족벌경영 논란 책임 불구 나홀로 점장
“부자는 망해도 3대 간다”는 말 떠올라
[일요서울 | 이범희 기자] 제과제빵업계 3위였던 크라운베이커리가 지난해 10월 간판을 내렸다. 출범 25년 만의 일이다. 이후 신라명과에서 이름을 바꾼 ‘브레댄코’로 간판을 바꿨다. 일부 점포들은 문을 닫으며 그 책임을 총수 일가에게 돌렸다. 총수 일가의 족벌경영이 한 시대를 풍미했던 업체를 하루 아침에 문을 닫게 했다며 울분을 토했다. 그 중심엔 회장 아들인 윤성민 씨가 있다는 주장도 줄기차다. 그의 신사업 진출 실패가 크라운베이커리 폐업을 앞당겼다는 이유에서다. 그런데 정작 상민씨가 간판만 바꾼 채 제빵업계에 계속 몸담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크라운베이커리 전 점주들의 말을 들어보면 다음과 같다. 성민씨는 2007년부터 2009년까지 크라운베이커리 A지점의 점장으로 근무하다 2010년 본사로 갔다. 이후 크라운베이커리가 폐업 하자 또 다시 A점포로 돌아와 점주로 근무중이다. 그때와 다른 점이라면 ‘크라운베이커리' 간판이 ‘브레댄코'로 변경됐다는 점뿐이다. 브레댄코의 전신은 신라명과로 폐업하는 크라운베이커리의 생존 대안으로 떠오른 업체다.
[일요서울]이 A점포에서 제품을 구입한 후 받은 영수증 상단에도 성민 씨의 이름이 적혀 있어 현재까지도 그가 근무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A지점은 크라운베이커리가 누적적자로 철수설이 돌때도 장사가 잘 된 곳이었다”며 “자존심은 상했어도 목 좋은 위치를 선점한 해당 점포를 내려놓기는 아까웠을 것이다”고 말했다.
또한 “크라운베이커리 사업이야 철수했지만 그의 아버지가 운영하는 회사가 제과회사인 만큼 경영수업을 쌓기에도 부족함이 없는 점포이기에 사업을 접을 이유가 없었을 것"이라고 덧붙인다.
다만 폐업하는 과정에서 쓴 맛을 본 일부 점주들은 불만을 토로한다. 폐업의 표면적 이유로 크라운제과는 지난해 9월 초 가맹점주들에게 안내문을 보내 “더 이상 정상적인 가맹사업을 지속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다수 가맹점주들의 의견에 따라 이달 가맹사업을 중단한다"고 공지한 것으로 알려진다. 그러나 사업 철수를 종용받던 일부 점주들은 그 이유를 족벌경영의 폐단이었다고 지적한다.
회사 폐업, 무슨 일이
크라운베이커리는 2006년 크라운제과의 창업주 고 윤태현 회장의 맏며느리이자 윤영달 크라운해태제과 회장의 부인인 육명희 대표가 경영 일선에 나섰다. 위기에 놓인 크라운베이커리를 살리기 위한 일종의 구원투수인 셈이었다.
사위였던 신정훈씨를 재경본부장(상무)으로 영입했고, 장남인 윤석빈를 크라운제과 대표이사에 앉혔다. 크라운베이커리 매출 상위를 기록하던 A매장에서 근무하던 차남 상민 씨 역시 본사로 불려오면서 족벌경영의 정점을 찍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2006년 당기순손실을 기록했고 2008년부터 적자의 폭이 커졌다. 부채비율도 1211% (2011년 말 기준)에 이르러 열악한 재무상태에 빠졌다.
결국 지속된 마이너스 성장에 육 대표는 7년 만에 대표 자리에서 물러났다. 대표이사에 올랐던 육씨는 크라운제과, 해태제과 고문을 지낸 게 사회경력의 전부였다.
이 시기 차남 윤성민 상무의 야심작 ‘딜리댈리’도 고전을 면치 못했다. ‘시간가는 줄 모르게 즐겁다’는 뜻을 가진 딜리댈리는 유럽 스타일의 베이커리로 브랜드 론칭 당시 ‘특별한 하루를 만들자’는 캐치프레이즈를 내세우며 기존 베이커리와는 차별화된, 자연스럽고 고급스러운 콘셉트를 선언했다. 2009년 10월 신촌 1호점을 오픈하고 2010년 강남역 인근에 2호점을 내는 등 의욕적으로 출발했지만 비싼 식재료와 홈메이드 방식을 고집하다보니 높은 객단가 때문에 비싸다는 인식이 확산돼 고객들로부터 외면을 당했다.
이 때문에 족벌경영에 책임이 있는 성민 씨의 A점포 근무에 대해 일부 크라운베이커리 전 점주들이 불편한 심기를 내비치는 것이다.
한 점주는 “15년 동안 크라운베이커리를 해왔는데 갑작스런 본사의 철수로 가족 생계가 위협 받았었다"며 “폐업의 윗선 책임자로 거론되던 성민씨가 타사 브랜드로 전환한 옛 크라운베이커리 알짜 매장을 운영해 짭짤한 수익을 챙기고 있어 오너일가의 모럴헤저드다"라고 지적한다.
한편 크라운베이커리는 1988년 크라운제과 생과사업부에서 별도 법인으로 분리돼 나와 1990년 중반까지 600여개 매장을 열며 국내 베이커리업계 1위 자리를 차지했다.
베이커리 제과분야에서 타 프랜차이즈에 경쟁력이 밀려, 최근 3년간 크라운베이커 가맹점수는 2010년 252개에서 2011년 160개로, 지난해에는 97개로 줄어들었다. 폐업을 앞둔 지난해 10월엔 가맹점이 70개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현재 수도권 내에선 크라운베이커리 간판을 찾아보기 힘들다. 대부분이 다른 간판을 달거나 폐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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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