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청원 “불출마 종용”에 홍문종 출마 강수
‘괴문서’에 시달린 홍문종, 청와대와 멀어졌다?

[일요서울 | 박형남 기자] 지난 16일 ‘친박 주류’ 홍문종 의원이 전당대회에 출마하겠다고 밝혔다. 홍 의원의 출마로 사실상 친박계 교통정리가 끝난 것이나 다름없다는 게 여권의 반응이다. 그동안 ‘출마냐, 불출마냐’를 놓고 고민했던 홍 의원이 친박계이자 TK지역 출신인 김태환 의원을 설득하고 출마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친박 핵심이자 여권의 큰 어른인 서청원 의원과의 ‘미묘한’ 불협화음도 들려 관심을 끈다. ‘친박 주류’인 두 사람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친박 주류, 정말 교통정리 됐을까.”
전당대회에 출마한 서청원-홍문종 의원을 두고 요즘 여권에서 나오고 있는 말이다. 이에 대해 친박 주류 측 한 관계자는 “홍 의원의 출마 의사가 강해 김태환 의원을 만나 의사를 전달했다”며 “김태환 의원은 3명의 친박 후보가 출마하면 친박 표가 분산될 것을 염려해 불출마를 선언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1943년생 김 의원의 나이도 걸림돌이었다. ‘원로급 인사’들이 대거 전대에 출마한 상황에서 자신이 출마하게 되면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얘기를 꺼낸 것으로 알고 있다. 일련의 과정을 거쳐 김 의원 대신 홍 의원이 출마를 하게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홍문종, 친박 주류 만류 전대 출마 강행 왜?
서 의원 측에선 홍 의원의 출마에 난색을 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서 의원은 홍 의원 대신 TK지역 인사인 김태환 의원의 출마를 원했다. TK지역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향수가 강한데다 선거인단 비율도 높아 ‘서청원-김태환’으로 표심을 끌어올 수 있기 때문이다. 서 의원으로서는 교통정리가 필요할 수밖에 없다.
급기야 전당대회 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몇 시간 앞둔 지난 15일, 홍 의원은 서청원 의원과 최경환 경제부총리 후보자와 3자 긴급회동을 가졌다. 그 후 홍 의원은 출마 기자회견 일정을 취소했고 다음날인 16일 출마를 선언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친박 주류’가 모인 3자회동에서 어떤 얘기가 오갔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여권 관계자들에 말에 따르면 최근 여론조사에서 서 의원이 김무성 의원에게 크게 밀리는 것으로 나타나 긴급회동이 이뤄졌다고 한다.
이 자리에서 서 의원과 최 부총리 후보자가 홍 의원에게 불출마를 권유했다는 것. 홍 의원이 출마할 경우 수도권 및 친박계표가 분산돼 서 의원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홍 의원은 서 의원과 최 부총리 후보자의 제의를 거부하는 등 불쾌감을 표출했고 험악한 분위기까지 연출됐다는 후문이다.
이에 대해 홍 의원은 ‘3자회동’에 관련해 “그분들(서 의원과 최 의원)에게 출마 선언을 한다는 말씀을 드린 것이지 특별히 교통정리를 하거나 그런 건 아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여권에선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일부에선 괴문서를 둘러싸고 검찰이 조사하고 있다는 소문이 나돌면서 이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전당대회에 출마한 것 아니냐는 루머가 돌고 있다. 또 다른 한편에서는 친박 주류조차 와해되는 분위기라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여권 한 관계자는 “지방선거 공천 당시 홍 의원과 관련된 정체불명의 괴문서가 돌았다. 부적절한 사생활부터 검찰이 내사를 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로 인해 친박 주류 A씨와 문고리 권력 3인방(이재만, 정호성, 안봉근) 측 한 인사가 홍 의원에게 사무총장직을 내려놓으라고 권유했다. 그리고 차차기 원내대표를 노리라는 말이 나돌았다. 이 과정에서 청와대와 멀어졌다는 소문도 나돌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괴문서가 친박 주류인 서 의원 측으로부터 나왔다는 얘기를 홍 의원 측 인사들이 자주하고 다녔다”고 덧붙였다.
그 당시 [일요서울]이 여권 핵심 당직자 A씨 괴문서에 대한 보도를 한 바 있다. 이때 괴문서 실체를 놓고 친박주류 간의 내부 총질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관계가 서먹서먹했다는 후문이다.
이처럼 친박 주류간의 이상기류가 포착된 가운데 전당대회 준비 과정 곳곳에서 파열음이 들려온다. 홍 의원과 서 의원이 겉으론 ‘친박 교통정리가 됐다’는 분위기지만 그 내막을 들여다보면 꼭 그렇지 않다.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서 의원과 홍 의원 측은 친박간의 교통정리가 됐다는 점을 적극 활용해 표를 얻는 게 첫 번째 목표다. 친박 후보 2명에 대한 표의 분산이 없이 선거인단의 1인 2표를 모두 가져가겠다는 계산이다. 그렇지 않은 경우 단 한 표라도 챙기겠다는 것.
실제 전국에서 가장 많은 대의원 수를 보유하고 있는 경기도에서 ‘맹주’격인 홍 의원은 1표를 얻어, 최고위원 자리를 꿰차겠다는 계획이다. 여기에는 서 의원에게 한 표를, 다른 한 표는 홍 의원에게 달라는 것이 전제조건이다. 하지만 이러한 분위기를 쉽게 찾아볼 수 없다. 서 의원에게 한 표를 줘야 한다는 말이 쏙 들어간 듯 한 분위기다.
실제 홍 의원 측 주변 인사들 사이에서는 “서 의원과 김무성 의원 중 한 표는 둘 중 아무 곳에 던져도 다른 한 표는 자신들이 가져가야 한다”는 말을 공공연하게 하는 것도 이런 까닭에서다. 또 일부에선 서청원-김무성 의원 사이를 놓고 눈치 보이는 이들을 영입해 1표는 꼭 챙기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는 말도 들린다.
서청원은 당권 올인 홍문종은 대권 초점
두 번째로 서 의원은 ‘당권’에, 홍 의원은 ‘대권’에 방점을 찍은 모습이다. 서 의원은 ‘친박 어른’으로 불리며 현 정권 실세로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홍 의원은 ‘실세 중 실세’로 사무총장 겸 공천관리위원장을 맡으며 대패할 것으로 보였던 지방선거에서 선전했다. 이 때문에 홍 의원은 전당대회를 기점으로 김무성 의원과 함께 대선을 위한 발판을 다질 것으로 보인다.
홍 의원 측 인사들도 이에 ‘부정’하지 않고 있다. 홍 의원 캠프에서 활동 중인 한 인사는 “전당대회에서 서 의원은 ‘당권 장악’ 여부가 관건이지만 홍 의원은 ‘대권’을 노릴 수 있느냐 없느냐를 판단하는 기준이 된다”며 “친박계 내에서 마땅한 대권주자가 현재로선 없다. 김무성, 김태호, 홍준표 의원 등이 거론되고 있으나 대부분 비박성향의 인사들이다. 때문에 친박 주류 대권 후보로 발돋움해보겠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고 귀띔했다.
이어 “전대 출마가 홍 의원에게는 전혀 손해 볼 장사가 아니다. 서 의원으로서는 당권을 잡지 못하면 상처가 크지만 홍 의원은 그다지 크지 않다. 전당대회를 통해 최고위원을 하지 못하면 미방위원장으로 돌아가면 되는 것 아니겠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홍 의원의 이러한 행보에 대해 정치권 일각에선 “친박계가 분화됐다”고 분석했다. 사실 박 대통령은 특정사안에 대해 구체적으로 지침을 내리지 않는 스타일이다. 따라서 이번 전당대회처럼 민감한 시점에서 특정 후보를 지지하기 어렵다는 게 당내 분위기다. 더 나아가 친박 주류 내부에서조차 미묘한 불협화음이 발생한 이상 ‘자기정치를 하겠다’는 신호탄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서청원, TK주자 박창달 띄워 김무성 ‘견제’
한편, 최근 서 의원이 TK지역을 대표하는 출마자가 없어 TK지역 인사를 내세우려고 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실제 여권 안팎에선 서 의원이 TK지역 몫으로 박창달 전 의원을 출마시켰다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돌고 있다. 친이계 대표주자인 박 전 의원을 내세워 김무성 의원의 표를 빼앗겠다는 계산이다. 그러나 일부에선 “그 효과는 미미할 것”이라고 말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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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남 기자 7122love@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