅을치고’ 후회하더라는 것이다.
K씨는 “성병의 경우 쉽게 치료가 안되는 경우가 많다. 또 이름도 성도 모르는 남성과의 단 한번 성관계로 인한 임신은 상상할 수 없는 충격을 남긴다”고 경고했다. 하룻밤 엔조이의 대가치고는 너무 큰 고통이 따르게 된다는 것. K씨는 “임신은 물론이고 임질, 요도염, 매독, 헤르페스와 같은 성병 및 에이즈를 예방하기 위해 콘돔사용은 필수”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그는 “일명 곤지름이나 콘달로마로도 불리는 성병성 사마귀, 2형 헤르페스의 물집, 사면발이 등은 콘돔으로도 막을 수 없다”며 “낯선 사람과의 무분별한 성관계는 무조건 피하는 것이 상책”이라고 전했다.
이수향 thelotu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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