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가전 꼴찌 부진, 홍명보호 트라우마 될까
평가전 꼴찌 부진, 홍명보호 트라우마 될까
  • 김종현 기자
  • 입력 2014-06-16 16:19
  • 승인 2014.06.16 16:19
  • 호수 1050
  • 5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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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오른 조별리그 H조 첫경기 우승에 올인

H조 상대방 팀 평가전서 무패 행진…한국만 빨간불
러시아전 최전방부터 포백라인까지 강한 압박 최고전술

▲ 홍명보 감독이 베이스캠프인 브라질 포즈 두 이구아수의 플라멩고 스타디움에서 훈련을 하기 전 작전지시를 하고 있다. <뉴시스>

[일요서울 | 김종현 기자] 지난 13일(한국시간) 브라질월드컵 본선무대가 개막한 가운데 각국 대표팀은 우승을 외치며 막바지 점검에 들어갔다. 대한민국이 속한 H조 역시 전력노출을 경계하며 첫 경기 우승에 올인하고 있다. 이에 본선무대를 앞두고 펼쳐진 평가전을 통해 각국의 전력분석과 한국팀의 전략을 모색해 본다.

미국 마이애미에서 가나와의 마지막 평가전을 치른 뒤 지난 11일 브라질에 입성한 축구대표팀은 오는 18일 러시아와의 첫 경기를 위해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러시아 역시 한국을 이겨 16강 진출의 발판을 삼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이처럼 양측 모두 한 치의 양보도 허용하지 않겠다고 밝힌 가운데 한국은 마지막 평가전인 가나전에서 뜻밖의 완패를 경험해 이번 월드컵에서의 행보가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점쳐진다. 특히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월드컵을 앞두고 치러진 평가전에 2연패를 기록해 그간 제시된 문제점을 제대로 해소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더욱이 지난 10일 미국 마이애미 선라이프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프리카의 강호 가나와의 평가전에서는 조던 아예우에게 해트트릭을 허용하며 침몰했다. 결과보다 이날 경기 내용은 더 참담했다. 한국은 제대로 된 공격 기회를 만들지 못했고 수비실책으로 인해 자멸한 꼴이 됐다.

예견된 가나전 완패 본선 적신호

당초 한국은 가나가 지난 2번의 대회에서 16강과 8강에 진출한 강호이기에 가나를 상대로 좋은 경기를 보여준다면 월드컵 본선에서 충분한 희망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더욱이 대표팀은 미국 마이애미에서 전지훈련을 통해 러시아전에 초점을 맞추고 훈련에 들어갔다. 이에 세트피스 상황에서의 실점을 막기 위한 수비 전술 훈련에 상당 시간을 할애하는 등 튀니지전까지의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공을 들여왔다.

하지만 훈련효과는 가나전에서 찾아볼 수 없었다. 한국은 전반 10분 만에 첫 골을 내줬다. 오른쪽 측면에서 김창수가 백패스를 시도하는 과정에서 안드레 아예우에게 공을 빼앗겼고 곧바로 조던 아예우의 슈팅으로 이어지면서 실점을 허용하고 말았다. 이후 전반 43분 곽태휘가 아사모아 기안에게 골을 빼앗기자마자 기안은 단독 돌파 후 골을 넣어 추가 득점에 성공했다.

후반 들어 홍 감독은 홍정호와 이용을 잇달아 투입하며 수비진에 변화를 줬으나 가나의 역습을 허용할 뿐이었다. 후반 8분에는 조던 아예우가 골대 구석을 찌르는 날카로운 중거리 슛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또 종료 직전 측면 크로스 과정에서 한 골을 더 내주며 완전히 무너졌다. 공격도 신통치 않았다. 전반 15분 이청용이 측면 돌파 후 위협적인 슈팅을 때렸지만 골문을 살짝 빗나갔고 전반 39분 손흥민의 슈팅도 골대를 맞았다. 원톱으로 내세운 박주영은 단 한차례의 슈팅만 기록했을 뿐 이렇다할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후반 들어 구자철, 박주영, 손흥민 대신 김보경, 이근호, 지동원을 투입하며 모든 교체카드를 사용했지만 역전의 기회를 잡지 못했다.

경기 후 홍 감독은 “초반 2실점을 극복하지 못했다. 조직적 실수보다는 개인의 실수가 실점으로 연결돼 아쉽다”면서 “가나는 본선에서 만날 상대들처럼 거칠고 강한 경기를 선보인 데 반해 우리는 너무 얌전하게 플레이했던 것 같다”고 평가했다.

빠른 패스, 조직력 완성 최우선 과제

브라질 입성을 앞두고 혹독한 평가전을 치르면서 대표팀의 분위기는 한층 무거워졌다.
홍 감독은 지난 12일 이구아스 캠프에 도착하자마자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오늘부터 경기 전까지 남은 기간 동안 컨디션을 관리하고 전술적인 부분을 완성시키는 데 집중하겠다. 초반 3일 훈련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동안 몇 번 월드컵에 참가했지만 항상 끝나고 나면 후회로 남는 부분이 있었다. 이번 월드컵은 그런 후회가 없는 대회이길 원한다. 하나의 팀으로 월드컵을 치를 수 있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가나전 패배에 대해서는 “가나전 결과는 선수들의 컨디션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 컨디션은 우리 나름의 계획대로 잘 관리되고 있다”며 “선수들도 경기 뒤 실망을 했을 것이다. 다만 어제 마이애미에서 마지막 훈련을 하면서 분위기를 바꿨고 가나전 패배로 인한 어두운 분위기는 남아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홍 감독은 현재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러시아전을 앞두고 우선 상대가 어떤 형태의 공격을 하며 상대의 약점이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우리 팀이 지금 잘 안 되는 부분은 선수들의 공 터치가 평상시보다 길다는 점이다. 빠른 경기를 해야 하는데 전체적으로 선수들의 공 터치가 길다. 전방 선수들의 움직임이 좀 더 보완돼야 한다. 그러면 좀 더 빠른 패스가 나와서 우리가 원하는 경기를 할 수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손흥민이 “우리가 이겼더라면 팀이 산만해질 수 도 있는데 크게 졌기 때문에 예방접종을 했다고 생각한다.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남아 있기 때문에 다시 뭉칠 시간은 충분하다”고 말한 것처럼 가나전 패배가 예방접종이 될지는 뚜껑을 열어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수비불안은 개개인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아직 조직력이 완성되지 않았다. 왼쪽 풀백이 공격에 가담했을 때 뒷받침하는 선수가 없었다. 홍 감독의 수비축구 완성은 미드필드부터 시작된다. 미드필더는 볼 점유율뿐 아니라 상대 선수들을 강하게 압박해서 일찌감치 공격을 차단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여전히 불안한 조직력을 완성시키는 게 급선무로 보고 있다.

벨기에 H조 최강 수준 부상이 변수

반면 월드컵 엔트리 발표이후 우리와 같은 H조 팀들은 모두 패배가 없을 정도로 뛰어난 기량을 발휘하고 있다. 벨기에 3승, 러시아 2승 1무, 알제리 2승을 기록했다.

우선 벨기에는 H조 최강답게 세 경기에서 8골을 몰아넣으며 무서운 득점력을 보여줬다. 룩셈브루크전 5-1, 스웨덴전 2-0, 튀니지전 1-0을 기록하며 3연승을 달렸다.

벨기에는 유럽에서도 약체로 꼽히는 룩셈부르크를 상대로 대승을 거두며 분위기를 끌어올렸고 스웨덴전을 통해 전체적인 전력을 점검했다. 이후 튀니지를 상대로 알제리전 해법을 찾았다. 더욱이 평가전을 통해 흔들렸던 수비를 재정비에 성공하며 우승후보로까지 거론되고 있다. 벨기에의 강점은 유럽에서도 최고 수준인 2선 공격진을 꼽을 수 있다. 먼저 왼쪽 측면을 책임지는 에덴 아자르는 첼시에서 60경기를 뛰며 21골을 터뜨리는 등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최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또 최전방 스트라이커 로멜로 루카쿠는 190cm의 큰 키에도 화려한 개인기로 평가전에서 4골을 몰아넣으며 득점력을 자랑하고 있다. 다만 루카쿠는 튀니지전에서 발목 타박상을 입어 벨기에 조별리그 첫 경기인 알제리전에 결장할 수도 있다는 변수를 안고 있다.

수비진에서는 2013-2014 시즌 맨체스터시티의 프리미어리그 우승에 큰 공을 세운 빈센트 콤파니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스페인 프리메라리 우승을 이끈 골키퍼 티보 쿠르투아가 자리하면서 벨기에 짠물 수비가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한국으로서는 벨기에와 맞붙는 최종전에 앞서 일찌감치 16강 진출을 확정짓고 부담 없이 벨기에전을 치르는 것이 가장 좋은 시나리오다.

수비종결자 러시아 핵심선수 부상 빨간불

한국과의 첫 경기를 펼치는 러시아는 매 경기 골을 넣으며 만만치 않은 역습 능력을 선보였다. 특히 ‘빗장수비’로 명성이 높은 이탈리아 출신 카펠로 감독이 수장으로 부임하면서 러시아는 유럽에서도 손꼽히는 수비 강국으로 탄생했다.

이에 3차례의 평가전에서도 단 1점만 허용했고 탄탄한 중앙수비는 2014 브라질 월드컵 유럽지역예선에서 골잡이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버티는 포르투갈을 따돌리고 지역 예선 1위를 차지하는 원동력이 됐다.

공격진은 알렉산드르 케르자코프가 최전방 공격수로 유력한 가운데 상대 진영 중원에서 역습을 전개하는 것이 주된 공격 루트다. 다만 중앙 수비진 스피드가 느리다는 점과 최근 30대 수비수들 체력이 후반에 급격히 떨어지는 약점을 갖고 있다. 또 공격시 케르자코프에게 공이 전달되지 않으면 눈에 띄는 찬스조차 만들어 내지 못하는 것도 단점으로 지적된다.

더욱이 러시아 공수의 핵심인 알란 자고예프와 드미트리 콤바로프로, 후보 미드필더 글루사코프 모두 부상 때문에 정상적인 훈련에 참가하지 못하면서 고심하고 있다. 또 플레이메이커이자 주장인 로만 시로코프가 부상으로 최종엔트리에서 탈락하자 그의 빈자리에 대한 해법을 찾지 못해 전력 차질이 우려된다.

이에 한국은 러시아를 상대로 최전방 공격수부터 포백라인까지 강력한 압박을 가하는 것이 최고의 전술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또 공격 전개시 안정적으로 공을 운반하는 것도 승패를 가르는 데 주요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개인기의 알제리 미흡한 수비라인 옥의 티

한국이 1승 상대로 잡고 있는 알제리도 만만치 않다. 특히 2경기에서 기록한 5골이 모두 다른 선수라는 점에서 탄탄한 공격력을 보여줬다.

알제리의 가장 큰 강점은 아프리카 축구 특유의 스피드를 앞세운 빠른 측면 돌파다. 알제리는 역습을 통해 상대 수비진을 순간적으로 무너뜨리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소피앙 페굴리, 야신 브라히미, 힐랄 수다니 등 유럽무대에서 뛰는 선수들로 구성된 공격진은 매 경기 유기적인 스위칭 플레이를 통해 상대 수비진을 공략한다. 특히 브라히미는 왼쪽 측면과 중앙 미드필더도 소화할 수 있는 멀티 플레이어인 만큼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여기에 상대 수비가 흐트러지면 이슬람 슬리마니, 수다니 등 최전방 투톱의 공격도 위협적이다.

하지만 알제리는 개인기 위주의 수비진이 패스 한 번에 무너지는 허점을 드러내며 안정감이 떨어진다. 중앙 수비수인 마지드 부게라는 스피드가 느리고 오른쪽 측면 수비가 허술하다. 이에 알제리전에서의 한국은 우선 수비진이 집중력을 잃지 않아야 하고 뒷공간을 적극적으로 노리는 전술이 필요하다.

이제 브라질 월드컵은 지난 13일 브라질과 크로아티아전을 시작으로 닻을 올렸다. 한국팀 역시 16강 진출과 원정 8강 진출의 최종목표를 향해 주사위가 던져졌다.

비록 한국은 브라질 월드컵 평가전 꼴찌라는 부진을 겪고 있지만 아직 희망을 버리기엔 이르다. 2002 월드컵 4강 신화에서 보여준 한국인 특유의 집중력과 탄탄한 조직력, 여기에 선수들의 정신무장이 더해진다면 반전의 기회는 충분히 남아 있다. 홍 감독이 말한 후회 없는 경기를 위해 세계 축구무대에서 한국 축구의 저력이 다시 한 번 빛나기를 기대해 본다.
todida@ilyoseoul.co.kr 

김종현 기자 todida@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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