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 박지원과 악연...민주당 실탄 적재중
논문표절 의혹에 딸 입사경위, 부인 재산까지 전방위
문창극 총리 후보자의 글과 발언이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일단 청와대는 ‘정면돌파’를 선택했다. 청와대는 16일 총리 임명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해 논란과 의혹에 대해 문 후보자가 직접 소명할 기회를 주겠다는 의지다. 사실상 문 후보자의 ‘자진사퇴’나 청와대의 ‘지명 철회’는 전혀 생각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럴 경우 국회는 임명 동의안이 제출된 날로부터 20일 이내에 인사청문을 마쳐야 한다.
문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개최될 경우 정치권에서 공방은 문제시된 발언과 글 그리고 도덕성에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일단 새정치민주연합 등 야권에서 우선적으로 그의 이념적 사고에 대해 집중적으로 거론할 전망이다. 특히 2011년 온누리 교회 특강 내용이 도마위에 오른다. KBS가 처음으로 공개한 이 동영상에서 문 후보자는 “조선이 일본의 식민지가 된 것은 하나님의 뜻”이라고 발언한 내용이다.
이념 총공세에 도덕성 검증까지
문 후보자는 “우리가 ‘하나님은 왜 이 나라를 일본의 식민지로 만들었습니까’라고 속으로 항의할 수 있겠지만 하나님의 뜻이 있는 것이다. ‘너희들은 이조 5백년 허송세월로 보낸 민족이다. 너희들은 시련이 필요하다’고 해서 우리에게 고난을 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이 특강에서 그는 “남북분단을 만들어 주셨다. 당시 조선인의 지식인은 거의 공산주의에 가깝게 있었다. 우리 체질을 봤을 때 한국에 온전한 독립을 주셨으면 우리는 공산화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또 “고난을 더 겪으라고 분단을 주셨고 6.25까지 주셨다. 미군이 없는 한국은 중국의 속국이 될 수밖에 없었다. 6·25는 미국을 붙잡기 위해 하나님이 주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문 후보자는 “윤치호가 말한 것을 인용한 것뿐이다. KBS가 악의적이고 왜곡된 편집을 했다”며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문 후보자의 일본군내 한국인 여성 위안부 문제 발언도 검증 대상에 오를 전망이다. 그는 지난 4월 서울대 강의에서 일본군 강제동원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우리나라는 예전과 다르게 선진국 반열에 올랐기 때문에 굳이 일본의 사과를 받아들일 정도로 나약하지 않은 국가가 됐다”며 우리 힘으로 위안부 할머니들을 감쌀 수 있어 일본으로부터 사과를 받지 않아도 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2006년 10월 참여정부 시절 쓴 중앙일보 논설에서는 북한과 전쟁도 불사해야 한다는 강경한 글을 올렸다. 문 후보자는 “포용이다. 햇볕이다 하며 너무 오래 참았다. 전쟁이 불가피하다면 전쟁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무엇보다 새정치연합에서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을 공격한 글에 대해서도 문제를 삼을 작정이다. 문 후보자는 2009년 8월4일 김 전 대통령이 서거하기 바로 직전 기명칼럼을 통해 “김 전 대통령의 비자금 조성과 재산 해외 도피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됐다”며 “이상한 점은 많은 의혹제기에도 불구 검찰은 물론 당사자 쪽에도 일절 반응이 없다”고 썼다. 이어 그는 “이런 제기된 의혹들을 그대로 덮어두기로 할 것인가. 바로 이 점이 안타까운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2009년 5월 26일에는 노 전 대통령이 자살한 이후 쓴 기명칼럼에서 “자연인으로서 가슴 아프고 안타깝지만 공인으로서 그의 행동은 적절치 못했다”며 “그 점이 장례절차나 사후 문제에도 반영되어야 했다”고 국민장으로 치르는 것에 대해 부적절함을 지적했다. 또한 노 전 대통령 가족들이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640만 달러를 받았다는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도 계속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로 인해 야권에서는 ‘저격수’이자 ‘정보통’으로 유명한 박지원 전 원내대표를 청문위원장으로 내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원내대표는 문 후보자가 DJ의 해외 비자금을 사후에도 파헤쳐야 한다는 글을 올리자 크게 역정을 내며 문 후보자에 대한 개인적 감정이 악화돼 청문위원장을 맡은 계기가 됐다는 관측이다. 문 후보자의 발언과 글외에도 새정치연합에서는 문 후보의 도덕성 검증에도 철저하게 나설 계획이다.
박 정권 저격수 ‘박지원’위원장 맡아
우선 새정치연합 청문위원에 들어간 한 의원실에서는 문 후보자뿐만 아니라 직계 가족에 대한 재산 형성과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인사는 “처가집 재산 형성 과정에 의심스런 구석이 있어 추적하고 있다”며 탈세나 재테크 과정에 불법적인 요소가 없는 지 살펴보고 있다. 아울러 딸만 셋인 문 후보자의 자식들에 대한 검증 작업에도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셋째딸의 경우 대기업 백화점에서 근무하고 있는데 임명과정 역시 세세하게 챙기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또한 문 후보자의 서울대 논문 취득 과정과 함께 표절 의혹도 제기될 전망이다. 문 후보자는 워싱턴 특파원 당시 서울대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새정치연합은 문 후보자가 지난 1993년 서울대에서 '한ㆍ미 간의 갈등유형 연구'라는 주제의 논문으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는데 한국이 아닌 미국에서 어떻게 박사학위를 땄는지 청문회에서 검증할 예정이다. 아울러 논문 표절 의혹 역시 검증 대상이다.
한편 중앙일보 기자 출신으로 이렇다할 행정경험이 부재하다는 점 역시 검증 대상이다. 문 후보자는 서울대 정치학과 출신으로 1975년 중앙일보에 입사해 정치부 기자, 정치부 차장, 정치부 부장, 편집국 부국장, 미주총국 총국장, 회장 비서실장, 관훈클럽 총무, 논설주간 상무,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회장, 주필 전무, 한국정치평론학회 회장, 고려대 미디어학부 석좌교수를 거쳐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초빙 교수를 역임했다. 정치부 기자로서 삶을 산 것 외에는 눈에 띄는 이력이 없다.
국회 출입을 한 기자는 “서울대 나온 문 후보자가 75년부터 기자생활을 시작해 정치부 부장까지 역임했는데 역대 정권 어느 곳으로부터 출마나 공직에 ‘러브콜’을 받지 않다가 박근혜 정권이 들어선 이후 총리로 지명된 것을 보면 능력이 출중하다고 보기는 힘들다”면서 “박 정권이 인사청문회 통과를 가장 우선적으로 본 게 치명적인 실수가 아닌가 싶다”고 진단했다.
mariocap@ilyoseoul.co.kr
홍준철 기자 mariocap@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