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첨단 감시 장비 갖춘 ‘철창행’
결국 첨단 감시 장비 갖춘 ‘철창행’
  • 김정욱 
  • 입력 2005-06-07 09:00
  • 승인 2005.06.07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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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도둑질도 첨단장비가 없으면 안된다?’ 최근 기상천외한 첨단 장비를 이용해 절도 행각을 벌인 절도범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 절도범은 빈 집과 사무실 등에 침입해 범행 현장에서 직접 보석 감정기를 이용해 진품을 확인하고 다이아몬드 등을 훔쳤다. 특히 범인은 범행현장을 이웃 주민들에게 들켰을 때 경찰 행세 하는 대담함까지 보였다.서울 서초경찰서는 지난 2일 빈집을 돌며 100여 차례에 걸쳐 보석을 훔쳐온 강모(33)씨에 대해 특가법상 절도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강씨는 지난 해 4월부터 최근까지 서울 강남 일대를 돌아다니며 집과 사무실 등 100여 곳에서 보석과 현금을 훔친 혐의를 받고 있다는 것.

지난해 9월까지 강씨는 정모(34)씨, 박모(32)씨 등과 함께 3인조로 활동했다. 함께 빈집을 털어오던 정씨와 박씨가 지난 해 9월 다른 곳에서 절도를 벌이다 구속되자 강씨는 최근까지 혼자서 보석과 현금을 털어왔다. 정씨와 박씨는 현재 구속 수감중이다.강씨와 그 일당들이 주로 노린 곳은 부유층이 많이 사는 강남지역이었다. 특히 이들은 보안시스템이 설치돼 있지 않은 집과 사무실을 집중적으로 노린 것. 절단기 등을 이용해 문을 부수고 침입해 절도 행각을 벌인 강씨 일당이 지금까지 훔친 보석과 현금은 5억원 어치 정도다. 경찰조사 결과 이들은 범행 현장에서 직접 진품을 확인하며 진짜 보석만을 골라 훔치기 위해 보석 감별기를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흔히 ‘다이아몬드 테스터기’라고 부르는 이 보석 감별기는 크기와 종류가 다양하다. 이들이 사용한 보석 감별기는 담배갑 크기의 4분의 1 정도의 초소형이다.

시중 보석상가에서 구할 수 있는 이 기계의 가격은 100만원 가까이에 이른다. 첨단 장비라고 할 수 있는 이 보석 감별기는 진짜 다이아몬드를 감별해 낼 때 주로 이용한다. 이에 강씨 일당이 주로 노린 보석은 다이아몬드다. 이 보석 감별기를 다이아몬드에 갖다 대면 기계는 보석의 단단함 등을 감지, 경도 10 이상이면 진짜임을 알려주는 신호음을 낸다. 보석 감정사들의 경우는 현미경, 굴절기, 편광기 등을 이용해 보석을 감정하지만 일반인들이 진짜 보석을 알아내기에 이 기계는 아주 유용하다. 보석 감정사들에 따르면 보석 감별기의 정확도는 99%에 이른다고 한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보석 감별기는 미국 제품이 대부분이다.

강씨 일당은 빈 집을 털며 경찰행세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빈 집을 털다 이웃주민들에게 들킬 경우를 대비해 경찰 수첩과 수갑 등을 가지고 다니는 치밀함까지 보였다. 강씨 등은 이웃주민을 만났을 때 경찰 마크가 찍힌 수첩을 일부러 떨어뜨리거나 수갑을 보이게끔 소지해 이웃주민들은 이들을 경찰로 알고 안심했다. 경찰은 강씨가 이미 구속된 정씨, 박씨와 더 많은 범행을 저질렀을 것으로 보고 수사중에 있다. 경찰 행세를 하며 보석 감별기까지 이용해 진짜 보석을 털던 강씨 일당은 결국 진짜 경찰에 의해 철창 신세를 지게 됐다.

김정욱  jkim@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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