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도난 자영업자 75%가 50~60대
[일요서울 | 이기수 대기자] 베이비붐 세대들이 본격적으로 은퇴하면서 우리나라가 고령화시대에 성큼 다가섰다. 이후 세대인 에코붐 세대들이 은퇴 행렬에 가담하기 시작하는 5~6년 후엔 고령인구(시니어)들의 취업전쟁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고령화 시대를 제대로 준비하지 못하고 있는 시니어들은 불안하기만 하다. 평균연령 증가로 은퇴 후 30년 동안 뭘 하고 살지도 막막하다. 고령화시대를 맞아 시니어들의 취업(창업)의 현황과 문제점, 전망과 대책 등을 짚어본다.< 편집자 주>
시니어들의 창업이 붐을 이루고 있다. 중소기업청이 매분기 발표하는 분기별 신설법인수가 올해 1분기에 2만761개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신설법인 숫자가 분기에 2만개를 넘어선 것은 2003년 관련 통계작성 이후 처음이다.
창업 붐을 이끈 것은 50대 이상 중·장년층이었다. 작년 1분기 보다 50대는 13.5%, 60대 이상 창업은 12% 늘어 두 자릿수 증가율을 보였다. 올 1분기에는 전 연령대 창업이 고루 증가한 가운데 ‘30세 미만’ 연령층만 5.6% 감소했다.
중소기업청은 이같은 현상에 대해 ▲직장에서 은퇴한 베이비붐 새대들의 ‘시니어 창업’이 지속되고 있고, ▲정부의 자금 지원이나 절차 간소화 등 창업 활성화 정책도 영향을 미친 것이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베이비부머들의 은퇴가 폭풍처럼 밀려오고 있다는 것. 1955~1963년 사이에 태어난 베이비부머 은퇴자 규모는 2010년 66만3000명에서 2012년 74만3000명, 지난해 82만명으로 증가했다. 향후 10년간 베이비부머 세대가 매년 15만 명 이상 일자리에서 퇴직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우리나라는 이제 고령취업, 고령 창업 시대를 맞을 전망이다.

대기업에서 20년 이상 근무하다 퇴직한 송명진(57) 씨는 최근 몇 년간 호프집, 노래방 등 제2 인생을 위한 자영업을 해봤지만 번번히 실패했다. 경기부진에다 경험부족도 있었지만 문제는 시니어들이 선뜻 시작해서는 안되는 업종에 손을 댄 것이다. 더 이상 쏟아 부을 돈도 없던 송씨는 커피에 관한 공부를 시작했다. 지난 1년 6개월 동안 송씨는 학원도 다니고 커피 본토인 콜롬비아에도 갔다 왔다. 커피에 대해 제대로 알고 싶었기 때문이다. 각종 커피 관련 자격증도 10개나 땄다. 그는 조만간 서울 근교에 조그만 커피전문점을 차릴 계획이다. 송씨는 환갑을 바라보는 나이에 바리스타를 꿈꾸는 젊은이들을 상대로 커피 강의를 할 정도로 커피 전문가로 탈바꿈했다.
시니어들끼리 경쟁 가속화
송씨의 경우는 시행착오를 겪고 다행히 제2의 인생을 시작한 행복한 케이스다. 우리나라 은퇴자들은 불안하다. 대부분의 은퇴자들은 부모를 부양하고, 자녀의 교육까지 책임져야하는 가장역할을 해오며 정작 자신의 노후는 제대로 준비하지 못했다.
은퇴한 시니어들이 취업, 창업 시장으로 내몰리면서 시니어들끼리의 경쟁도 가속화되고 있다. 시작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철저한 준비 없이 덜컥 시작한 사업이 제대로 굴러갈 수 없다.
서울시와 서울신용보증재단에서 발간한 ‘2013년 서울 자영업자 업종지도’ 에 따르면 2011년 기준 창업후 생존해 있는 사업체의 생존율은 첫해에 81%, 둘째해에 67%, 3년 차에 54% 였다. 창업 3년 만에 10곳 중 절반은 문을 닫는 다는 뜻이다.
창업 3년차에 생존율이 가장 높은 업종은 보육시설(90%), 치과/일반의원(78%), 약국(76%), 자동차 수리(75%) 등 주로 전문업종이었고 생존율이 낮은 업종은 PC방(32%), 의류점(43%), 휴대폰(44%), 당구장(44%), 부동산 중개업(46%) 등 이었다.
43개 생활 밀접형 업종 중 13개 업종에서 창업보다 폐업이 더 많았다. 호프집, 간이주점, 부동산 중개업, 노래방, PC방, 당구장, 세탁소 등의 경우 창업보다 폐업 사업체 수가 많았다. 이밖에도 슈퍼마켓, 컴퓨터판매수리, 과일채소가게, 문구점 등의 업종은 창업보다 폐업사업체가 더 많았다.
50대 이상 시니어들의 창업이 문제가 많다는 게 바로 이점이다. 창업자 수는 줄어드는데 시니어들의 창업은 늘고 있고 쉽게 창업할 수 있는 이런 위험 업종에 몰리다 보니 시니어들의 부도 원인도 크게 늘고 있는 추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3월까지 3개월간 전체 자영업자 수는 감소했지만, 50세 이상 자영업자는 약 9만 명 늘었다.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2012년 전체 부도 자영업자의 47%가 50대, 60대가 27%로 50~60대 자영업자가 3/4를 차지했다.
국세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395만 6702명의 전체 개인사업자 가운데 56%인 221만5754명이 ‘월소득 100만원 미만’ 이라고 신고했으며 전체 개인사업자의 4%인 15만8270명은 소득이 전혀없다고 신고했다. 전체 개인사업자의 60%, 즉 10명중 6명이 월소득이 100만 원 미만인 것이다.
시니어들이 흔히들 주고받는 말로서 ‘내 사업, 내 가게를 오너로서 간섭받지 않고 편안히 운영하고 싶다’ 라는 희망은 창업과 동시에 무너지게 되고 ‘적당히 벌면 되지’ 라는 생각 또한 적자 앞에서는 절망이 된다. 또 ‘안되면 말지 뭐’ 라는 자조섞인 생각을 갖고도 폐업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진퇴양난의 상황으로 몰리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시니어들의 창업 실패요인 중 가장 큰 것이 ‘자신을 합리화 시키고 자기 생각을 바꾸려 하지 않는 고집’에서 비롯된다고 지적한다.
임명수 창업경영아카데미대표는 “자신을 객관화하여 보기보다는 20~30년을 살아오면서 가진 자신의 생각을 마치 신념인 듯 절대적으로 확신하고, 주변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는 고집이 문제” 라고 말한다.
자신이 돈을 투자해 일을 벌여 놓았지만 오너로서 필요한 경험이나 자신감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니고 시니어 창업자들의 경험과 경륜이 오히려 장점이 아닌 극복해야 될 단점이 된다는 것이다.
임명수 대표는 “베이비부머를 포함한 은퇴 시니어들은 수입이 끊어진다는 두려움 때문에 성급하게 자영업을 선택해 창업을 할 경우에는 절대로 성공할 수 없다” 면서 “자신이 경력을 쌓아온 분야와 관련된 업종을 찾거나 기술 차별화로 경쟁할 수 있는 업종을 창업해야 한다” 고 강조했다.
o-ing58@ilyoseoul.co.kr
이기수 기자 o-ing58@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