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총수vs말단 해고직원 5년 ‘맞짱’
재벌총수vs말단 해고직원 5년 ‘맞짱’
  • 홍성철 
  • 입력 2005-03-24 09:00
  • 승인 2005.03.24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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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CI(통합기업이미지) 선포식을 통해 산업용 전기·전자·소재 분야의 세계 일류그룹 도약을 천명한 구자홍(전 LG전자 대표이사) LS그룹 회장이 국내 재벌총수로는 처음으로 헌법소원심판청구 사건에 연루돼 재계의 이목을 모으고 있다. 구 회장이 연루된 헌법소원 사건은 다름 아닌 지난 2000년 발생한 이른바 ‘왕따메일’ 사건. 이 사건은 2000년 2월 내부비리를 고발한 후 직장 내에서 왕따를 당하다 해고된 정국정(LG전자 근무)씨와 구 회장을 비롯한 LG전자측간의 고소-맞고소 사건이다. 5년이 넘게 진행된 양측간의 법정공방은 지난 2월17일 대검찰청이 정씨가 제기한 불기소 재항고 사건에 대해 기각 결정을 내림으로써 지루한 법정공방에 종지부를 찍는가했다. 하지만 정씨는 대검의 결정에 불복, 헌법재판소에 또다시 헌법소원을 제기(3월16일)하면서 이 사건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왕따메일’ 사건이 발생한 것은 5년 전인 2000년 2월. 88년 11월 LG전자에 입사한 정국정씨는 96년 11월 부서내 자재구매 비리를 감사실에 고발했다.

내부비리 고발이후 정씨는 메일 수신에서 제외되고 승진에서 누락되는 등 직장내에서 왕따를 당하다 2000년 2월 해고됐다. 이후 정씨는 사내에서 유포됐던 이른바 ‘왕따메일’이 증거가 돼 2000년 7월 산업재해 판정을 받기도 했다.하지만 당시 LG전자 대표이사였던 구자홍 회장은 정씨가 ‘왕따메일’을 위조해 산재승인을 받았다며 사문서 위조 및 동행사죄 등의 죄명으로 고소하면서 양측의 지루한 송사는 시작됐다. 검찰은 2000년 11월 정씨를 왕따메일 위조 혐의로 기소 했지만 법원은 2003년 6월 무죄판결을 내렸다. 무죄판결을 받은 정씨는 즉각 응수에 나섰다. 같은해 10월 구 회장을 무고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던 것. 하지만 구 회장 고소건에 대한 검찰 수사는 소극적이었다. 몇 차례의 재기수사명령에도 불구하고 2004년 10월 서울남부지검 K검사는 구 회장에 대해 ‘혐의없음’ 처분을 내렸다.

이런 와중에 지난 10월7일 서울남부지법 형사1단독은 왕따메일을 보내 정씨의 정상적인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기소된 LG전자 직원 K씨에 대해 징역 4월을 선고했다. 학교에서 왕따를 당한 학생이 민사상 손해배상을 받은 적은 있었지만 직장내 왕따메일로 실형이 선고된 것은 이례적인 것으로 이 판결이후 왕따메일 사건은 새 국면으로 접어들었다.정씨가 지난해 11월16일 ‘왕따메일’ 사건을 수사한 서울남부지검 J검사(현 대검찰청 근무)와 구 회장을 불기소 처분한 서울남부지검 K검사를 직권남용죄로 고소하는 동시에 구 회장을 상대로 대검찰청에 재항고(12월1일)를 했기 때문이다. 정씨는 고소장에서 “구자홍 회장에 대한 무고혐의가 명백한 이유로 당시 고소장 및 진정서에 구자홍의 인감이 찍혀 있었고, 특히 정씨를 고소하라고 지시한 구자홍의 위임장이 붙어 있었다”며 “검사가 죄 없는 약자는 죄인으로 만들고, 죄 있는 재벌주는 무죄로 해 준 대표적인 ‘검찰비리’”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검찰은 정씨의 고소건과 재항고건에 대해 각각 ‘혐의없음’ 처분(2004.12.21)과 기각 결정(2005.2.17)을 내렸다. 이에 대해 정씨는 서울고등법원에 재정신청(3월1일)을 했고, 재항고 기각건에 대해서는 헌법소원(3월16일)을 제기했다. 서울남부지검 검사를 피청구인으로 한 헌법소원 청구취지에서 정씨는 “피청구인이 피의자 구자홍의 무고 혐의에 대해 ‘불기소’ 처분을 한 것은 청구인의 평등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이를 취소한다”라는 결정을 내려 달라고 주문했다. 최근 <일요서울>이 단독입수한 헌법소원심판청구서에 따르면 정씨는 “구자홍이 LG전자 대표이사로서 청구인에 대한 고소장에 자신의 인감이 사용되었고, 고소장에 첨부된 구자홍 명의의 위임장 등을 살펴보면 청구인에 대한 고소에 관여했다고 볼 여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의문점 등에 대해 전혀 수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 “청구인에 대한 사문서위조의 점에 대한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왕따메일을 발송한 사실이 없다’는 진술을 했다가 모해위증죄명으로 법정구속된 왕따메일 발송자에 대해 회사에서 변호사를 선임해 준 사례 등을 살펴보면 구자홍이 청구인을 고소한 사실을 몰랐다고 볼 수 없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부분에 대해 전혀 수사하지 않은 상태에서 ‘혐의 없음’의 불기소처분을 한 것은 청구인을 차별해 청구인에게 헌법상 보장된 평등권과 재판절차상의 진술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LG전자측 관계자는 “지난해 2월 정씨가 제기한 부당해고 소송건에 대해 대법원이 기각 결정을 한 것으로 사건이 마무리된 것으로 알고 있다. 헌법소원 제기는 아직 전해 들은 바 없다”고 말했다.국내 대표적 재벌기업을 상대로 한 정씨의 5년 송사에 대해 헌재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자못 궁금하다.

구자홍 회장은 누구

자산규모 5조 7,000억 국내 15위 그룹 총수LG그룹 구자경 명예회장과 같은 항렬 구본무회장은 조카정국정씨와 5년 넘게 송사를 벌이고 있는 구자홍(59) 회장은 구인회 LG그룹 창업회장의 셋째 동생 구태회 LG전선 명예회장의 장남이다. LG그룹 구자경 명예회장과는 같은 항렬로 사촌 관계이고, 구 명예회장의 장남인 LG그룹 구본무 회장과는 숙질관계다. LG가문의 대표적인 대주주 2세인 셈이다. 구 회장은 LG상사 등을 거쳐 95년부터 2003년초까지 LG전자 대표이사를 지냈다. 구 회장과 정씨가 송사에 휘말린 것도 이즈음. LG전선그룹은 2003년 말 LG그룹에서 분리, 독립하면서 구 회장이 회장에 취임했다. 구 회장은 올 초 LS전선·LS산전·LS-Nikko동제련·가온전선·E1·극동도시가스 등 6개사가 주축이 된 LG전선그룹을 LS그룹으로 명칭을 변경하고 ‘독자경영’에 나섰다. 2005년 3월 현재 17개 계열사를 거느린 LS그룹은 지난해 매출 8조7,000억원와 영업이익 5,000억원의 실적을 올렸다. 자산규모는 5조7,000억원으로 국내 15위(공기업 및 민영화된 공기업 제외)이다.

홍성철  anderia10@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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