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손 세력은 공천받나?…안-손 전쟁 시작됐다
지난 6월 10일,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공동대표는 국회 기자실을 찾은 자리에서 “당 중진들은 7ㆍ30 재ㆍ보궐선거에 ‘선당후사’의 마음으로 임하실 것이라고 믿는다”라고 밝혔다. 중진들은 ‘선당후사’란 단어의 의미가 정치 신인을 투입하겠다는 뜻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나중에 차차 말씀드리겠다”고만 설명했다. 안 대표가 정동영 고문, 김두관 전 지사 등 7월 재보선을 통해 국회에 진입하려는 인사들에게 제동을 건 셈이다.
손학규 책임론 왜?
안 대표의 발언은 우호적 관계였던 손학규 고문에게도 영향을 끼쳤다. 이에 대해 당의 한 관계자는 “‘손학규-안철수 연대론’이 불거진 것은 성향이 비슷한 데다 중도층이라는 지지 기반이 겹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킹’ 자리를 놓고 서로 양보할 리가 없다. 따라서 정치권에 떠도는 하나의 시나리오에 불과했을 뿐 진작부터 ‘안철수-손학규 연대’는 끝이 났었다”며 “지방선거 과정에서부터 두 사람이 서로 ‘치고 받고’한 이상 우호적인 관계로 가긴 힘들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안 대표는 대권 경쟁후보인 손 고문을 견제하고 당내 입지 확보를 위한 기점으로 이번 재보선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안 대표의 경우 대권을 노리기 위한 준비 작업을 차곡차곡 해나가고 있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그는 ‘윤장현 전략공천’이라는 승부수를 띄웠다. 특히 동지적 관계였던 손학규 고문이 전략공천에 대해 “민주주의 후퇴”라고 맹비난했으나 광주 유권자들의 선택으로 구사일생했다. 오히려 안 대표 측에서는 ‘손학규 책임론’을 제기했다.
지방선거 다음날 최고위원회 비공개 회의에서 오홍근 최고위원은 “선거과정에서 외양간이 고장났다는 것이 확인됐다. 이런 상황을 그대로 두고는 7월 재보선을 치를 수 없다”며 “선거가 한창 이뤄지고 있는 판에 한쪽에선 힘 빼는 소리를 했다. 당의 기강이 이래선 안 된다”고 밝혔다.
이어 “재보선과 총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선 이 부분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사무총장은 바로 절차에 착수해야 한다. 당이 당력을 집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광주 전략공천에 대한 ‘안철수 책임론’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
또 당 지도부와 다른 목소리를 내고, 경기도지사 선거에 패배한 ‘손학규 책임론’을 꺼내, 7월 재보선에 나서려는 손 고문 측 인사들을 향한 견제로 풀이된다. 결국 손학규 책임론을 앞세워 7월 재보선 출마를 하지못하게 만들어 발목을 잡아두고, 당내 입지 강화를 위해 ‘안철수 측근’들을 대거 출마시키려 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위험부담도 있다. 신진등용론을 앞세워 ‘새정치’를 갈망하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다. 새누리당에서 거물급 인사를 배치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자칫 안 대표가 재보궐 선거에서 패배한다면 자기가 놓은 덫에 자신이 걸릴 수 있다는 얘기다.
반면, 손 고문의 7월 재보선 직접 출마는 이미 오래전부터 점쳐졌다. 지난 10월 재보선에서 경기 화성갑 불출마를 선언한 이유는 7월 재보선을 염두에 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손 고문은 공동선대위원장으로서 이번 경기지사 선거를 집중 지원했으나 패배했다. 차기 대선 주자 여론조사에서도 안철수 대표와 문재인 의원,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뒤지는 것으로 나타나 ‘승부수’를 띄워야 하는 상황이다.
따라서 손 고문이 직접 나서고, 손 고문 측근들이 대거 여의도로 복귀해야 당내 입지는 물론 대권 주자로서의 위상도 재확인할 수 있다. 반대로 손 고문으로서는 7월 재보선은 불출마를 할 수 없고, 절대 해서도 안 되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손 고문 측 인사들은 “보궐선거는 당에서 결정하는 것이고, 아직 전혀 준비하고 있지 않다”는 원론적인 입장이다. 하지만 정치권 일각에서는 손 고문이 어떤 역량을 보여주느냐에 따라 지지율 반등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당내에서도 안 대표의 ‘중진들의 선당후사’ 발언이 자기 사람 심기를 위한 꼼수라며 거물급 인사를 차출해야 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당 핵심관계자는 “지금은 이것저것 가릴 때가 아니다”며 “당에서 동원할 수 있는 역량을 총동원해야 한다. 새누리당이 내놓을 후보들과 인물경쟁력에서 어느 정도는 맞춰야 싸움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손 고문이 야당 약세 지역으로 분류되는 지역에 출마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 이면에는 새누리당이 이정현 전 수석, 오세훈 전 서울시장, 김문수 전 경기지사 등 거물급 인사들이 7월 재보선에 나섬에 따라 야당도 ‘박근혜 정부 심판’을 위해 거물급 인사를 전면에 내세워야 한다는 논리에서다.
공천 경쟁 돌입
당내에서조차 ‘중진 차출론’과 ‘중진 선당후사론’이 맞부딪친 가운데 손학규-안철수 간의 재보선 공천경쟁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손학규계로 분류되는 정장선 전 의원은 오래전부터 경기 평택을 출마를 준비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담양 출신 이개호 전 전남 행정부지사도 전남 담양·함평·영광·장성 지역 출마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손학규계인 이낙연 전 의원의 전남지사 선거 당시 적극 지원했던 인사다. 수원을은 이기우 전 의원, 광주 광산을은 이남재 전 대표실 차장이 출마를 결심했고, 손 고문은 서울 동작을과 수원 등에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다.
안 대표 측 인사들도 손 고문 측 인사들이 대거 출마할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에 출사표를 던질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안철수계 이계안 최고위원은 서울 동작을과 경기 평택, 이석형 전 함평군수는 전남 담양·함평·영광·장성, 수원에는 금태섭 대변인, 김상곤 전 경기교육감, 광주에는 김효석 최고위원과 정기남 정책부의장 등이 거론되고 있는 형국이다. 한때 동지였던 손학규-안철수. ‘킹’이 되기 위한 두 사람 간 전쟁의 서막은 서서히 달궈지고 있다.
7122love@ilyoseoul.co.kr
박형남 기자 7122love@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