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만에 강등된 포스코 “다음은 KT 차례” 긴장
20년 만에 강등된 포스코 “다음은 KT 차례” 긴장
  • 김나영 기자
  • 입력 2014-06-23 11:23
  • 승인 2014.06.23 11:23
  • 호수 1051
  • 2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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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역은 없다…떨고 있는 신용등급 ‘AAA’ 그룹

실적·재무상태 모두 합격점 이하…독점적 지위도 끝나
대표적인 국내등급 인플레…국제등급은 이미 ‘B’로 추락

[일요서울 | 김나영 기자] 현대자동차, SK텔레콤, KT, 포스코. 최상위 신용등급인 ‘AAA’는 국내 대기업 중 이 네 곳에만 허락돼 있었다. 그러나 포스코가 신용등급 강등으로 잠시 이 그룹에서 빠졌다가 다시 들어오면서 혼란이 일었다. 게다가 신용평가업계에서 포스코 다음 차례는 KT가 될 것이라는 예상이 힘을 받고 있다.

포스코의 신용등급이 한국기업평가의 신용평가 이래 처음으로 떨어졌다. 한국기업평가는 지난 11일 정기평가에서 포스코의 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낮췄다. 이어 13일 한국신용평가와 나이스(NICE)신용평가는 포스코의 신용등급을 그대로 유지하는 대신 등급전망을 부정적으로 떨어뜨렸다.

기업의 신용등급은 가장 최근에 부여된 두 차례 중 더욱 보수적인 쪽이 유효 신용등급으로 결정된다. 국내 3대 신용평가사인 한기평, 한신평, 나이스신평 중 한기평이 낮춘 신용등급으로 포스코의 유효 신용등급은 일시적으로 낮아졌다가 다시 회복됐다.

한기평 앞장선 후 한신평·나이스 ‘멈칫’

이와 같은 포스코의 신용등급 강등이 업계에 시사하는 바는 크다. 특히 AAA 신용등급 그룹에도 성역은 없다는 분위기가 확산됐다. AAA 그룹에 있던 기업의 신용등급이 강등된 것은 1985년 신용평가 제도 시행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포스코는 1994년 AAA 등급을 획득한 지 20년 만에 이 타이틀을 잃게 된 셈이다.

그간 포스코의 실적과 재무상태가 나빠진 데 대해서는 업계도 이견이 없다. 이번 신용등급 강등에서도 포스코가 수익성에서 전혀 합격점을 받지 못한 점이 컸다. 지난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 등 실적이 악화된 것은 물론 추가적인 개선 가능성도 당장은 없다.

이는 철강업황 전망이 밝지 못한 가운데 포스코의 독점적 지위마저 추락한 것과 관련이 깊다. 한기평은 “철강시장 둔화와 공급 과잉에 따른 경쟁 심화로 포스코의 수익성이 낮아져 등급을 낮췄다”면서 “그간 초과수요의 독점시장에서 초과공급 복점시장으로 전환됐고 포스코가 누리던 독점적 지위는 상당부분 약화됐다”고 언급했다.

또한 한신평과 나이스신평은 포스코의 독보적 지위는 다소 약화됐지만 경영전략 전환을 통해 재무구조가 개선될 가능성에 주목했다. 앞서 발표한 재무개선 방안의 경우 의지는 높지만 실현 여부에는 아직 물음표가 찍힌 것으로 여겨진다.

한신평은 “대규모 투자로 재무 부담이 확대됐으나 투자효과 창출이 지연돼 재무안전성 회복이 불확실하다”며 “최근 발표한 신경영전략 전환을 통해 투자소요 감축 및 비부채성 자금조달 확대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면 재무안정성 유지에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짚었다.

나이스신평도 “내년까지 현재 수준의 부정적인 철강시장 환경이 지속되거나 연결 기준 총차입금/감가상각전이익 지표가 4배를 초과할 경우 등급하향을 고려할 예정”이라며 “신용위험 완화의 주요 요인은 철강시장의 긍정적인 기조 전환, 경영전략 전환의 성과 등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더불어 포스코가 소위 국내 신용등급 인플레이션의 사례로 꼽혀온 것도 하향 원인으로 작용했다. 그간 국내 신용등급 AAA인 대기업 중 국제 신용등급이 가장 낮은 것은 포스코였다. 글로벌 3대 신용평가사인 무디스(Moody's), 스탠다드앤푸어스(S&P), 피치(Fitch)사는 포스코의 신용등급을 각각 Baa2, BBB+, BBB로 낮춘 상태다.

이는 가장 보수적인 국제 신용평가와 가장 긍정적인 국내 신용평가 간 차이가 8노치나 벌어지는 것이다. 때문에 한기평이 먼저 총대를 메고 포스코의 신용등급을 낮춘 것으로 해석된다. 한신평과 나이스신평도 등급전망을 낮춘 이상 다음 정기평가 때 포스코의 등급을 떨어뜨릴 가능성이 잔존한다.

현재 신용평가업계에서는 포스코 다음은 KT라는 후문이 돌면서 KT를 긴장시키고 있다. 사실 AAA 그룹을 보면 포스코보다는 KT의 신용등급 강등이 먼저 이뤄질 것이라는 예측이 종종 있었다. 각종 지표를 뜯어봐도 KT보다는 포스코가 나은 상황이다.

그럼에도 포스코의 신용등급이 먼저 떨어진 것은 KT를 향한 경고가 되기에 충분했다. 한기평과 한신평은 KT의 신용등급은 AAA로 유지하되 등급전망을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지표의 가시적인 개선이 없다면 신용등급 하향 압력이 높아질 것이라는 일종의 경고다.

이들 신평사는 KT의 수익성 개선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기평은 “대규모 명예퇴직 실시 등의 자체적인 비용절감 노력에도 불구하고 유선부문의 매출 감소 지속, 높은 마케팅 경쟁 강도 등 수익성 압박 요인이 상존하고 있다”고 짚었다. 한신평도 “새 경영진들의 수익성 개선을 위한 노력은 긍정적이지만 성과에 대한 불확실성은 큰 편”이라고 지적했다.

또 유선부문의 지속적인 매출 부진과 무선부문 마케팅 비용 2조 원, 순차입금 10조 원 등도 KT의 걸림돌로 꼽았다. 최근 실시한 구조조정과 관련해서도 1조6000억 원에 달하는 명예퇴직금 일시 지급이 재무부담을 끌어올릴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초를 들끓게 한 KT ENS 법정관리 역시 평판도를 하락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KT가 계열사의 손을 놓으면서 금융시장의 신뢰도가 저하되고 평판위험은 상승했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나이스신평은 KT의 계열사 정리를 오히려 중장기적인 차원에서 재무부담을 낮추는 긍정적인 요인으로 평가하기도 했다.

신용평가업계 관계자는 “KT의 신용등급이 당장 떨어지지는 않겠지만 연말로 갈수록 등급하향 압력이 높아질 수 있다”며 “포스코의 사례가 있는 만큼 KT 역시 수익성 개선과 재무구조 조정이 시급히 이뤄져야 그 전철을 밟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nykim@ilyoseoul.co.kr 

김나영 기자 nykim@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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