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파일]가짜 돈 주고 폭행 일삼아… 장애인 인권 논란
[사건파일]가짜 돈 주고 폭행 일삼아… 장애인 인권 논란
  • 이지혜 기자
  • 입력 2014-06-16 10:58
  • 승인 2014.06.16 10:58
  • 호수 1050
  • 15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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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 이지혜 기자] 사회복지법인 인강재단의 장애인 거주시설 송전원이 최근까지 폭행·노동착취 등의 인권침해를 자행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앞서 국가인권위원회로부터 이 같은 혐의로 고발을 당했지만 변한 것은 없었다.

국가인권위는 지난 3월 인강재단이 소유하고 있는 서울시 도봉구 사회복지시설 인강원에서 지적장애 1~2급 시설장애인을 지속적으로 폭행하고 보조금을 횡령한 혐의로 이사장 구모(37)씨 등 5명을 검찰에 고발했다. 인권위가 지난해 10월 실시한 직권조사에서 인강원 생활재활교사가 2011년부터 2013년까지 지적장애인 9명에게 폭언·폭행을 일삼은 일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시설 부원장은 본인 손이 다칠까 걱정해 빨간색 고무장갑을 끼고 시설 장애인들의 손바닥을 쇠자로 때렸으며 상처 난 손을 찬물에 30분간 담그게 한 것도 알려졌다.

그러나 검찰에 고발을 당했음에도 인강재단은 바뀐 것이 없었다. 이번에는 경기도 연천군의 장애인 50여 명이 생활하고 있는 시설 송전원에서 문제가 드러났다. 장애인들은 바깥세상과 격리된 상태로 외출도 하지 못하며 지내왔던 것이다.

지난 10일 ‘인강재단 장애인 인권유린 및 시설비리 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는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송전원의 실태를 고발했다. 위원회는 “남성 장애인 한 명이 다른 남성을 오랫동안 성추행했지만 시설 측은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하지 않고 ‘좀 떨어져서 자라’는 말만 했다”면서 “이것이 복지인가”라고 반문했다.

또 위원회는 “의사소통이 가능한 장애인 10여 명은 임금도 받지 않고 밭일과 설거지 등의 노동을 하고 있다”며 “이들은 직업재활명목으로 가짜 돈을 받고 있지만 시설 내 매점에서도 사용할 수 없다”고 고발했다. 이어 “국가 보조금을 받아 사용하면서 일은 장애인들에게 시킨 것”이라며 “바깥바람을 쐴 수 있어 밭일 나가는 것이 좋다고 말하는 그들을 보니 가슴이 아팠다”고 호소했다. 뿐만 아니라 기저귀를 차야 하는 장애인들의 기저귀를 하루에 한 번만 교체해 악취가 나고 있으며 착용 부위가 가려워 긁으면 손을 넣는다는 이유로 직원에게 폭행을 당한다고 고발했다.

그러나 위원회의 고발에 대해 송전원은 ‘사실무근’이라며 강하게 부인하고 나섰다.
송전원 측은 성명서를 내고 “(성추행 피해자 방치 주장은)양측의 말이 달라 진위 여부를 정확히 파악할 수 없었다”며 “가해자로 지목된 거주 장애인을 대상으로 교육을 실시하고 교사들에게도 집중적으로 관찰할 것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또 가짜 돈 지급 주장에 대해서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밭일의 경우 희망자에 한해 진행한 프로그램이며 억지로 시킨 적은 없다”고 반발했다. 시설 측은 이어 “모형화폐는 먹거리장터 음식을 구입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운영했다”며 “월말에 해당 금액으로 원하는 물품 구입·교환이 이뤄졌다”고 해명했다. 시설 관계자는 “기저귀 등 위생용품 사용을 제한한 적도 없고 거주인이 외출한다고 했을 때 거부한 적도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공동대책위원회는 서울시에 시설 폐쇄와 함께 인강재단의 법인 허가 취소를 요구했다.
jhooks@ilyoseoul.co.kr
 

이지혜 기자 jhook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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