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유흥가 ‘황태자’ 본업은‘전문절도범’
강남 유흥가 ‘황태자’ 본업은‘전문절도범’
  • 이수향 
  • 입력 2005-04-09 09:00
  • 승인 2005.04.09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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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일대 차량은 내손안에…

3월 19일 새벽 1시경. 그는 강남구 포이동의 한 주차장에 주차되어 있던 우모(34)씨 소유의 승용차를 훔친 뒤 다른 승용차로부터 떼어낸 번호판을 갈아 붙였다. 훔친 우씨의 차량으로 강남일대를 누비며 범행 대상을 물색하던 그는 주차되어 있는 차량에 의외로 많은 허점이 있음을 파악하게 된다. 주차되어 있는 차량 중에는 환기 등의 이유로 창문을 완전히 닫지 않은 차량이 의외로 많다는 것을 알게 된 것. 특히 그는 운전자가 신용카드나 현금 등을 차안에 그대로 둔 채로 자리를 비우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이용했다. 조금만 주의깊에 살펴보면 주변에는 범행을 저지르기에 적당한 차들이 즐비했다. 그의 범행은 눈깜짝할 사이에 이루어졌다. 그는 매번 번듯한 정장차림으로 차량 주변을 살피고 주변의 동태를 파악한 후 열린 창틈을 통해 차량 문을 열고 차안에 있는 현금 및 신용카드 등을 훔쳐 달아났다. 차량 내부에는 황씨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현금 및 값나가는 물건들이 있었다. 차문을 여는 것만 성공하면 그 다음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유흥비로 펑펑 “강남의 무법자”

그러나 쉽게 들어온 돈은 쉽게 나가기 마련. 황씨는 범행으로 마련한 돈을 하룻밤의 유흥비로 탕진했다. 황씨의 생활은 이제 강남의 어느 부유한집 아들도 부럽지 않을 만큼 풍족하고 화려하게 변했다. 그에게 유흥비는 하룻밤 ‘한탕’으로 충분히 만회할 수 있는 것으로 더 이상 아까운 것이 아니었다. 쉽게 돈을 손에 쥐게 되자 황씨는 범죄의 덫에 더욱 깊이 빠져들었다. 하지만 이미 ‘돈의 맛’을 알아버린 황씨가 범죄에서 발을 빼기에는 너무 늦은 듯했다. 유흥의 유혹은 생각보다 강했다. 황씨의 범행은 더욱 교묘하고 대담해졌다. 그는 훔친 차량을 몰고 범행대상을 찾아 밤낮을 가리지 않고 강남일대를 누비고 다녔다. 그는 강남의 무법자로 전락하기에 이른다. 황씨는 항상 말끔한 정장차림으로 주변의 의심을 교묘히 피하며 범행을 시도했다.

고급 정장을 번듯하게 차려입은 20대 초반의 황씨를 의심할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는 창문이 조금만 열려있어도 미리 준비한 기다란 꼬챙이를 이용해 능숙하게 문을 따고 범행을 저질렀다. 그는 또 수동으로 문을 열 경우 경보기가 울릴 것을 감안해 경보기가 달려있지 않은 차량만을 범행대상으로 고르는 등 치밀한 사전 답사도 잊지 않았다.하룻밤이면 사라질 유흥비 마련을 위해 황씨는 닥치는대로 범행을 저질렀다. 그 결과 그의 범행 횟수는 불과 5일여 동안 약 40회에 달했으며 절취한 현금만도 1,300만원에 이르렀다. 이 사건을 담당한 서울 수서경찰서 강력반 정호영 반장은 “황씨는 전과로 인해 취직이 안되던 차에 돈이 필요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했지만 핑계에 지나지 않는다” 고 일축했다.

강력계 형사 인터뷰 “범행에 쉽게 노출된 차량 너무 많았다” 주의 요망

사건을 담당한 정호영 반장은 이번 황씨 사건 외에도 주차되어 있는 차량을 상대로 한 크고 작은 범행들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정반장은 “돈만 잃으면 그나마 다행”이라며 “이러한 사건은 현금만을 털어 달아나는 단순 절도에서 그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만약 차주나 주변인들이 범행현장을 목격할 경우, 인명 피해를 포함한 강력사건으로 발전될 소지가 충분한 만큼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그는 “일단 자신의 차량이 범행대상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반장은 “수사를 하다보면 범인들은 너무도 쉽고 간단히 범행을 저질렀음을 알 수 있는데 이는 그만큼 범행에 노출된 차량들이 많다는 증거”라며 안타까워했다. 평소에 조금만 신경쓰면 위험한 범행 대상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 뿐 아니라 강력한 범죄에 희생될 가능성을 미리 차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반장이 제시하는 범죄예방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그는 기자와의 대화내내 “차량에는 현금은 물론이고 신용카드나 돈이 될 만한 물건 등을 아예 두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향>

이수향  thelotu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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