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현지자료 받고 연락두절…2개월 후 미국 본사 인수行
사모펀드 구성해 지분 확보…이후 현지사업권 계약해지 통보
[일요서울 | 김나영 기자] 유명 커피 프랜차이즈 커피빈의 중국 사업자가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을 상대로 고소장을 제출했다. 미래에셋이 투자목적으로 자사 자료를 받아 이를 커피빈 미국 본사 인수에 활용했다는 이유다. 그것도 자료 취득 직후 중국 사업자와는 일체 연락을 끊고 2개월 뒤 미국 본사 인수에 나선 정황이 포착됐다. 하지만 미래에셋 측은 커피빈 미국 본사 인수에 참여한 것은 맞지만 지분도 적고 재무적투자자(FI)에 지나지 않는다며 이를 일절 부인하고 있다.
글로벌 커피브랜드 커피빈앤티리프(Coffee Bean & Tea Leaf, CBTL)의 각국 사업자는 제각기 다르다. 이는 미국 커피빈 본사가 각 나라마다 사업자를 선정해 라이선스를 대여하는 형태를 취했기 때문이다. 국내에 220여 개의 매장을 보유하고 있는 커피빈코리아도 마찬가지다.
사실 미국 커피빈 본사의 초기 마케팅 포인트는 원두 판매에 맞춰져 있었다. 그러나 아시아 시장에서의 사업 확대는 사뭇 달랐다. 현지 사업자는 원두 판매보다 브랜드 매장 수를 늘리는 데 주력했고 이것이 먹혔다. 그 대표적인 예가 한국이었다. 중국의 경우에는 더욱 시장 잠재력이 커 보였다.
실제로 1인당 연평균 커피 소비량은 2012년 기준 미국이 400잔(120만톤), 한국이 200잔(60만톤) 정도다. 중국은 아직 5잔(3만톤) 수준이지만 5년 뒤에는 20배가량 성장한다는 전망이 나온 바 있다.
여기에 주목해 중국 커피빈 사업권을 따낸 것은 한국인인 권준 전 우리자산운용 부사장 등이다. 이들은 TNPI를 세워 중국 커피빈이 홍콩이나 중국 주식시장에 상장할 수 있도록 미국 커피빈 본사와 협의까지 마쳤다.
투자 의사 밝힌 시기 절묘해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을 형사고발한 것도 바로 이 TNPI다. TNPI는 박 회장이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을 위반했다며 지난달 박 회장을 서울중앙지검에 형사고발했다. 투자를 빌미로 중국 커피빈의 내부 영업비밀을 요구해 이를 취득한 후에는 연락을 끊고 미국 커피빈 본사를 인수했다는 것이다.
TNPI가 중국 커피빈 사업권을 따낸 것은 2012년 5월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장모 상무와 박모 팀장이 TNPI를 찾아온 것은 5개월 뒤인 같은 해 10월이다. 미래에셋 측은 TNPI에 대한 투자 의사를 밝히며 중국 커피빈과 관련한 자료를 세세하게 요구했다.
이미 초기 투자금을 어느 정도 확보한 TNPI였지만 사업 확대를 위해서는 미래에셋의 제안을 거부할 이유가 없었다. TNPI는 중국 커피빈 매출부터 자본금, 투자자, 매장 설립계획 등의 자료를 미래에셋 측에 모두 건넸다. 하지만 미래에셋은 자료를 받은 직후부터 TNPI와 연락이 두절됐다. 이후 미래에셋의 미국 커피빈 본사 인수 추진에 대한 소문이 흘러나온 것은 2개월 뒤인 그해 말이다.
결과적으로 미래에셋은 미국 사모펀드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지난해 8월 미국 커피빈 본사 지분 75%를 4000억 원에 인수했다. 이중 미래에셋프라이빗에퀴티(미래에셋PE)가 단독 보유하게 된 지분은 20%가량이다. 정황상 미래에셋이 중국 커피빈의 자료를 토대로 미국 커피빈 본사의 경영권을 협상했다는 것이 TNPI 측의 주장이다.
게다가 미래에셋은 지분 인수 후 2017년까지 확정된 TNPI의 중국 사업권마저도 위협했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미래에셋이 구성한 컨소시엄은 지난해 9월 TNPI에 사업권 계약해지를 통보했다. 해지 사유로는 TNPI가 사업권 취득 시 1년간 매장 30여 개를 내기로 한 약속 이행 여부를 들었다.
이와 관련해 TNPI 측은 “중국 커피빈 투자 검토 후 백지화는 이해가 가지만 이후 컨소시엄을 통해 미국 커피빈 본사를 인수한 것은 당시 요구한 자료를 바탕으로 한 것”이라며 향후 민사소송도 불사할 뜻을 내비쳤다.
반면 미래에셋 측은 “TNPI의 자료를 미국 커피빈 본사 인수에 활용하지 않았으며 인수 시에도 경영권 확보 없이 재무적투자자로만 참여했다”고 맞서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nykim@ilyoseoul.co.kr
김나영 기자 nykim@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