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ㆍ전자, 자동차, 조선 불리…석유ㆍ화학은 반짝 개선
대기업은 환헤지로 상대적 영향 덜해…피 보는 중소기업
[일요서울 | 김나영 기자] 원ㆍ달러 환율이 6여년 만에 1010원대로 주저앉았다. 세계적인 달러 약세와 우리나라의 경상수지 흑자가 겹친 결과다. 이에 따른 가파른 원화 절상은 세자릿수의 환율도 예고하고 있다. 게다가 전처럼 무조건 수출주에는 악재, 수입주에는 호재라는 공식도 성립하지 않는 상황이다.
원ㆍ달러 환율이 1010원대에서 맴돌고 있다. 지난 1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화는 달러당 1018.7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일 종가 대비 3.7원 내린 수치다.
앞서 원ㆍ달러 환율은 지난 9일 6여년 만에 1010원대인 1016.2원에 마감했다. 이는 2008년 8월 6일 1015.9원 이후 5년 10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날을 포함해 환율은 5거래일 연속 1010원대에 머물렀다. 이후 6거래일은 1020원대를 회복했다가 다시 19일 1010원대로 내려왔다. 이로써 외환당국의 지지선으로 작용했던 1020원은 확실히 깨졌다는 분위기다.
이에 원ㆍ달러 환율이 향후 1000원 아래로 떨어질 수도 있다는 전망도 속속 나오고 있다. 국내외 전문가들은 올해 하반기부터 내년 상반기 중 환율이 세자릿수로 내려갈 것이라는 예측을 내놨다.
현대경제연구원은 환율 하락세로 올해 하반기에 1000원선이 무너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지난 10일 현대경제연구원의 ‘원ㆍ달러 환율 1000 붕괴 가시권 진입’ 보고서에는 “경상수지 흑자 지속, 외국인 자본의 국내 순유입 기조 등으로 올 하반기 원ㆍ달러 환율이 1000원 밑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또한 해외 투자은행(IB)들도 원ㆍ달러 환율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 9일 크레디트스위스는 올해 연말에 환율이 975원까지 하락할 것이라며 전망치를 내렸다. 모건스탠리 역시 올해 4분기 환율은 1000원까지, 내년 1ㆍ2분기 환율은 각각 980원, 960원까지 내려갈 것으로 봤다.
이외에도 지난달 HSBC홀딩스는 내년 1분기 환율 전망치를 995원까지 내렸다. BMO캐피털마켓은 올해 4분기 995원, 내년 1분기 990원으로 환율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수출 위주 제조업, 수익성 악화 불보듯
현재와 같은 원ㆍ달러 환율하락은 국내 산업 전반에 즉각적인 긴장감을 던진다. 특히 수출 위주 제조업의 경우 수익성 악화는 불을 보듯 뻔하다. 또한 환헤지에 따라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격차도 그대로 드러나게 된다.
이와 관련해 환율이 1000원이 될 경우 제조업의 평균 영업이익률이 전년대비 0.8%포인트 하락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또 전기ㆍ전자, 자동차, 조선 등 주요 수출산업의 경우 그 하락폭은 더 큰 것으로 드러났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GDP 대비 수출비중이 56.2%로 OECD 평균 27.6%의 두 배 이상이다. 이와 같은 수출 중심의 경제구조는 곧 환율하락에 취약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중에서도 수출비중이 높은 조선(80.8%), 전기ㆍ전자(50.4%), 자동차(41.6%) 등 제조업의 수익성이 문제다.
환율이 1000원으로 내려가면 제조업 전체의 영업이익은 2013년 대비 13조3000억 원이 감소한다. 대표적으로 전기ㆍ전자(-9조2000억 원), 자동차(-6조3000억 원), 조선(-4조4000억 원)의 영업이익이 크게 쪼그라든다. 반면 석유ㆍ화학은 원유 수입단가 하락으로 영업이익이 3조7000억 원 증가할 것으로 추산된다.
또한 주요 대기업의 경우 해외생산 비중이 높은 데다가 적극적인 환위험 관리로 과거보다 환율 영향이 미미할 것으로 예측됐다. 그러나 중소기업의 경우 수익성이 낮고 환위험에 대한 대응이 미흡해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피해가 클 것으로 전망됐다.
실제로 국내 제조업의 해외직접투자는 2000년대 이후 급증해 지난해에는 95억 달러(약 9조5950억 원)를 기록했다. 최근 13년간 제조업의 연평균 해외직접투자 증가율(CAGR)은 14.2%다. 국내설비투자금액 대비 해외직접투자금액 비율도 2000년 2.4%에서 지난해 8.4%로 지속적인 상승을 보였다.
세부적으로 보면 현대ㆍ기아차의 해외생산 비중은 지난해 기준 54.8%로 절반을 넘어섰고 삼성전자는 피처폰ㆍ스마트폰ㆍ태플릿PC의 92.4%를 해외에서 생산 중이다. 또 LG전자는 미국, 네덜란드, 중국, 싱가포르 등에 해외 금융센터를 세웠으며, 삼성전자는 달러화 외에도 엔화, 유로화, 루블화, 위안화 등 결제통화를 다변화하고 있다.
현재 환율, 손익분기점은 이미 하회
하지만 중소기업의 경우 원ㆍ달러 환율 손익분기점은 1050~1070원대로 현재 환율이 이미 손익분기점을 하회한다. 대기업에 비해 중소기업의 수익성이 낮고 환위험 및 가격전가 여력이 열위에 있어 환율하락에 따른 손실에 더욱 민감한 것이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중소 수출기업 101곳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올해 연평균환율의 손익분기점은 달러당 1066.0원, 적정환율은 1120.5원으로 집계됐다. 또 기업은행이 지난 4월 중소기업 105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도 40.8%가 원·달러 환율의 손익분기점은 평균 1052.8원이라고 답했다.
그럼에도 94.9%에 달하는 중소기업은 스스로 환위험 관리수준이 보통 이하라고 응답했다. 환위험 관리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면서도 키코(KIKO) 사태 등으로 인한 부정적 인식, 정보 부족, 비용 부담 등이 뒤따랐기 때문이다.
이정훈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최근과 같이 환율이 급락할 경우 환율하락에 따른 부작용이 더 크게 나타날 수 있어 변동성을 완화하려는 정책당국의 노력이 요구된다”며 “기업들은 향후 추가적인 환율하락 가능성 등에 대비해 환위험 관리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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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영 기자 nykim@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