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대한 자금 조달…점조직 존재할 것”
검경 무능론 문책성 인사 단행될 수도
[일요서울 | 나일산 프리랜서] 검찰은 최근 유병언씨를 검거하기 위해 대대적인 검거작전을 벌였지만 별다른 소득을 얻지 못했다. 대신 유씨 도우미로 보이는 주변인들을 조사하며 유씨를 압박하고 있다. 또 황교안 법무장관은 검찰 수사정보가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측에 전달됐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황 장관은 지난 18일 국회 정치ㆍ외교ㆍ국방ㆍ통일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새누리당 이재오 의원이 “유병언의 신병을 초기에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검거를) 놓친 이유가 무엇이냐”고 묻자 이 같이 답했다. 황 장관은 “유병언에 대해 처음부터 범죄가 확인된 게 아니고 청해진해운이 자금을 빼돌린 것을 역추적하다 보니 유병언 일가의 비리가 포착된 것”이라면서 “그 직후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구인장을 발부받아 바로 검거에 나섰지만 이 과정에서 하부 선에 대한 조사가 진행되다 보니 (검찰의 수사)정보가 유병언에게 전달됐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유씨 수사와 관련, 법무부장관을 비롯해 검찰 경찰 문책론이 대두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도피 중인 유씨를 쫓고 있는 검찰은 도피를 돕고 있는 세력들을 잇따라 구속 조치함과 동시에 유씨의 자금줄을 차단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그러나 검찰 주변에서는 구원파 신도들이 점조직 형태로 유씨를 돕고 있어 유씨의 도피행각이 장기화 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 적지 않다.
지명수배 중인 유병언(73·지명수배) 전 세모그룹 회장의 도피를 도운 혐의(범인도피)로 기독교복음침례회(구원파)의 50대 여신도 김모씨에 대해 청구한 구속영장이 지난 18일 발부됐다.
이날 김씨에 대한 구속전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맡은 인천지법 최의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범죄 혐의가 소명되고 도주 우려가 있다”며 영장 발부 사유를 밝혔다.
인천지검 특별수사팀(팀장 김회종 2차장검사)에 따르면 구원파 평신도어머니회 소속인 김씨는 유 전 회장의 도피를 도운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김씨가 영향력이 강한 평신도어머니회의 핵심 간부로서 다른 '엄마'들과 함께 유 전 회장의 도피계획을 지휘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검찰 일각에서는 김씨가 금수원 안에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김엄마’ 김명숙(59·여)씨나 ‘신엄마’로 불리는 신명희(64·구속)씨보다 서열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김씨를 상대로 유 전 회장의 도피와 관련된 구체적인 역할, 유 전 회장의 도주 경로 및 은신처 등을 보강 수사할 계획이다.
앞서 검찰은 유씨의 차명재산을 관리해온 것으로 알려진 조평순(60) 삼해어촌영어조합 대표를 조사 중이다.
또 검찰은 유씨의 또 다른 차명재산 관리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유씨의 처남 권오균(64) 트라이곤코리아 대표에 대해 지난 6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서울 강남구 도곡동 자택에서 업무상 배임 혐의로 권씨를 긴급 체포한 뒤 인천지검으로 압송해 강도 높은 조사를 벌이고 있다. 권씨는 트라이곤코리아의 경영을 맡은 뒤 기독교복음침례회(구원파)로부터 서울 용산구 삼각지에 있는 교회를 재건축해주겠다며 회사 명의로 280억 원을 빌린 뒤 40억 원 상당을 유 전 회장 일가에게 전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지난달 9일 트라이곤코리아 압수수색 이후 잠적했던 권씨가 유씨의 도피 자금을 댔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 유씨와의 접촉 여부 등을 추궁하고 있지만 권씨는 시종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검찰은 최근 유씨의 장남 대균(44)씨의 측근이자 비자금 관리인으로 지목받고 있는 이완기(57)씨에 대해서도 범인도피은닉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지난 12일에는 유씨 일가의 계열사인 모래알디자인의 김모(55·여)이사를 서울 역삼동 사무실에서 긴급체포했다.
김씨는 유씨의 핵심 측근으로 계열사 경영과 관련해 여비서 역할을 맡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유씨와 함께 도피하다 구속된 신모(33·여)씨가 유씨의 취미생활인 사진작품 활동을 도와줬다면 김씨는 경영과 관련해 유씨를 근거리에서 도운 인물이라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검찰은 김씨에게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를 적용했다. 모래알디자인은 유씨의 장녀 섬나(48)씨가 운영하는 업체라는 점에서 유씨를 도왔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이에 검찰은 김씨를 상대로 유씨 일가의 횡령 및 배임에 어떤 식으로 관여했는지, 현재 유씨의 소재를 알고 있는지 등을 추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막대한 자금 조달책 역정보 흘려
이처럼 검찰이 유씨의 차명재산 관리인들을 체포하거나 연달아 소환, 도피 자금줄을 차단하는 등 압박하고 있지만 여전히 그의 행방은 오리무중이다. 유씨의 도피가 장기화되면서 검찰과 경찰로 구성된 추적팀과 수사팀에 비난여론이 빗발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도 “유병언 전 회장을 아직까지 잡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며 검찰과 경찰을 질타한 바 있다.
신출귀몰한 유씨의 도피행각과 관련해 사정기관 주변에서는 여러 말들이 나오고 있다.
유씨의 도피행각이 마치 검찰과 경찰을 조롱하듯 진행되자 그의 상상을 초월한 도피행각을 두고 일부에서는 “조직적으로 돕는 세력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라며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심지어 유씨의 신출귀몰한 도피극과 관련, “유씨의 도피를 돕는 세력이 구원파 뿐만 아니라 수사당국 내부에도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점점 커지고 있다.
검찰 주변에서는 “유씨가 수사당국 내부의 정보를 내부자들로부터 입수한 것 같다”는 말과 함께 “유씨에 대한 수사가 시작될 때 이미 도피와 관련된 모든 시나리오가 치밀하게 준비됐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검찰 안팎에서는 “유씨와 그의 핵심측근이 이미 해외로 빠져나갔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말과 함께 “이미 외국에 은신처와 해외 도피자금은 물론이고 숨은 조력그룹까지 확보한 상태”라는 소리도 들린다.
검찰 주변에서 밀항을 통해 이미 해외로 빠져나갔다는 말이 파다하다. 사정기관은 유씨가 중국을 통해 제 3국으로 이동 중이라는 첩보를 입수하고 사실관계를 확인 중에 있다.
일각에서는 유씨의 도피극을 두고 “치밀하게 준비된 대국민 사기극일 수도 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유씨 일당의 조직적 교란작전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10만 명에 달하는 유씨 추종자들 즉, 구원파 신도들이 온갖 허위정보를 검경에 흘려 수사를 방해하고 그 틈에 유씨가 밀항한 것 아니냐는 소리다. 유씨가 해외로 빠져나간 것으로 드러날 경우 신도들이 흘린 역정보에 검경이 휘둘리다 유씨를 놓친 꼴이라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정·관·재계 인맥 소문 난무
검찰 일부에서는 유씨 외에도 유씨 일가족 중 상당수가 정치권을 비롯해 각계에 넓은 인맥을 형성하고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유씨 일가의 인맥들 그룹에는 구원파 신도 여부와 관계 없이 권력, 정보를 장악한 전문가 집단이 참여해 있을 것이라는 게 검찰의 분석이다.
정부와 검·경 추적팀은 유씨 검거에 애를 태우고 있는 가운데 최근 유씨의 인맥을 두고 이런저런 말들이 무성하다. 특히 유씨의 정·관·재계 인맥을 놓고 온갖 소문들이 난무하고 있다. 심지어 유씨의 최측근이 현 정권 핵심실세와 유씨 사이의 로비스트 역할을 했다는 말까지 들리고 있다.
구원파 조직원들의 행동과 유씨의 도피행각을 살펴보면 구원파 신도들이 매우 치밀하게 조직적으로 움직이고 있을 뿐만 아니라 검찰 경찰 정보 수집과 활용시스템을 꿰뚫고 있다. 여기서 의심스러운 것은 구원파에서 흘리는 역정보를 검경이 거르지 않고 그대로 받아들이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는 점이다.
심지어 검찰 내부에도 유씨 도우미가 존재할 것이라는 말이 적지 않다. 검찰은 지난 4월20일 유씨와 그의 장남 대균씨 그리고 청해진해운 김한식 대표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내렸다. 그러나 검찰의 이 같은 조치는 유씨의 차남인 혁기씨를 비롯해 최측근 김혜경·김필배 등이 이미 해외로 탈출한 뒤에 이뤄졌다.
5월24일 1시 경 검경이 구원파 신도가 운영하는 순치재 인근의 염소탕 식당을 급습했을 때 구원파 신도인 변모씨 부부는 식당 문을 걸어 잠그고 40여 분간 저항했다. 검·경이 같은 날 오후 3시 300m 떨어진 숲속의 별장을 급습하자 유병언 여비서 신모 여인만 있었다. 신씨는 영어만 쓰면서 30여 분간 수사팀 발목을 잡았다.
검찰은 변씨 부부, 신씨 등이 시간을 버는 사이 유병언이 도주한 것으로 보았다. 유씨는 측근인 운전기사 양모씨와 함께 이날 밤 EF소나타 차량을 타고 달아났다는 설명이었다. 4일 뒤인 지난 29일 전라북도 전주에서 문제의 EF소나타 승용차가 발견됐다. 이 차량은 지난 25일 오전 전주의 한 장례식장 주차장에 주차했고, 유병언으로 추정되는 남성이 검은 상복 차림 여성과 함께 내리는 모습이 장례식장 CCTV에 찍혔다.
이 남성은 유병언과 비슷한 체격·헤어스타일에 다리를 저는 모습까지 비슷했다. 그러나 검찰 확인 결과, 유씨가 아니라 운전사 양씨였다. 양씨는 주차장에서는 다리를 저는 듯 유씨 흉내를 냈지만 8분 뒤 주변 CCTV에는 멀쩡하게 성큼성큼 거리를 걷는 모습이 포착됐다. 이 같은 치밀한 ‘교란작전’은 검경의 수사 메커니즘을 모르면 구사하기 어렵다.
이태종 구원파 대변인은 지난달 28일 밤 일부 기자들에게 먼저 전화를 걸어 “유 전회장이 잡힌 것으로 안다. 검찰이 고의적으로 체포 사실을 발표하지 않고 있는 것 같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확인 결과 사실무근이었다. 교란을 위해 헛소문을 퍼뜨린 것이다.
구원파에 휘둘리는 검경
구원파의 집결을 두고도 다양한 분석이 나오고 있다. 검찰 등은 구원파의 결집에 대해 유씨가 신변에 위협을 느끼고 지난 5월 경 금수원으로 숨어들자 유씨를 보호하기 위해 신도들이 집결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리고 ‘종교의 자유’를 이유로 금수원 문을 걸어 잠근 구원파는 같은 달 18일 금수원 공개에 나섰다. 이어 검찰이 금수원에 들어갔을 때는 유씨는 이미 종적을 감추고 없었다. 검찰은 지난 5월17일 토요예배 이후 유씨가 신도의 차에 숨어 금수원을 빠져나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검찰 주변에서는 신도들을 동원해 시선끌기 교란작전에 검찰이 속은 것일 수도 있다는 분석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유씨가 이미 5월3일 금수원을 빠져나갔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유씨는 금수원으로 아예 가지 않았을 수도 있다. 그러면서 마치 금수원 안에 있는 것처럼 시선을 끌면서 밀항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금수원 안으로 들어갈 경우 독 안에 든 쥐가 될 것이 뻔한데, 숨어든다는 것은 다소 서툰 짓”이라고 말했다.
검찰 내부 소식에 밝은 한 인사에 따르면 검찰은 유씨가 순천에 있다며 유씨를 추적할 때 그가 순천에 머물고 있다는 확신이 없었다. 그럼에도 검찰은 금수원을 빠져나온 유씨의 은신처가 순천의 순치재 인근의 별장이라고 단정하고 전력을 쏟아 부었다. 검경 추적팀이 오히려 세간의 시선을 순천에 집중시켜 유씨의 탈출을 도운 셈이다.
검찰은 지난달 25일 이후 유씨가 여전히 순천 인근을 벗어나지 못했다고 수차례 밝혔다. 또 같은 달 30일에도 “핵심측근들과 통화내역 등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유병언이 순천에 머물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31일에는 유씨가 순천의 신모 여인을 대신해 또 다른 30대 박모 여인과 함께 도피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유씨를 놓친 뒤 서울 강남 일대와 ‘구원파의 총본산’인 경기 안성시 금수원 일대에 잠복해 달라고 경찰에 요청했다.
한편 일부에서는 정부가 세월호 참사로 상당한 후폭풍과 역풍을 동시에 맞게 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정부는 세월호 참사로 악화된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유씨에 화살을 돌리고 그의 체포 카드를 꺼내들었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로 정부와 해경의 무능력이 드러난 데 이어 유씨 검거 장기화로 검찰 경찰의 무능력까지 들춰지는 꼴이 되고 말았다. |
만약 유씨가 이미 해외로 도피했거나 국내에서 종적을 감춰 검찰이 유씨 검거에 사실상 실패하게 되면 세월호 참사 뒷수습은 사실상 불가능해지게 된다. 이렇게 되면 박근혜 정부는 ‘무능론의 늪’에 빠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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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일산 프리랜서 ilyo@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