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국정원 직원, "이병기 내정자 노태우정권 이병장으로 통해"
전직 국정원 직원, "이병기 내정자 노태우정권 이병장으로 통해"
  • 홍준철 기자
  • 입력 2014-06-23 09:32
  • 승인 2014.06.23 09:32
  • 호수 1051
  • 4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뉴시스>

[일요서울 | 홍준철 기자] 이병기 국정원장 후보자에 대한 야권의 공격이 집중되고 있다. 야권에서 문창극 총리 후보자는 “이미 식물인간이 됐다”는 판단하에 화력을 집중하고 있다. 공격 포인트는 97년 북풍공작 개입 의혹과 2002년 차떼기 스캔들에 맞춰져 있다. 하지만 국정원 고위 간부로 재직한 전직 직원 P씨는 일요서울과 전화 인터뷰에서 “해외파트 업무를 주로 담당한 인사로 이 후보자가 직접 북풍공작을 할 그릇도 안되고 역량도 안 된다”고 일축했다. 또한 2002년 차떼기 스캔들 역시 단순 ‘심부름꾼’이라며 국정원 수장으로서 자질이 부족하다고 일갈했다.

외시 출신의 이병기 국정원장 후보자에 대한 야권의 인사검증이 본격화되고 있다. 문창극 총리 후보자 인사 검증 그늘에 가려 언론의 관심에서 멀어져 있었지만 야권이 문 후보자의 자진사퇴가 명약관화한 상황에서 칼날이 이 후보자를 겨냥하고 나섰다. 그 시작은 새정치민주연합 박지원 의원이 19대 후반기 정보위원회에 들어가면서 “철저하게 검증하라”고 야당몫의 정보위원장에게 주문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박 의원은 이미 국회인사청문특위 위원장으로 내정된 상황이다.

야당의 주된 검증 대상은 97년 북풍 공작 사건 당시 이 후보자의 역할과 함께 2002년 한나라당이 ‘차떼기 스캔들’에 걸릴 때 불법정치자금 전달자로서 도덕성 문제를 검증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정형근만한 뿌리가 없다” 우려

북풍 사건은 1997년 12월 대선을 앞두고 이회창 후보가 김대중 후보에게 여론조사에서 크게 뒤지면서 대선 가도에 빨간등이 켜지자 안기부가 공작한 사건이다. 안기부는 당시 국민회의 고문을 하다 1997년 월북한 오익제의 편지를 그해 12월 6일 공개했다. 대선을 불과 며칠 앞둔 시점이었다.

또한 12월 11일에는 재미교포 윤홍준으로 하여금 김대중 후보가 대북 접촉을 했고 북한의 자금을 받았다는 식의 비방 기자회견을 하게했다. 이 사건은 권영해 안기부장이 지시를 했고 2차장 해외파트를 담당했던 이 후보자가 실질적인 역할을 담당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 이에 대해 이 후보자는 “해외에 있어 공작 사실을 몰랐다”며 발뺌을 하다 검찰 조사과정에서 “이대성 해외조사실장에게 지시한 사실이 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당시 국정원에 이 후보자와 함께 근무했던 전 고위간부였던 P씨는 “당시 국내파트는 박일용 전 안기부 1차장과 임경묵 전 안기부 102실장이 주도했고 이 후보자는 해외파트라 직접적인 공작에 개입하기는 힘들었을 것”이라며 “단지 이회창 신한국당 후보를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해 안기부에 근무하면서 간접적인 지원 역할을 할 수는 있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후보자가 북풍 공작 사건을 통해 ‘이회창 대통령 만들기’에 일조하려고 침소봉대한 것이지 실상은 남이 차린 밥상에 ‘숟가락을 올린 것뿐’이라는 주장이다. 이 인사는 “야당에서 인사청문회를 맞이해 공격하기 좋은 호재로 삼을 뿐이다”라며 “이 후보자는 순수한 안기부 출신이 아니고 정형근 의원처럼 뿌리가 깊지도 않다. 외시에 합격해 들어온 외부 관료 출신으로 주류도 아니라서 중추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다”고 평했다.

한편 2002년 대선에선 이회창 한나라당 대선후보 정치특보를 담당한 이 후보자는 ‘후보자 매수 혐의’로 약식 기소돼 1000만원 벌금을 부과받기도 했다. 1998년 3월 안기부를 떠난 이 후보자는 민주당 후보인 노무현 후보에 맞선 이회창 후보 당선을 위해 뛰었다. 이 후보자는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탈락한 이인제 후보측에 5억 원 상당의 금품을 전달한 장본인으로 지목됐다. 돈 전달 목적은 ‘한나라당에 유리한 역할을 해달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었다.

“이병기? 공작할 그릇이 안 된다”

결국 이 후보는 민주당을 탈당하고 자민련에 입당해 이회창을 지지하면서 이 후보자에게 유리한 국면을 만들었다. 특히 5억 원은 대기업으로부터 이회창 후보를 지원하기위해 조성된 불법 정치자금으로 이 후보자가 ‘자금 모금책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이 후보자는 ‘단순 전달책’으로 법원에서 판단해 2004년 약식 기소로 벌금 1000만원을 부과했다.

전직 국정원 직원 역시 법원의 판단이 맞을 공산이 높다고 지적했다. P씨는 “단순 심부름꾼일 공산이 높다”며 “이 후보자가 기업들로부터 돈을 걷을 정도로 그릇이 크거나 대범한 인물이 아니다”고 일축했다.

이어 그는 “관료 출신의 한계가 있고 자신의 능력보다는 남 덕분에 빛을 본 사람으로 안기부 2차장 재직때에도 동료들 사이에서 노태우 대통령을 ‘노하사’로 이병기 차장을 ‘이병장’으로 부르기도 했다”고 평가절하했다. 이 후보자는 노태우 전 대통령이 민정당 총재시절 보좌역을 맡았고 이어 노 대통령 정권 시절엔 청와대 의전수석비서관을 거쳐 안기부 특보, 2차장을 지냈다.

P씨는 야권에서 이 후보자를 두고 ‘정치 공작의 달인’이라는 평에 대해서도 일축했다. P씨는 “정치 공작은 국내파트 담당이다. 해외파트는 순수 공작부서로서 외교관 신분 성격이 강하다”며 “오히려 국내 파트에 근무했던 같은 경복고 출신의 오종소 차장이 그릇이 컸다”고 회고했다.

한편 P씨는 사견임을 전제로 ‘관료화’되는 국정원 분위기를 우려했다. 그는 “전두환 노태우 안기부 시절에 비하면 현재 국정원이 적극적으로 전투에 나서지 않고 있다”라며 “투사는 없고 국정원 전 직원이 참모로 변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또한 “현재처럼 대한민국이 국내외적으로 위기지만 정면으로 돌파할 간 큰 인물이 없다”며 “김만복, 원세훈 국정원장을 거치면서 정치적 꼼수가 난무하고 국정원 직원이 단순한 ‘월급쟁이’로 전락했다”고 비판했다.

“국정원에 간 큰 인물이 없다”

이어 그는 “이런 기류가 이병기 후보자가 출연하게 된 계기고 시대적 흐름이라면 어쩔 수 없다”면서 “하지만 위에서 지시만 하고 책임은 안지는 풍토로 하급직원들을 억울하게 하는 사례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이런 국정원 분위기에 이 후보자가 시대에 맞고 국정원 역할에 맞는 사람인지 우려되지 않을 수 없다”고 회의감을 표출했다.

한편 이 인사는 과거에 비해 인사청문회가 도입되면서 대한민국 사회가 ‘많이 깨끗해진 게 사실’이라면서 청문 대상자들에게 충고도 아끼질 않았다. P씨는 “요즘 청문회는 후보자 약점드러내기에 너무 혈안이 돼 있다. 사람이 3~40년 넘게 살면서 안마시술소, 용돈 안 받은 사람이 얼마나 되겠느냐”며 “이럴수록 후보자가 언론사에 잘못한 것에 대해 시인하고 용서를 구하면서 ‘도와달라’고 하면 할 말이 없다. 그런데 잘못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이게 다시 흠이 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언급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내가 국정원 시절 검찰을 담당하면서 이런저런 고위 인사들을 만나고 접해봤다”며 “결론은 일 잘하는 사람치고 사사로운 문제가 없는 사람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mariocap@ilyoseoul.co.kr 

홍준철 기자 mariocap@ilyoseoul.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