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삼다수 오픈마켓 가격인상 논란
제주삼다수 오픈마켓 가격인상 논란
  • 강휘호 기자
  • 입력 2014-06-16 13:48
  • 승인 2014.06.16 13:48
  • 호수 1050
  • 28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세월호 때문에 유통 차질? 알고 보니 ‘거짓말’

 5500원~6000원 하던 생수가 1만 원까지 ‘껑충’
제주도개발공사 측 “국민 슬픔 이용한 행위” 비판

[일요서울 | 강휘호 기자] 일부 오픈마켓 판매사업자들이 세월호 사고로 인한 유통 차질을 이유로 제주삼다수 가격을 인상·판매하고 있다. 그런데 제주삼다수의 생산과 공급을 맡고 있는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는 “물량 공급에 조금도 차질이 없었으며, 가격인상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밝혀 논란이 예고된다. 즉 일부 사업자들이 국민적 통탄을 자아낸 세월호 사고를 단순한 핑계거리로 삼아 자신들의 돈벌이로 이용하고 있던 셈이다. 한편 제주삼다수는 세월호 수사에 결정적 단서를 제공한 것으로도 세간의 관심을 받고 있다.

제주삼다수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처음 나온 것은 지난 5월 초. 당시 청해진해운의 인천〜제주 항로 여객선 운항 중단에 따른 물류비 상승이 가격인상 요인으로 작용, 제주삼다수 가격이 오를 것이란 말이 나돌았다.

더구나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는 올해 초 가격 인상을 단행하려 했다가 위탁을 맡고 있는 광동제약 측이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비치면서 불발된 바 있어 이 같은 전망이 힘을 얻었다.

또 생수는 권장 소비자가격을 표시하지 않는 ‘오픈 프라이스(Open Price·제조업체가 아닌 유통업체가 판매가격을 자율적으로 결정하고 판매하는 제도)' 적용을 받기 때문에 가격 인상을 의심하는 이는 거의 없었다. 이후 가격을 가장 먼저 올린 곳이 바로 G마켓·옥션·11번가와 같은 오픈마켓 등지다. 세월호 참사로 삼다수 공급이 불안정해졌다는 우려가 나오자마자 일부 셀러(Seller·판매자)들이 가격을 올려 판매한 것이다.

이들은 가격 인상과 관련해 “그간 인천〜제주 항로의 화물 운송은 청해진해운 소속의 세월호·오하마나호 두 척의 선박에 의해 이뤄졌다. 이 선박들은 제주에서 인천으로 삼다수와 농수산물 등을 운송해왔는데, 이번 세월호 사고 이후 제주~인천 여객선 운항이 전면 중단되면서 물류비 상승과 함께 공급 차질을 빚었다”는 입장을 내세웠다.

또 실제 오픈마켓 가격을 살펴보면 세월호 사고 이전 제주삼다수 2L들이 6개입 기준 가격은 5500원~6000원을 유지했는데, 사고 이후 6500원에서 1만 원이 넘어가기도 했다.

황당한 공급사

그러나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는 사고 이후에도 가격 인상이 될 만한 요인은 전혀 없었다면서 “가격을 인상한 사업자들이 소비자들을 기만했다”고 비판을 가했다. 가격인상을 공급사가 했다는 오해를 받는 것도 굉장히 불쾌한 기색도 역력했다.

공사의 한 관계자는 “사고 이후 공급에 차질이 있었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사고가 나기 전 이미 수도권에 출하돼 있던 물량도 충분했고, 사고 이후엔 곧바로 운송방식을 제주~인천 항로에서 제주~목포 항로로 변경해 물량 공급에 하루도 차질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더군다나 목포에서 수도권으로 운반할 때 발생하는 비용은 개발공사 측에서 일부 지원이 들어간다”면서 “국민적 비극인 세월호 사고를 가지고 어떻게 해서든 돈을 더 벌겠다는 생각 자체가 비난 받아야 할 행동이다. 개발공사 측은 절대 가격을 올리거나 할 계획도 생각도 없다. 일부 오픈마켓 사업자들은 반성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앞서 5~8% 가량 올리기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던 대형마트·슈퍼마켓·편의점 등 유통업체들은 다소 잠잠한 분위기다.

이마트,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들은 ‘6000억 원 물의 전쟁’으로까지 불리는 생수 시장에서 부동의 1위 삼다수의 가격 인상으로 이익을 얻기 보다는 자체 PB 상품 판매에 더 열을 올리는 모습이다.

생수가 수사관

한편 삼다수는 세월호와 관련된 과적 비리 사건 수사에 결정적인 단서를 제공한 것으로도 확인돼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여러모로 세월호와 연관이 많이 되어 있는 모습이다.

세월호 침몰과 관련해 과적 비리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은 현재 수사에 마무리 수순을 밟고 있다. 제주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제주항운노조위원장 J(57)씨와 D해운 대표 K(62)씨를 추가로 체포하고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인천간 여객선인 세월호와 오하마나호 화물 적재량 조작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은 J씨와 K씨도 앞서 구속한 6명과 함께 여객선 화물과적 및 적재량 조작 사건에 관여하거나 묵인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이 과정에서 이들 사이에 금품이 오고 간 사실이 아직 확인되진 않았지만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계좌 추적 등 전방위 수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제주지검의 이번 수사는 세월호 침몰 당일 과적 행위에 대해서만 조사를 벌인 다른 지역과 달리 그동안 관행처럼 이어져온 세월호 등의 과적 비리를 추적한 것이어서 의미를 더하고 있다는 평가다.

흥미로운 점은 제주지검의 수사는 제주삼다수가 결정적 단서를 제공했기에 마무리가 가능했다는 부분이다. 제주에서 출발해 인천으로 향하는 세월호와 오하마나호는 제주지방개발공사에서 생산한 제주삼다수가 적재되기 때문에 실제 반출된 양과 이번 사건에 연루된 관계자들이 기재한 적재톤수와의 차이를 비교해 적재량 조작 의혹 사실을 밝혀낼 수 있었다.

검찰 조사 결과 오하마나호의 화물 적재한도는 1087톤이지만 지난 2012년 5월 8일에는 2647톤을 적재했으며, 세월호는 화물 적재한도가 1077톤에 불과하지만 지난 2013년 12월 28일에는 1804톤을 실은 것으로 확인됐다. 2011년부터 2014년까지 200여회에 걸쳐 적게는 1.5배에서 많게는 2배 이상 화물을 적재해온 것이다.

채소 등 다른 화물의 경우에는 여객선사가 화물량을 조작하면 실제 배에 실린 화물의 무게를 정확히 확인하기 어렵지만 제주삼다수는 지방 공기업에서 출고량을 관리하고 또 팔레트에 포장된 상태로 배에 실리기 때문에 정확한 무게를 측정할 수 있었다.

hwihols@ilyoseoul.co.kr 

강휘호 기자 hwihols@ilyoseoul.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