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명철회 하기에도 부담 스럽다”… 후폭풍 걱정
귀국한 박 대통령 순방 보따리 문창극 없다?!
[일요서울 | 홍준철 기자] 친박 주류인 서청원 새누리당 의원이 가장 먼저 박근혜 대통령이 임명한 문창극 총리 내정자에 대해 사퇴 종용을 피력한 것을 두고 정치권에선 해석이 분분하다. 7.14 전당대회에 출마를 선언한 서 의원은 고령의 나이와 과거 감옥에 2번이나 갔다온 경력이 아킬레스건이지만 ‘박심’을 등에 업고 출마를 했다.
당연히 친박 주류의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고 무엇보다 박 대통령의 의중이 중요하다. 하지만 6.4 지방선거에서 박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대구에서 친박 주류 후보가 경선에 탈락하고 친이계 소장파 권영진 후보가 당선된 것은 친박 주류에 대한 영남권 민심이 얼마나 안 좋은지 표출됐다.
또한 서울 시장 경선에서 ‘박심’을 등에 업은 김황식 후보가 친이계 비주류 정몽준 후보에 맞서 경선에 패했고 연이어 친박 주류인 황우여 의원이 국회의장직 선출에 친이계 중립적인 정의화 의원에게 고배를 마신 것을 목도한 서 의원이다.
단순히 ‘박심’에 기대어 출마를 했지만 뒤늦게 발동을 건 ‘친박 프레임’으로 선거에서 당선이 쉽지 않음을 간접적으로 알 수 있는 사건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친일 식민사관’ 논란에 빠진 문 후보자의 등장은 서 의원으로 하여금 고도의 친박 프레임을 발빠르게 걸기 위한 시도였다는 게 당내외 평이다.
무엇보다 중립성향의 수도권 표심과 친박계로 분류되는 20여 명에 달하는 초선 의원의 문 후보에 대한 비토는 “이러다 집토끼도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감도 자진사퇴 주장에 한몫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서 대표의 이런 문 후보에 대한 선제 공격은 김무성, 이재오 당내 중진 의원들이 뒤늦게 합류하면서 어느 정도 효과를 본 게 사실이다.
나아가 문 후보자의 거취 여부가 길어질수록 박 대통령뿐만 아니라 ‘박심’에 기대 출마한 본인에게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는 내부 평가도 작용했다. 또한 문 후보자가 충주 출신으로 충청도를 배려해 총리에 내정됐지만 세종시 이전 당시 반대한 이력이 알려지면서 거꾸로 충청도로부터 비판을 받고 있어 충청표를 의식한 현실적 계산도 무시할 수 없었다.
결국 박 대통령과 공동운명체인 서 의원으로서 문 후보자의 낙마에 따른 박 대통령의 ‘조기 레임덕’을 사전에 방지하고 자진 사퇴를 종용해 ‘문창극 후폭풍’을 최소화하기 위한 고육지책에서 나온 전략적 발언이었다는 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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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철 기자 mariocap@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