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상탈출 시현 시험장 문제로 고민이 깊어가던 중 이스타항공이 생각해 낸 방법은 아직 도움을 요청하지 않은 사람에게 도움을 청하자는 것이었다. 바로 항공운항증명 검사관에게 말이다.
“검사관한테 도와 달라고 하자고요? 가뜩이나 우리에게 뭐 하나라도 문제가 없나 하고 늘 트집을 잡으로 오는 사람들인데 도와줄 리가 있겠습니까?”
몇몇 직원은 반대를 했다. 하지만 새로운 생각이 필요했다. 검사관은 비행기가 뜨고 내리는 모든 상황을 수없이 점검해 온 사람이다. 그렇다면 안전 비행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었다. 이스타항공은 훌륭한 선생님을 지척에 두고도 정보를 얻지 못한다면 그것은 더 어리석은 일이라고 판단했다.
크리스마스를 이틀 앞둔 날, 감독관을 찾아가 사정을 설명하고 도움을 요청했다. 이야기를 듣던 감독관조차도 의외라는 표정이었다. 지금껏 많은 테스트를 관리해 오면서 감독관을 견제하려는 사람은 많았지만 도움을 청한 사람은 처음이었던 것이다.
감독관은 필사적인 이스타항공의 모습에 마음이 움직였는지 비행기의 엔진 테스트 공간인 런업장을 훈련장소로 빌려줬다. 낮에는 엔진을 정비하기 때문에 이용할 수 없지만 밤에는 훈련이 가능했다. 전 직원 모두 크리스마스 연휴까지 반납하고 훈련에 들어갔다.
드디어 비상탈출 시현날, 한쪽에서는 카메라가 세팅되고 직원들은 시간을 쪼개 가며 해 왔던 훈련을 되새기면서 테스트를 준비했다. 전날까지 훈련을 도와주던 자상함은 어디로 갔는지, 감독관들은 엄격하고 서늘한 눈초리로 직원들의 움직임을 하나하나 지켜봤다.
이를 바라보는 이스타항공 직원들의 손에서도 자꾸만 땀이 배어났다. 하지만 모두들 온 힘을 다해 탈출 시간을 단축해 온 만큼 잘해낼 거라 믿었다.
때마침 약속이라도 한 듯 눈발이 날리기 시작했다. 만약 실제 상황이었다면 기상 악화로 기내 안전은 더욱 크게 위협받을 것이었다. 이스타항공의 비행기는 보잉사의 최신 기종인 737NG였는데 앞쪽 좌우와 맨 뒤쪽 좌우에 총 네 개의 패신저도어가, 양쪽 날개 쪽에 네 개의 비상탈출용 도어가 있다. 이스타항공은 15초 안에 패신저 도어와 비상탈출용 도어를 열고, 슬라이드 앤 리프트를 내렸다. 그리고 부풀어 오른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와 착지하는 데 성공했다.
백조는 물 위에 떠 있기 위해 끊임없이 다리를 휘젓는다. 하지만 겉으로는 매우 우아해 보인다. 비상탈출 시현은 준비했던 시간이 무색할 만큼 눈 깜짝할 새에 끝이 났다. 비상탈출 시현을 위한 거듭된 훈련을 모르는 사람들이 보기엔 그저 멋있어 보이는 순간이었을 것이다. 감독관들은 만족한 얼굴로 크게 외쳤다.
“이스타항공, 합격 드립니다!”
직원들 모두 한 목소리로 환호하며 서로를 부둥켜안고 뛰면서 감독관에게 물었다.
“이제 날 수 있는 겁니까?”
2008년 12월 28일, 새해를 사흘 앞둔 날의 일이었다.
제주 여행은 1만9900원부터
이스타항공은 기업 윤리와 더불어 효율적 경영을 중요시했다. 꼭 필요한 최소한의 것만 있으면 된다는 생각 때문이기도 했지만, 설립 당시부터 ‘비행기를 이용하는 고객들에게 어떻게 하면 더 적은 비용으로 최대한의 만족을 전해줄 수 있을까’를 숙제로 삼았기 때문이다. 저비용 고효율 경영 시스템을 제대로 구축하기 위해서는 더욱 필요한 숙제였다.
그 때 생각해 낸 것 중 하나가 바로 ‘얼리 버드(Early Bird) 요금제’다. 얼리 버드는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다’는 서양 속담에서 따온 말이다. 얼리 버드는 사전적으로 일찍 일어나는 사람, 혹은 정시보다 일찍 오는 사람을 뜻한다. 말 그대로 부지런한 사람이다. 얼리 버드 요금제는 항공권을 빨리 구매한 사람이 정상 가격보다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한 합리적 요금제다.
이 요금제의 기저에는 정교하게 다듬어진 금융 시스템이 자리 잡고 있다. 결과적으로 고객과 기업 모두를 만족시킨다. 일정을 미리 계획한 고객은 저렴한 가격에 여행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고, 기업은 항공권을 미리 팔기 때문에 자금 유동성이 커진다. 미리 확보된 자금 덕분에 은행에 낼 이자 비용이 줄어드니 항공 요금을 낮출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국민과 함께하는 기업, 기업과 국민이 이익을 공유하는 기업. 이런 가치관과 효율적 사고방식이 국내 항공사 최초의 얼리 버드 요금제를 탄생시켰다.
그렇게 “이스타항공의 1만9900원부터”는 이제 하나의 고유명사로 자리잡았다.
희망·꿈 실어 나르는 글로벌 항공
이스타항공은 동방, 동양의 이스트와 별을 뜻하는 스타의 합성어로 ‘동방(동양)의 별’이란 의미다. 이스타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첫째로 ‘동방의 별’ 하면 동방박사들이 동쪽 하늘에 떠 있는 별을 보고 아기 예수를 찾아가 만난다는 내용이 자연스레 떠오른다. 여기서 동방의 별이란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을 줄 수 있도록 인도해 주는 역할을 하는 상징적 의미의 별이다.
두 번째로 ‘동양의 별’은 비록 동양의 작은 항공사로 시작했지만 동양 항공계의 스타가 돼 전 세계 소비자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꿈을 상징한다. 이스타항공은 단순히 목적지에 승객만을 실어 나르는 항공사가 아니라 수많은 이들의 희망과 꿈도 함께 실어 나르는 글로벌 항공 기업을 지향한다.
꿈을 꾸는 사람의 도전과 노력은 아름다운 별로 승화될 수 있다. 고통스러운 현실에 매몰돼, 도전과 노력을 게을리 한다면 그 누구도 별이 될 수 없다. 별은 깊은 고민과 실천을 해 나가는 사람만이 얻어낼 수 있는 숭고한 결과물이다.
진정으로 잘 사는 일은 타인과 더불어 사는 길을 찾고, 그것을 위해 열정을 다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스타항공의 별은 나도 잘 살고 너도 잘 사는 꿈과 희망의 별이다. 앞으로도 이스타항공은 지금처럼 그 길을 제시하고, 그 길을 위해 도전하는 가장 선한 별이 되고자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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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박시은 기자>
<출처=촌놈 하늘을 날다│지은이 이상직│고즈윈>
박시은 기자 seun897@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