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용 줄기세포 주사 “회춘·미용효과 있다” 소문
국내서 줄기세포 배양해 투여하는 것은 약사법 위반
이모(50대, 여)씨가 불로초 주사를 처음 접한 건 지난해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기력도 쇠하고 체력도 예전 같지 않았다. 그러던 중 지인에게 불로초 주사 이야기를 들었고 혹시나 한번 하는 마음에 강남의 한 성형외과를 찾아 두 차례 두 대의 주사를 맞았다.
“처음에는 그냥 말 그대로 주사나 한 대 맞아볼까 하는 마음에 갔다. 줄기세포 주사에 대한 설명을 듣긴 했지만 아무래도 처음이다 보니 그런 주사가 있나 싶었다”
하지만 이씨는 “주사를 맞고 난 뒤 체력적으로 과거와 달라졌음을 느꼈다”고 말했다. 또 “헬스장에서 운동을 해도 전에는 1시간만 채워야지 했던 것이 이제는 운동을 하다보면 1시간을 훌쩍 넘겨 두 시간은 기본이다. 오죽하면 트레이너가 찾아와 너무 무리하는 게 아니냐고 물을 정도다”라고 말했다.
불로초 주사는 장년 남성들에게도 인기다. 이씨 경우처럼 기력을 회복시켜 줘 생활에 활력을 주는 것은 물론 부부생활도 즐겁게 해준다고 알려지면서 발기부전 등으로 고민하는 장년의 남성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는 소문이다.
주사 맞으러 일본·중국·베트남으로
불로초 주사가 인기를 끌다보니 아예 해외로 원정을 떠나는 경우도 많다. 강남의 일부 성형외과는 지난해부터 지인들과 사모임 등을 통해 불로초 주사를 맞을 사람들을 모집해 일본, 중국 등으로 원정을 떠나기도 했다.
이렇게 원정을 떠나는 사람들 대부분은 노화로 인한 퇴행성 질병 치료가 아닌 미용·회춘을 목적으로 해외에 나가 줄기세포 주사를 맞고 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처음에는 일본으로 원정을 떠나는 사람들이 많았으나 최근에는 중국, 베트남 등으로 해외시술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소문이 나면서 수요도 늘고 있다. 보통 한 병원에서 원정을 떠나는 사람들의 수가 한 달에 300명 이상이라고 하니 불로초 주사의 인기가 하늘을 찌를 정도다. 보통 원정을 떠난 사람들은 2박3일 관광을 즐기면서 줄기세포시술을 받는다.
가격 때문에 일반인보다는 소위 부유층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수도권에서는 서울, 지방에서는 부산 해운대 등에서 특히 인기를 끌고 있다.
줄기세포 주사 가격은 줄기세포 수(셀)에 따라 달라진다. 보통 1억셀(Cell) 당 700만 원 정도다. 하지만 적게는 500만원에서 많게는 1000만원까지도 받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용자는 일반인 보다는 부유층을 비롯해 정치인, 고위공직자, 재계인사, 연예인 등이 적잖은 것으로 알려졌다.
줄기세포는 ‘만능세포’배양 하지 않으면 효과 X
‘줄기세포’는 말 그대로 인간 생명활동의 근간(줄기)이 되는 세포다. 자기재생능력과 분화능력을 갖추고 있어 피부·간·신장 등 신체 어느 조직으로든 변화할 수 있다. 즉 줄기세포는 개체를 구성하는 세포나 조직이 되기 위한 원시세포이자 근간세포인 것이다. 줄기세포를 ‘만능세포’라 부르는 이유다.
줄기세포 주사란 자신의 골수나 혈액, 지방 등에서 추출한 성체줄기세포를 배양해 맞는 주사를 말한다. 보통 줄기세포 치료는 간단하게 지방추출·분리·배양·시술 등으로 이뤄지는데, 주사를 통해 몸에 주입하기 때문에 줄기세포 주사라고 부른다.
문제는 이 같은 시술이 국내에서는 불법이라는 것이다. 줄기세포 치료제는 ‘의약품’으로 규정돼 약사법이 적용된다.
약사법은 줄기세포를 자신의 몸에서 추출해 그냥 주입하는 것은 합법이다. 하지만 자기 몸에서 채취한 줄기세포라도 이를 배양해서 의료 목적으로 사용하려면 법에 따른 임상시험 절차를 거쳐 안전성을 인정받아야 한다.
임상시험 절차를 거치려면 시간이 많이 걸린다. 또 전문가들은 줄기세포를 배양하지 않고 자신의 몸에서 추출해 그냥 주입하는 것은 치료 효과가 없다고 말한다. 혈액이나 지방에서 추출한 줄기세포 수는 치료제로 사용할 수 없을 정도의 미량이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불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연스럽게 해외 원정을 떠나는 사례가 늘어나게 됐다.
국내 약사법에 따르면 무허가 의약품을 제조하거나 판매(약사법 제31조 위반)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물게 된다.
줄기세포 치료 피부미용 목적 늘어
지난 2011년 보건복지부의 조사에 따르면 줄기세포 치료를 받은 이유는 당뇨병·류머티즘·파킨슨병 등의 난치병도 있지만 피부미용, 만성피로 등 질환 이외의 목적이 대부분이었다.
불법 소지가 있음에도 불로초 주사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실제로 불로초 주사를 맞은 사람들 중 대다수가 앞서 말한 효과를 몸소 체험했다고 말하면서 인기가 늘고 있다.
게다가 젊어지고자 하는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는 사람들로 하여금 무엇이든 하게 만드는 마력을 갖고 있어 당분간 불로초 주사의 인기가 줄어들지는 않을 전망이다.
일부 의사들 사이에서는 줄기세포 시술과 관련해 규제가 완화돼야 한다는 여론도 있다. 국내에서는 줄기세포 임상시험 기간만 4~5년가량 소요돼 실제 환자에게 시술하려면 오랜 시간이 걸리는데 일본이나 중국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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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두환 기자 freeore@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