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이지혜 기자] “박유하 세종대 교수는 역사를 왜곡하고 피해자의 명예를 짓밟은 책 ‘제국의 위안부’를 당장 폐기하고 사죄하라.”
지난 19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와 나눔의 집 관계자 등 16명은 세종대학교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유하 일어일문학과 교수의 사죄를 촉구했다. 박 교수가 지난해 8월에 발간한 책 ‘제국의 위안부’에서 위안부 피해자들을 매춘부로 표현해 논란이 되고 있다.
‘제국의 위안부’는 위안부 문제를 국가의 문제가 아닌 제국의 문제로 바라보고 ‘위안부’를 재구성하고 일본의 사죄와 보상을 둘러싼 갈등에 대한 해결 방식을 제시한 책이다. 그러나 해당 도서는 “일본인·조선인·대만인 위안부의 경우 노예적이긴 했어도 기본적으로는 군인과 동지적인 관계를 맺고 있었다”, “(위안부는) 일본군 병사를 위로하고 응원하는 존재로 과거 일본의 전쟁범죄에 공범”, “위안부 피해자는 일본이 주체가 된 전쟁에 끌려갔을 뿐 아니라 군이 가는 곳마다 끌려 다녀야 했던 노예임이 분명했지만 동시에 성을 제공해주고 간호해주며 전쟁터로 떠나는 병사를 향해 ‘살아 돌아오라’고 말했던 동지이기도 했다” 등의 내용을 담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이같은 내용에 대해 피해 할머니들은 “저자는 책에서 위안부 피해자들을 매춘이나 일본국 협력자로 매도할 뿐 아니라 피해자들이 스스로 피해자라고 주장하면서 한일 역사 갈등의 주원인이 되고 있다고 기술했다”며 “허위사실을 기술해 위안부 피해자들의 명예를 훼손하고 정신적 고통을 줬다”고 밝혔다.
이에 지난 16일 ‘나눔의 집’에서 생활하는 위안부 피해자 이옥선(86) 할머니 등 9명은 서울동부지법에 ‘제국의 위안부’에 대한 출판·판매·발행·복제·광고 등을 금지해 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냈다. 또 한 사람에 3천만 원씩 모두 2억7천만 원을 지급하라는 내용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 및 명예훼손 혐의로 박 교수와 출판사 대표를 고소했다.
이날 이옥순 할머니는 “피가 끓고 살이 떨려서 말도 못하겠다. 박 교수의 책은 모두 거짓”이라며 “내가 왜 위안부가 되겠느냐. 나는 강제로 도살장 끌려가듯 끌려갔다”고 증언했다.
이들은 또 19일에는 세종대학교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국의 위안부’ 주장은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인권침해”라며 “우리나라 교수가 일본 극우주의자들이 하는 이야기를 당당하게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법률 대리인 박선하 안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위안부의 피해 사실은 유엔인권보고서와 피해자 진술 등 여러 증거에 의해 확립됐다”며 “대학 교수로서 역사를 왜곡하고 도덕적 의무를 저버렸으므로 세종대가 (박 교수를)파면 조치 내려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반면 박 교수는 지난 17일 자신의 SNS에 ‘고발과 보도에 대한 생각’이라는 글을 올리고 “언론보도에서 나의 글로 인용된 말들은 대부분 왜곡되어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 교수는 “할머니들이 원하는 사죄와 보상 방식에 대해 듣기 위해 몇몇 분들을 만났다. 가능한 많은 분을 만나고 싶었지만 공식적으로 만날 수 있는 할머니는 나눔의 집에 있는 분들뿐이었다”며 “정대협과 함께 행동하는 분들은 철저하게 격리되어 있었다. 할머니들은 온 국민과 대화하고 보호를 받는 것처럼 보이지만 개인정보보호라는 이름 아래 실상은 지원 단체와 정부의 관리 하에 놓여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매춘’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이유는 “문제를 제대로 보기 위한 기본”이라며 “군인에게 강제로 끌려간 이들이 없었다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의 한국인이 군인에게 강제로 끌려가 무상으로 노예처럼 강간 당한 이미지를 갖고 있다면 조선인 위안부의 중심이 될 수 없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또 ‘동지’ 표현에 대해서는 “그때 조선인 위안부는 엄연히 일본인으로서 그 곳에 거주했다”면서 “위안부 피해자는 어디까지나 일본인이라는 이름의 국민동원에 의한 피해자였다”고 설명했다.
일부 언론에서 박 교수가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맞고소 한다는 보도가 나왔지만 박 교수는 “맞고소를 한다고 말 한 적이 없다”면서 “아직 변호사도 만나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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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혜 기자 jhook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