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㉓-창조경제와 기업가정신
기획연재㉓-창조경제와 기업가정신
  • 김의식교수
  • 입력 2014-06-23 14:23
  • 승인 2014.06.23 14:23
  • 호수 1051
  • 44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원만한 소통으로 날개를 달자


한국경제가 지속적으로 발전해 나가는 데는 기업가 정신이 가장 중요한 밑천이다. 기업가 정신이 정치적, 경제적, 문화적으로 우리 토양에 뿌리 내리기 위해서 원만한 소통으로 날개를 달 때 우리사회는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다.

선거 때가 되면 입후보자들 가운데 아주 작은 행동의 실수가 큰일이 되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린다. 그것은 그들의 말로부터 시작돼 눈덩이처럼 커져 사람들의 생각을 움직이게 하고 사람들의 행동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남들의 주목을 끌 만한 사람들은 자신의 작은 것부터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 필요하다.

무심코 한 말과 행동이 상처를 줄 수 있다. 남에게 조언하고 충고할 때에도 참으로 지혜롭고 조심스럽게 하지 않으면 오히려 역효과가 나게 된다. 예로부터 동양에서는 용이 존재한다고 상상해 왔다. 이 용은 하늘에 올라가기도 하고 물 속에 들어가기도 하면서 신통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특히 비가 내리고 홍수가 나는 것은 용의 조화라고 했다.

용은 머리에 뿔이 있고 몸통은 뱀과 같으며 비늘이 있고 날카로운 발톱이 있는 네 다리를 가진 동물로 불가사의한 힘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용은 봉황, 기린, 거북이와 합쳐 사령(四靈)이라고 한다. 비늘이 있는 것의 최고 우두머리로, 능히 비를 부른다고 한다. 그리하여 중국에서는 곧잘 군주를 높여 용에 비유한다. 용안이란 말도 그 하나이다.

중국 춘추전국시대에는 부국강병의 계책을 역설하는 사상가들이 각지를 다니며 유세했다. 「한비자」의 세난편(說難篇)에서는 남을 설득시키기 어려운 점을 말할 때, 그 유세자가 왕을 대하는 방법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대저 용이라는 동물은 성질이 유순해서 길을 잘 들이면 타고 다닐 수도 있다. 그러나 가슴에는 직경이 한 자나 되는 거꾸로 박힌 비늘(逆鱗)이 있다. 만일 그것을 건드리는 사람이 있으면 용은 반드시 그 사람을 죽인다. 이처럼 왕에게도 거꾸로 박힌 비늘이 있으니, 이 비늘만 건드리지 않으면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고 하였다.

여기에서 임금의 노여움을 ‘역린’이라고 하는데, 임금이 아닌 경우라도 절대적인 권한을 가진 사람이면 이 말을 쓸 수 있다. 즉, 임금을 용에 비유한 말이다. 이 경우 예사로운 말 같으나 그 속에 또 다른 뜻이 들어있음을 이르는 ‘언중유골(言中有骨)’과는 다르다.

이런 역린을 건드리는 일들은 우리 주변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절친한 친구 사이에도 농담이나 유머로 한 말이 죽마고우의 급소를 건드리는 말이 되어, 한순간에 돈독한 우정이 깨지는 경우도 있다. 또한 한 이불을 덮고 사는 부부사이에도 친정식구나 시부모, 족보 등을 들먹거리다가 부부싸움으로 변하여 마침내 가정파탄에 이르는 상황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한 울타리 안의 정당인, 정치인, 사회저명인사들도 평소에는 호형호제하면서 지내다가 선거철이 되면 자신들의 이해당락을 위해 상대방을 비하하거나 약점을 노출시키는 일을 보게 된다. 한쪽에서 상대방의 약점을 공략하면 다른 쪽에서도 어김없이 상대방의 약점을 찾아 정략을 격하하려 한다.

가까운 사람이 아닌 사람에게는 깊은 이야기를 하지 말아야 한다. 나의 아킬레스건을 파악하고, 말할 때 신중하고 조심스런 태도를 잃지 않으면 유리한 위치에 서게 된다. 당연히 지적받은 단점은 물론 프라이버시에 대해 질문하지 말아야 한다. 모든 사람에게는 역린처럼 아주 나타내기를 꺼려하는 약점이 있다.

옛 속담에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한다”고 했다. 아무리 유순한 사람이라도 그 부분을 건드리면 꿈틀한다. 다른 사람의 약점이나 열등의식을 건드리면 소처럼 유순하다가도 사자처럼 금방 덤비는 경우를 본다. 가끔 상대방의 역린이 어떤 것인지 몰라 무심코 한 말이나 행동으로 상대방을 크게 불쾌하게 하는 경우가 있다. 아무리 친한 사이일지라도 이러한 역린은 모르기 십상이다.

그러므로 지혜로운 사람은 말이나 행동을 함부로 하지 않고 가려서 한다. 속담에 ‘남은 흉이 한 가지면 제 흉은 열 가지’라고 하지 않는가. 남에게 조언하고 충고할 때에도 참으로 지혜롭고 조심스럽게 하지 않으면 오히려 역효과가 나게 된다. 또한 윗사람에게만 신중할 것이 아니라 아랫사람에게도 신중한 태도가 필요하다. 엎질러진 물은 다시 주워 담을 수 없다. 말이나 행동을 할 때 신중을 기해서 해야 한다. 상대방은 그것 때문에 큰 상처를 받을 수도 있다.

또한 원만한 소통을 위해서는 잘 들어 주는 지혜가 필요하다. 소통은 내편에서 먼저 ‘말하기’가 아니라 상대방의 말을 잘 ‘들어주기’에서 출발한다. 잘 듣지 못하면 깊은 인간관계가 될 수 없다. 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아 고민하는 경우를 보면, 대부분 내 말만 하고 상대방의 말을 제대로 들어주지 않는 데서 오는 경우가 많다. 상대의 말을 잘 듣기만 해도 대화는 성공적이다. 오히려 소통에 유능한 사람은 말하기보다 듣기에 강한 사람이다. 남의 말을 잘 들어주는 사람은 듣는 과정에서 말하는 단계로 돌아서는 타이밍을 포착하는 데 능숙하다.

말을 듣는 데에도 단계가 있다. 먼저, 마음을 듣는 단계이다. 말 속에 상대방이 전하고자 하는 의미를 생각하고 말하는 사람의 감정을 읽어준다면 더 많은 것을 들을 수 있으며 효과적인 소통을 하게 된다. 다음으로, 그 사람을 듣는 단계이다. 상대방을 소중하고 존귀하게 여기는 마음으로 듣는 것이다. 상대의 말에 진심을 기울이는 것이야말로 최고의 배려이다. 소통부재의 현실에서 흔히 화자는 말을 정중히 선명하게 전달하지 못하고, 청자는 남의 말을 신중히 귀담아 듣지 않고 귓가에서만 맴돌게 한다.

이러한 현상은 서로의 마음문이 닫혀 있기 때문이다. 서로가 조금씩만 마음문을 열고 배려하고 양보하면서 말을 건네고 귀담아 들어주게 되면 굳게 닫힌 소통부재의 문도 조금씩 열려 밝은 세상을 맞이할 것이다. 그야말로 속담에 “낮말은 새가 듣고 밤 말은 쥐가 듣는다”라는 말을 실감한다.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에 따르면, “단 한 사람의 다른 생각이라도 누르지 말라”고 했다. 혹시라도 그 한 사람의 의견이 옳다면 잘못을 밝히고 진리를 드러낼 수 있는 기회를 빼앗지 말아야 하기 때문이다. 일상생활의 소통 가운데에는 정말로 상대방의 역린이 무엇인지를 살피는 지혜가 필요하다. 소통의 어려움을 나타내는 자작시 한 편을 소개한다.

말 많이 하는데 그놈은
입가에 주렁주렁 매달린다.
듣기는 하는데 그놈은
귓가에 주렁주렁 매달린다.
겉으로만 말하고
겉으로만 듣는
쓰리고 아린 우리들의 언어,
속으로 듣고
속마음 전할 순 없을까?
한 평생 눈만 뜨면 보는 사이
말다운 말 하고 사는가?
당신은 마음 삐죽 내밀고
날 불러 세우는데
나는 마음 닫혀 말 걸 수 없네.
당신도 조금 열고
나도 반쯤 열어
말다운 말 하고
말다운 말 듣고 살자.

급격한 기업환경의 변화 속에서 어떠한 상황을 만나든 원만한 소통의 기술로 산적한 현안 문제의 해결은 물론 미래사회를 이끌어 갈 창조적 기업가가 많이 나오길 기대해 본다.

■ 본란 내용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의식 교수>

 

 

 

김의식교수 ilyo@ilyoseoul.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