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합석을 하게 된 두 사람은 급속히 가까워졌다. 재벌딸 위장해 의도적 접근윤씨는 문씨가 의사인 것을 알게되자 더욱 호감을 느꼈다. 윤씨는 문씨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하기로 마음먹는다. 서울대 출신에 미혼인 의사 문씨의 호감을 사기 위해 윤씨는 E여대를 졸업한, 대형 건설회사 회장의 딸이라고 속였다. 윤씨의 화려한 외모와 번지르르한 말에 문씨 역시 솔깃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의 말을 믿은 문씨가 호감을 나타내자 윤씨는 재벌 회장의 딸임을 증명하기 위해 점점 강도가 센 거짓말을 하게 된다. 그는 자신을 여러개의 외식사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사업가로 포장시켰다. 또 “아버지로부터 여러 채의 고급 아파트도 물려받았다”는 거짓말로 재력을 과시했다. 윤씨의 말에 문씨는 학벌과 미모를 겸비한 수완있는 사업가로 믿었다.
또 윤씨는 문씨를 만날 때마다 옷이나 액세서리, 사소한 소품 하나에도 신경을 쓰는 치밀함을 잊지 않았다. 의심사지 않기 위해 사채까지윤씨는 문씨를 만나면서 자신의 신분을 재벌가의 딸처럼 위장하기 위해서는 많은 돈이 필요했다. 이 와중에 빚은 더욱 눈덩이처럼 불어나 감당할 수 없게 되었다. 하지만 문씨에게 의심을 사지 않기 위해 윤씨는 사채까지 끌어들여 온갖 명품으로 치장하는데 돈을 아끼지 않았다. 윤씨의 화려한 외모와 차림새, 세련된 매너에 문씨는 전혀 의심을 갖지 않았다. 문씨에게 있어 윤씨는 ‘일등 신부감’이자 ‘굴러들어온 복덩이’일 뿐이었다. 그러나 정작 윤씨의 속은 타들어가고 있었다. 평소 돈 씀씀이가 컸던 윤씨는 사채업자한테서 빌려간 돈을 갚으라는 요구를 받고 있었다.
사채업자로부터 강한 독촉이 계속되자 윤씨는 버틸 수 없었다. 그는 결국 결혼식도 올리기 전에 문씨를 꾀어 3억5천여만원을 빌려줄 것을 요청했고 어차피 윤씨와 결혼을 생각했던 문씨는 흔쾌히 승낙했다. 재벌가 사위가 되면 수월하게 병원 운영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내심 부풀어 있었던 것.결국 이들은 2002년 11월 R호텔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하지만 막상 결혼식날 신부측에는 하객이 없었다. 부모, 형제는 물론이고 친척들도 눈에 띄지 않았다. 결혼식에 가족들조차 참석하지 않은 것이 이상했지만 윤씨는 “아버지와 싸워서 혼자 산다”는 말로 적당히 둘러대며 위기를 넘겼다. 문씨와 무사히 결혼에 성공한 윤씨는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미 결혼식을 올리기 전부터 사업자금 명목 등으로 김씨에게 돈을 요구했던 윤씨는 결혼 후 더욱 빈번하게 돈을 요구했다. 파렴치한 사기행각윤씨의 사기행각은 점점 더 대담해졌고, 명목도 다양했다.
윤씨는 세금 납부, 국세청 국장에게 줄 뇌물, 매장 직원에 대한 퇴직금 등의 이유로 문씨에게 거액의 돈을 빌리기 시작했다. 또 문씨의 부정한 행각을 담은 ‘몰카’가 있다고 속여 그것을 무마하겠다는 명목으로 1억여원을 갈취하는 등 총 16억원을 더 뜯어냈다. 이 중에는 문씨 몰래 빌린 은행 대출금 4억원도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돈에 눈이 멀어버린 윤씨의 사기행각은 끝이 보이지 않았다. 그의 파렴치한 사기행각은 시어머니에게까지 뻗쳤다. 그는 시어머니에게 “국세청에서 탈세를 문제삼아 돈을 요구해오고 있다. 무마하기 위해서는 뇌물을 먹여야 한다”고 호소했다. 며느리의 눈물어린 호소와 부탁에 넘어간 시어머니가 40여차례에 걸쳐 윤씨에게 넘겨준 돈은 64억원에 달하는 엄청난 액수였다. 이처럼 자신을 아무 의심없이 믿어주는 남편과 시어머니를 오히려 역이용해 윤씨가 남편과 시어머니에게서 뜯어낸 돈은 2002년 3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무려 80여억원에 달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수향 thelotu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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