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특성 모르는 여성들 이용해 사기행각
지씨가 범행 대상으로 삼은 여성들은 남편과 이혼했거나 사별해 홀로된 40대 초반에서 50대 중반까지의 여성들. 그 중에는 개인 사업을 운영하는 ‘커리어 우먼’ 도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지씨는 중년 나이트클럽이나 전화방 등에서 여성들에게 접근한 후 만남을 가졌으며, 훤칠한 키와 서글서글한 외모는 물론 유머러스한 화술과 새련된 매너로 단번에 여성들을 사로잡았다.여성들과의 만남이 지속되는 동안 지씨의 존재를 의심하는 여성들은 거의 없었다. 지씨가 완벽한 연기를 구사했기 때문이다.지씨는 군복을 구입한 후 이를 착용한 사진을 찍어두고 만나는 여성들에게 보여줬으며, 인터넷 신분증 위조 사이트에서 부대 출입증과 신분증을 위조해 육군 ‘투스타’ 행세를 해왔다. 특히 지씨는 여성들과의 대화시 의심의 소지를 없애려고 군사학 전문 서적까지 탐독했던 것으로 알려졌다.특히 지씨는 훈련기간 동안 “부대일이 바쁘다” 며 전혀 여성들을 만나지 않는 등 예전 군 복무시의 훈련일정을 토대로 완벽한 직업군인 행세를 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매너좋고 직업좋은 1등신랑감
여성들 대부분은 ‘매너좋고 직업좋은’ 1등 신랑감인 지씨와 결혼을 약속했고 혼전동거에 들어간 여성들도 있었다.여성들의 신뢰감을 얻게 되자 지씨는 슬슬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갑자기 집에 일이 생겨 돈이 필요하니 빌려달라”고 하거나 “병원에 가야 하는데 진료비가 생각보다 많이 나올 것 같으니 조금만 보태달라”고 하며 여성들에게 금품을 요구하기 시작한 것이다.또, 지씨는 “부인과 사별했는데 전역 전에 혼인신고를 해야 부인에게도 연금이 지급된다”는 그럴싸한 말로 결혼을 강요하기도 했다.대부분의 여성들은 혼인을 약속했거나 동거 중이라 의심없이 돈을 건냈다. 이런 수법으로 지씨는 1,000만원 정도의 금품을 뜯어냈다.목적이 달성되면 지씨는 “일에 몰두하고 싶다”고 말하거나 사소한 문제들로 고의적인 싸움을 자주 벌여 여성들과 헤어졌다.
목적 이루면 고의로 문제 일으켜
그러나 지씨의 사기행각은 결국 덜미를 잡혔다. 피해여성 중 한 명이 경제적으로 궁색한 지씨를 수상히 여겼고, 주변 사람을 통해 지씨의 신분 확인에 들어간 것. 이 과정에서 지씨의 장군 사칭 행각이 군 수사당국의 첩보망에 걸려들었다.피해자의 신고로 군과 경찰은 지씨의 정체를 파악하고 추적 끝에 지씨를 구속했다.군 조사에서 지씨는 “군복입은 사진을 보여주며 접근하니까, 여성들이 별로 의심하지 않았다”며 “결혼하고 싶어서 저지른 행동일 뿐 다른 의도는 없었다”고 털어놨다.그러나 이 사건을 수사중인 군 관계자는 “지씨가 중년여성들이 안정적인 직업을 가진 남성을 배우자로 선호한다는 점을 노려 사기행각을 벌여왔으며 수려한 외모와 달변을 무기로 사용했다”고 언급하며 “지씨가 동일전과가 수차례 있는데다, 성적 수치심으로 인해 피해사실이 알려지기를 꺼리는 여성들이 있을 가능성이 높아 추가 조사를 벌일 계획” 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그는 완벽한 ‘육군 투스타’였다”
‘육군 투스타’ 로 위장한 지씨의 사기행각에 농락당한 A씨(44). 당시 지씨와 결혼을 약속해 다니던 직장마저 그만둔 A씨는 군, 경 합동 수사망을 피해 홀연히 달아난 지씨를 의심하게 되었고, 결국 지씨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 지씨를 어떻게 알게 되었나?▲ 작년 봄 중년 나이트 클럽에 갔다가 우연히 합석하게 돼 알게 됐다. 그 자리에서 몇 마디 나눴는데, 지씨는 정말 매너가 좋았다. 이후 연락처를 교환하고 몇 번 더 만났다.
- 지씨와 결혼을 약속했었나?▲ 그렇다. 안정된 직업에 잘생긴 인물. 남편과 이혼한 후 많이 외로웠었는데 그만한 조건을 가진 인물은 없다고 생각했다. 서로 객지에서 고생하는 것이 싫어 바로 동거에 들어갔다.
- 지씨를 의심해 본 적은 없나?▲ 그가 떠나기 전까지는 없었다.그는 군 일과표에 맞춰 꼬박꼬박 출, 퇴근했고 언제 무슨 훈련이 있는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 더구나 내가 군에 대해 전혀 몰라 더욱 의심하지 않았다. 그러나, 음식점에서 밥값을 내는데 망설이는 등 행색이 초라해 의심을 하게 됐다. 이후 소리없이 잠적해버려 사기꾼임을 확신하게 됐다.
김재윤 yoonihooray@ilyoseoul.co.kr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