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일 락앤락 회장, 국내 1위 위태
김준일 락앤락 회장, 국내 1위 위태
  • 박시은 기자
  • 입력 2014-06-23 11:30
  • 승인 2014.06.23 11:30
  • 호수 1051
  • 2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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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나갔는데…” 2년 연속 실적악화 ‘충격’

연이은 악재·공정위 경고로 ‘1차 타격’
성장성 정체 ‘심각’… 사업다각화 안간힘

▲ <뉴시스>

[일요서울 | 박시은 기자] 김준일 락앤락 회장이 국내 밀폐용기 1위 아성을 위협받고 있다. 안팎으로 악재가 계속되면서 맥을 못 추고 있기 때문이다. 디자인 도용 논란, 실적악화,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의 경고조치 등 곤욕을 겪고 있다. 특히 공정위의 경고 조치는 경쟁사인 삼광글라스 측의 제소에 대한 결과인 만큼 양사의 분쟁은 지속될 전망이다. 락앤락으로서는 떠안고 가야할 숙제가 또 하나 늘어난 셈이다. 이처럼 잘나가던 락앤락이 하양곡선을 그리자 김준일 회장의 위기설도 심심치 않게 제기되고 있다.

최근 락앤락의 명성이 전 같지 못한 모습이다. 올해 초부터 불거진 갖은 논란과 악재들이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2012년 락앤락의 비스프리 제품 광고를 허위·과장 광고로 보고 경고조치를 내렸다. 당시 락앤락은 비스프리 제품을 홍보하면서 ‘100% 환경호르몬 프리’ 등의 광고 문구를 사용하며 ‘친환경’을 강조했다. 그런데 이것이 되려 과장광고로 경고를 받는 원인이 됐고, 락앤락 브랜드 이미지 하락도 불가피하게 됐다.

더욱이 이번 공정위의 처분이 경쟁사인 삼광글라스의 제소로 나온 결과라는 사실도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업계 2위이자 경쟁사인 삼광글라스는 “락앤락이 비스프리의 재료인 트라이탄에서 환경호르몬의 일종인 비스페놀A가 검출되지 않는 사실을 과장해서 모든 환경 호르몬이 검출되지 않는 것처럼 허위 광고를 했다”고 주장했다. 삼광글라스는 주장을 뒷받침 해줄 근거로 써티캠(CertiChem)의 환경호르몬 검출 시험에서 비스프리 제품에서 환경호르몬의 일종인 에스트로겐 활성화 물질(EA)이 검출됐다는 결과를 제시했다.

이에 트라이탄의 제조사인 이스트만이 써티캠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아직까지 법적 공방을 벌이고 있다. 환경호르몬 검출 유무에 관해서는 아직 결론이 나지 않은 상태다. 하지만 락앤락이 이에 따른 부정적 시선을 거두기는 어렵다. 과장광고로 소비자들을 현혹시켰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경쟁사와의 분쟁이 장기화되는 것도 락앤락으로서는 달가운 일이 아니다. 최근 실적악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득이 될 것이 없기 때문이다.

성장세 주춤

락앤락은 2년 연속 실적이 악화되고 있는 상태다. 지난 1분기 실적도 반전 없이 부진 상태를 이어가고 있어 우려의 시선이 깊다.

락앤락의 1분기 매출액은 1102억 원으로 전년대비 2.72% 감소했다. 매출액과 당기순이익도 각각 1109억 원, 67억 원으로 3%, 50% 가량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80억4800만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0%가까이 감소했다.

지난 5년간 평균 10%의 매출 신장을 이뤄왔던 것과 비교할 때, 감소폭은 미미하지만 성장세가 꺾였다는 신호로 여겨지고 있다.

이 같은 실적 부진의 원인으로는 두 가지 정도가 언급된다. 밀폐용기 특성상 사용주기가 길기 때문에 재구매가 이뤄지기까지의 시간 동안 새로운 수요 창출이 쉽지 않다는 점 때문이다. 또 유사 상품 및 브랜드 난립으로 인한 경쟁 심화 등도 원인으로 손꼽힌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매출의 감소는 더욱 큰 타격을 입힌 것으로 보인다. 락앤락 전체 1분기 매출에서 중국 매출이 차지한 비중은 47%로 전년 대비 9%포인트 감소했다. 그동안 중국 매출은 락앤락 전체 매출 비중의 절반 이상을 차지해왔다. 영업이익의 경우 70%를 차지한다.

중국 매출 감소는 중국정부의 부정부패 척결 움직임에 프리미엄 시장이 얼어붙은 데 따른 여파로 분석된다. 락앤락은 중국에서 ‘고급화’ 이미지가 강해 금융권 인사나 VIP등을 대상으로 한 선물용 제품으로 인기가 높았던 터라, 중국정부의 움직임에 직격타를 맞은 셈이다.

이밖에도 락앤락은 사업다각화를 선언하며 진출한 유아용품 ‘헬로베베’의 수익성 개선도 쉽지 않은 모양새다. 40억 원대의 매출을 올렸으나 그와 동시에 판관비도 전년 동기대비 100% 이상 증가했기 때문이다. 이에 증권가는 당분간 실적 호전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2년 연속 실적이 악화됐고, 신성장 동력으로 기대를 받았던 중국 유아용품 매출 성장 속도는 느려져 성장성 정체를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며 “대대적인 사업 모델 변화나 인수합병(M&A)과 같은 정책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안팎으로 부정적인 악재들이 잇달아 벌어지자 락앤락 내부에서도 힘겨워하는 눈치다. 락앤락 관계자는 “아직 6월밖에 되지 않았는데 많은 일들이 일어났다”면서도 “디자인 도용, 허위광고 등에 대해서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공정위의 경고조치는 말 그대로 ‘경고’다. 공정위 조치는 락앤락 제품에 환경호르몬이 검출됐는가가 아니라 ‘환경호르몬 100% 프리’라는 문구가 다소 단정적일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경고인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해당 문구는 이미 내부에서 시정해 사용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또한 “락앤락을 바라보는 우려의 시선들은 중국 내 부정부패 척결 정책에 따른 타격에 따른 것이다”며 “최근 아산공장 생산시설을 베트남으로 이전해 국내는 조립과 포장, 생산은 해외 공장과 국내 외주업체를 통해 고정비를 절감하는 등의 방법으로 수익성을 올리는 경영효율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seun897@ilyoseoul.co.kr 

박시은 기자 seun897@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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