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의 외도 더 이상 금기라 느끼지 못한다
주부의 외도 더 이상 금기라 느끼지 못한다
  • 이수향 
  • 입력 2005-03-24 09:00
  • 승인 2005.03.24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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탤런트 유동근과 황신혜의 연기로 인기를 끌던 ‘애인’은 유부남과 유부녀의 애틋한 사랑을 다룬 1996년 MBC 드라마. ‘아름다운 불륜’이라는 유행어를 만들어내며 당시 대한민국을 발칵 뒤집어 놓았다. ‘애인 신드롬’ 이후 8년이 지난 지금 대한민국 주부들의 성의식 실태는 어떨까. 일간 경제지인 <헤럴드경제신문>이 최근 실시한 ‘2005년 주부 성 리포트’에 따르면 주부들은 분명히 과감해졌다. 남편과 가정으로부터 소외 당한 주부들은 배우자 몰래 ‘애인’을 사귐으로써 인생의 활력소를 찾는다. ‘바람난 주부들’은 더 이상 영화속에나 등장했던 비도덕적이고 타락한 여성이 아니다. ‘애인을 사귀는 여자들’은 한 남자의 아내로 머무르기를 거부하고 있다.

“내가 애인을 둔 이유”

“남편은 더 이상 나를 ‘여자’로 보지 않는다. 자기는 나가서 별짓거리 다하면서 나는 ‘잡아놓은 물고기’라고 먹이조차 주지 않는다. 밥해주고, 애 낳아주고, 청소하고, 빨래하고…. 내가 남자 뒤치다꺼리나 하는 파출부인가? 내가 돈받고 팔려왔나? 나는 더 이상 그렇게 살지 않겠다.” 한 인터넷 포털 게시판에 올라온 주부 양모(33)씨의 사연이다.지난 15일 오후 기자는 설득끝에 양씨와 전화통화를 했다. 양씨는 의외로 통화내내 담담했다. 그는 “현재 1년째 만나는 ‘애인’이 있다”는 말로 입을 열었다. 명문대 졸업 후 대기업에서 근무하다 남편을 만난 양씨는 결혼과 함께 퇴사했다. 그 후 그는 그야말로 가정일에 파묻혀 정신없는 하루하루를 살았다고 한다. 그러나 결혼 후 남편은 변했다.

남편은 밖으로만 나돌았으며 공공연히 외도를 일삼았다. 대화라도 할라치면 남편은 걸핏하면 양씨를 ‘할일없는 여편네’로 몰아붙이며 한심한 눈으로 쳐다보기 일쑤였다. “아이가 어느 정도 자라고 시간적 여유가 생기다보니 ‘다른 남편들도 저럴까’라는 의구심과 함께 결혼생활에 회의가 들었다”는 것이 양씨의 말이다.“극심한 우울증으로 인해 신경 안정제로 하루하루를 버텼다”는 그는 ‘기분전환’삼아 우연히 들른 강북의 모 성인 나이트에서 현재의 애인 K씨를 만났다. 양씨는 “나를 한낱 가정부쯤으로 여기는 남편과 달리 그는 나를 진정한 ‘여자’로 대해주었다”며 “집에서는 ‘가정부’처럼 살지만 K씨 앞에서만큼은 항상 ‘최고’의 여자”라며 씁쓸해했다.

두 번만에 육체관계

양씨가 고백하는 유부녀의 바람은 그야말로 ‘폭풍’같다. “서른이 넘어서도 이런 감정을 느낄 수 있다는 것에 놀랐다”는 그는 “두 번째 만난 날 관계를 가졌다”고 털어놨다. 보수적이고 내성적인 성격이라는 양씨는 “남편과도 시도해본적 없었던 과감한 섹스를 즐기는 내 모습에 놀란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일주일에 두번 만난다. 교외로 나가서 식사도 하고 차도 마시고…. 자연스레 관계도 갖는다.” 놀라운 사실은 양씨가 남편이나 아이에게 죄책감을 느끼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양씨는 남편과의 결혼생활에 심각한 염증을 느끼고 있었으며 통화내내 “나도 사랑받고 싶은 여자다”라는 말을 반복했다. 그는 “결혼 5년 동안 남편은 나를 바깥 나들이조차 제대로 시켜준 적 없다. 집에 오면 나를 ‘종’처럼 부려먹으며 ‘피곤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남편에게 더 이상 애정은 남아있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타락한 주부라해도 할 수 없다”

“남자의 외도는 말그대로 한낱 ‘바람’일 수 있지만 여자의 외도는 무서운 법입니다.” 양씨가 이어서 들려준 얘기는 과히 충격적이었다. 그에 따르면 외도는 더 이상 남자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양씨는 자신의 주변에도 생활의 활력소를 얻기 위해 외도를 즐기는 여자가 의외로 많다고 전했다. 그는 “결혼 후 남자들은 하나같이 다 변한다. 그런 남편에 대한 반감으로 애인을 두는 경우가 꽤 있다”고 전했다. 불안함과 죄책감에 ‘제자리’로 돌아오는 경우도 있지만 주변에는 ‘애인과의 새로운 인생’을 꿈꾸는 주부도 상당수라는 양씨의 말은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양씨에 따르면 애인을 둔 주부들은 주로 채팅이나 성인 나이트 클럽에서 애인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서로에게 급속히 빠져든다.

양씨는 “만나서 차만 마시는 식의 순진한(?) 여성은 없다”고 단언했다. 그에 따르면 주부들은 더 이상 남편과의 애정없는 관계에 매달리지 않는다. 남편과의 틀에박힌 육체관계에서 벗어나 애인과 가볍게 즐기기 원하는 ‘쿨’한 주부들도 있다는 것. 그는 “타락한 주부라 손가락질해도 할 수 없다. 그간 남자들의 외도는 공공연히 묵인되어오지 않았는가”라 반문했다.양씨는 통화내내 “여자들은 확실히 변했다”는 것을 강조했다. 얼마전 보도된 ‘기혼녀의 성의식 실태’에 대해 얘기하자 그는 “조금 과장된 측면도 있지만 보도내용은 엄연한 사실”이라 말했다. 양씨에 따르면 ‘정숙한 아내’로서의 삶을 거부하는 여성들이 늘고 있다. 그들은 ‘성’의 굴레에 얽매이기를 거부한다. 양씨는 “남편이 아닌 애인과의 정사에 대해서도 스스럼없이 털어놓는 여성들이 늘고 있다”며 “남성이 변하지 않는다면 여성의 반란은 계속될 것”이라 말했다.

양씨는 “아직까지는 K씨와의 관계를 정리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오히려 그는 “현재 심각하게 이혼을 생각하고 있다”고 담담히 털어놨다. 더이상 남편과 가정을 위해 나를 희생하기는 싫다는 것이 그 이유다. 그는 “설령 지금 K와의 관계가 진정한 사랑은 아닐지라도, 또 거짓이라 할지라도 나는 남편이 아닌 K를 사랑하고 있다”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대한민국이 불륜공화국 맞나?’

2005 주부 성의식실태 조사결과지난 3월 2일 헤럴드경제는 ‘스페셜리포트-바람난 공화국 2005 주부 性리포트’에 대한 기사를 보도했다. 이 스페셜 리포트는 올 초 헤럴드경제가 포털사이트 다음의 미즈넷과 공동으로 실시한 ‘24~35세 네티즌 기혼녀의 성 의식 관련 설문조사’를 분석한 것이다. ‘한국판 킨제이 보고서’라는 별칭까지 생긴 이 리포트의 결과는 다소 충격적이다. 우선 응답자 1만6,947명 중 43.3%가 `남편 외에 사귀는 애인이 있다`고 답했다. 애인을 사귀는 이유로는 응답자의 48.2%가 ‘색다른 사랑을 하고 싶어서’라 답했다. 또 ‘앞으로 애인을 사귈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59.9%가 긍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애인을 만나게 되는 경로는 채팅이나 동창회를 통한 경우가 30%로 가장 높았다.

육체관계를 가지게 되는 시간도 짧았다. 응답자 중 65%는 만난지 한 달 내 애인과 성관계를 가진 것으로 밝혀졌다. 또 첫 만남에서 관계를 가졌다는 응답자도 22.6%에 달했으며, 한 달가량 걸렸다는 응답자는 22.3%, 1~2주 시간이 소요됐다는 응답은 21.4%였다. 특히 응답자의 57.3%가 만날 때마다 육체관계를 갖는다고 답했다. 앞으로 애인과의 관계 설정에 대해서는 응답자 중 44.4%가 잠시 즐길 뿐이며, 38.8%는 계속 유지할 것이라고 답했다. 특히 응답자의 11.6%는 조만간 관계를 정리할 것이라 했지만 5.1%는 남편과 이혼을 고민 중이라고 답해 눈길을 끌었다. 애인을 사귄 기간은 과반수에 가까운 48.6%가 1년 이상으로 답했다. 6개월 이상은 13.8%, 석 달이 안 됐다는 답변은 23%로 집계됐다.

이수향  thelotu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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