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 구입 1년 후 침몰 파문…“노쇠파손” 주장
공식사과·품질검정 요구는 거절, 게시글은 중지
[일요서울 | 박시은 기자] 르노삼성자동차(회장 카를로스 곤·이하 르노삼성)가 엔진 침몰 파문에 진땀을 흘리고 있다. 구매한 지 갓 1년이 넘은 SM5의 엔진이 갑자기 주저앉는 사고를 당한 소비자와 갈등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갈등은 르노삼성 측이 “생사를 오갔다”며 보상을 요구하는 소비자에게 “무상수리만 가능하다”는 답변을 내놓으면서부터 시작됐다. 이 같은 사실을 소비자가 포털사이트 게시판에 올리자 르노삼성 측은 게시된 글 대부분을 ‘게시중단’ 조치하고,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이처럼 양 측의 입장차이가 여전히 좁혀지지 않고 있어 갈등은 쉽게 봉합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9일 대구에 사는 A씨는 퇴근길에 아찔한 사고를 겪었다. 유턴 중 자동차 엔진이 오른쪽으로 기울며 주저앉은 것이다. 차 바닥 부분도 엔진이 기울어진 만큼 내려앉아 있었다.
엔진 침몰 사고가 난 차량은 A씨가 구입한 지 갓 1년이 넘은 르노삼성 중형차 SM5다. A씨는 “갑자기 ‘덜덜덜’ 소리가 나며 진동이 커지더니 악셀을 밟는데 차가 후진하는 상황이 벌어졌다”며 “만약 고속도로나 오르막길에 있었다면 죽을 수도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사고 후 르노삼성자동차 대구사업소를 찾았을 때 충격을 금치 못하는 직원들의 굳은 표정을 기억한다”며 “차량 상태는 물론이고, 직원들의 표정을 봤을 때 ‘원만하게 보상 합의가 이뤄지겠구나’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사태의 심각성을 인정하는 분위기였기 때문에 정확한 원인을 알기 위해 스크류를 연구소로 보내야 한다는 말을 믿고, 스크류를 제공했다. 하지만 본사와 상의한 뒤 연락을 주겠다는 말과는 달리 3일이 지나도 연락이 없었다. 답답함에 먼저 연락을 취했지만 초기와는 다른 답변을 내놔 화가 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당시 르노삼성 측은 “진동에 의한 노쇠파손이므로 무상수리만 가능하다”고 답했다.
이에 A씨는 “자동차를 전문으로 만드는 회사에서 진동을 예상하고, 그 강도를 견딜 수 있는 스크류를 써야 하는 건 당연한 일이지 않냐”면서 르노삼성 측의 해명이 터무니없다고 주장했다. 또 “1년밖에 되지 않은 차의 엔진이 내려앉았는데 어떻게 해당 차량을 계속 타고 다닐 수 있겠나. 심지어 가족들도 함께 타고 다니는 차의 신뢰가 떨어졌는데 르노삼성 측은 이러한 사실에 대한 정서적인 공감은 전혀 하지 않는 자세였다”고 말했다.
A씨는 “처음엔 르노삼성 측에 안전이 보장되지 않은 차를 더 이상 탈 수 없다. 신차 값 그대로를 돌려주고 계약을 무효화하자고 요구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 요구안이 받아들여지는 것이 어려운 점이 있음을 인정했고, 르노삼성 측에 중고차로 차량을 처분할 때 감가되는 부분의 보상액을 달라고 요구했다”고 말했다.
그런데 A씨는 이 요구 이후 더 큰 분노를 느꼈다고 밝혔다. A씨는 “르노삼성 측은 이 제안을 듣자마자 바로 ‘알겠다’고 대답했다. 너무 쉽게 대답하는 모습에 ‘얼마가 나올 줄 알고 쉽게 답하느냐’고 되물으니 대구사업소와 거래를 하고 있는 대형 중고차 업체가 있는데, 해당 업체에 처분하면 감가금액이 20~30만 원 정도로 책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엔진이 주저앉는 사고가 일어난 차가 정상 중고차량과 20~30만 원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게 말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동안 얼마나 수많은 문제 차량들이 이런 방법으로 중고차 시장을 통해 팔려 나갔을까 생각하니 황당했다”고 말했다.
이에 A씨는 자신이 겪은 사고를 포털사이트 게시판에을 통해 알리기 시작했고, 르노삼성을 규탄하는 내용의 인터넷 서명운동도 시작했다.
동일결함 사고 사례 또 있어
A씨는 게시한 글을 통해 ▲결함 스크류 제작업체 및 공정변화 시기 확인 ▲사용된 차종 및 연식 확인 ▲동종 스크류 사용 차량에 대한 리콜의 필요성에 대해 공식적으로 해명할 것을 요구했다.
A씨를 통해 해당 사실을 알게 된 다른 소비자들 역시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 글을 본 소비자 B씨는 “르노삼성에게 차를 구매한 고객은 더 이상 고객이 아닌가보다”고 말했다. 또 다른 소비자 C씨는 “그동안 르노삼성은 솔직하고 착한 기업이라고 생각해왔는데 문제를 일으켜온 다른 업체들과 다를 바 없는 곳이구나”라며 실망감을 드러냈다.
이처럼 ‘르노삼성 엔진침몰’이란 이름으로 파장이 커지자 르노삼성 측은 온라인상에 올라간 글들을 모두 ‘게시중단’ 요청 조치에 들어갔다. 19일 기준, 현재 A씨가 작성했던 기존의 글들은 대부분 ‘현재 페이지는 권리침해신고 접수에 의해 임시 접근금지 조치된 게시물입니다’는 안내메시지가 나온다.
이에 A씨는 “사고 사실을 온라인을 통해 알리겠다고 말했을 때 ‘글을 올리라’고 말했던 르노삼성이 사건 파장이 커지자 명예훼손으로 고소할 수 있다고 협박했다”고 밝혔다. 그는 “소비자의 알권리, 말할 권리는 그들의 영업이익에 반하면 언제든지 침해될 수 있는 것인가 보다”며 “합의가 돼도 절대 게시물을 삭제하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또 “르노삼성 측은 피해자인 나를 블랙컨슈머로 몰아가고 있다. 외국 자본이 소비자를 범법자로 만들면서 사고 원인이었던 스크류를 돌려달라는 말은 들어주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2011년에도 동일한 결함으로 같은 사고를 겪은 소비자가 있다”면서 “정말 그들 말대로 안전에 문제가 없다면 더더욱 공식발표를 통해 안전을 검증하고 소비자들에게 신뢰를 제공해야 한다. 그런데 이를 거부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르노삼성 측 관계자는 “문제를 제기한 소비자와 갈등이 지속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소비자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다”며 “알려진 내용들 중에는 와전되고 과장된 부분들도 많다”고 말했다.
다만 사건이 해결되더라도 공식 입장 발표는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그는 “20만 대 가량 팔려나간 차다. 그 중 단 한 대에서 발생한 특수상황을 공식발표까지 하면서 해명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갈등이 해결되지 않는 것도 소비자 측에서 금전적인 문제로 터무니없는 요구를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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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시은 기자 seun897@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