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회사 ‘블랙스미스’통해 판매하다 행정처분 ‘굴욕’
위기론 사이로 이미지 추락…신규 사업 제동
[일요서울 | 박시은 기자] 카페베네(대표 김선권)가 축산물 무허가 판매로 도마에 올랐다. 자회사인 스테이크 하우스 ‘블랙스미스’에 축산물판매업 영업·판매신고를 하지 않은 채 축산물을 공급해오다 적발된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그동안 실적 부진과 신사업 실패, 아르바이트생 노동착취, 일방적 구조조정 등 위기론이 지속적으로 거론되고 있던 카페베네로선 최악의 상황이다. [일요서울]은 카페베네의 축산물 무허가 판매 후폭풍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들여다봤다.
꾸준히 위기설이 거론돼오던 카페베네가 또 한 번의 후폭풍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축산물판매 영업신고를 하지 않고, 자회사인 ‘블랙스미스’를 통해 축산물을 판매하다 적발된 것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는 지난달 22일 카페베네 등 95곳을 ‘축산물위생관리법'과 ‘식품위생법' 위반으로 행정처분 등 제재 조치했다고 밝혔다.
카페베네는 자사 소유의 차량을 이용해 감자탕 등 다른 영업점에 축산물을 운반해왔는데, 이 경우에도 축산물운반업에 대한 신고가 이뤄지지 않아 식약처로부터 제재를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식약처의 행정처분으로 식·음료를 전문으로 판매하고 있는 카페베네는 직격타를 맞았다. 문제는 식품 위생과 관련한 논란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카페베네는 지난해 8월에도 식약처의 전국 피서지 주변 식품취급업소 점검에서도 식품위생법령 위반으로 적발된 바 있다.
경남 진해의 카페베네점의 경우 유통기한이 지난 제품을 조리해 사용해 과징금 부과 처분을 받았으며, 경기 광명에 위치한 카페베네점은 청소년에게 주류를 판매하다 적발돼 영업정지를 받기도 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현숙 의원에 따르면 지난 4년 동안 커피전문점 단속적발 건이 170건 중 카페베네가 31건으로 18.2%를 차지했다.
이 같은 논란이 불거지자 일각에서는 카페베네가 지나친 사업 확장을 밀어붙이다 실적 악화는 물론 관리부실까지 불러일으켰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 때 카페베네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바퀴베네’라고 불릴 정도였다. 점포 수와 사업 영역의 확장이 마치 바퀴벌레의 번식력과 비슷하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이었다. 그렇게 점포 늘리기 경쟁으로 업계 1위를 차지한 카페베네는 커피 시장 포화에 따라 신규 점포 오픈의 한계에 다다르면서 새로운 사업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카페베네는 2011년 스테이크 하우스 ‘블랙스미스’를 론칭한 데 이어 2012년 12월 베이커리전문점인 ‘마인츠돔’을 인수했다. 또 드러그스토어 사업에도 진출했다.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한 신규 사업들이었다.
하지만 동반성장위원회가 베이커리와 외식업종을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지정하면서 출점에 어려움을 겪는 등 신규사업이 부진을 면치 못했다. 공격적으로 신규 사업을 펼쳤으나 결국 모두 실패로 돌아갔다.
드러그스토어는 일찌감치 철수를 결정했고, 마인츠돔 역시 신규점포를 확장하지 못한 채 현재 전국 18개점만 운영중이다. 1호점인 강남역은 폐점했다. 블랙스미스는 한때 매장 수가 80개를 넘었지만 현재는 56개로 줄었다.
결국 카페베네는 지난해 블랙스미스와 마인츠돔 사업을 담당하는 B&S F&B의 지분 50%를 마인츠돔 창업자인 홍종흔 대표에게 매각했다. 자회사로 둔 상태지만 경영에서는 손을 떼고 사실상 해당 사업에서 철수한 상태다.
연이은 논란에 상장 먹구름
이후 카페베네는 본격적으로 위기설이 거론되기 시작했다. 신규 사업 실패와 더불어 실적 악화까지 불어 닥쳤기 때문이다.
카페베네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39억5000만 원이다. 2012년 66억3400만 원이었던 것에 비교하면 반토막이 난 수준이다. 특히 지난해 19억6200만 원이라는 순손실을 내며 적자 전환을 해 업계에 충격을 주기도 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카페베네의 부채비율은 665%에 달한다.
뿐만 아니라 카페베네를 둘러싼 부정적인 이슈들도 계속해서 카페베네를 고난에 빠트리고 있다.
고용노동부 근로감독 조사에 따르면 카페베네는 지난해 근로법 위반율이 98.3%로 평균인 85.6%보다 높게 나왔다. 점검 대상인 56개 지점 중 55개가 근로법을 어긴 것이다. 또 2011년에는 임금체불 문제로 청년유니온이 고용노동부에 고발한 적도 있다.
또 구조조정이 일방적으로 이뤄졌다는 논란도 있었다. 동반성장위원회의 중소기업 적합업종 선정을 이유로 본사 직원의 10%인 100여 명을 일방적으로 매장 발령을 내면서 자진 퇴사 형식으로 회사를 떠나는 이들이 등장한 것이다.
논란이 일자 카페베네는 지난 2월 ‘근로기준법 준수 선포식’을 진행했다. 또 3개월 이상 근무한 아르바이트 학생을 대상으로 청춘장학금을 지급하고 있지만 이를 바라보는 시선은 아직 냉담하다.
근로기준법 준수 선포식을 가졌지만 구체적인 방안을 밝히지 않았다는 점이 이미지 개선을 위한 생색에 불과하다는 시선이다. 청춘장학금도 이와 같은 연장선으로 바라보며 반신반의하는 눈치다.
이 같은 논란들은 카페베네를 더욱 힘들게 만들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꾸준히 추진해 온 것으로 알려진 기업공개(IPO)와 증시 상장도 포기해야할 것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많다. 실적 악화로 인한 위기설이 거론된 만큼 부정적인 이슈들이 계속 늘어나면 장기적으로 카페베네의 발목을 잡는 직격타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이 같은 논란에 대해서 카페베네 측은 묵묵부답인 상태다. 카페베네의 한 관계자는 [일요서울]과의 전화통화에서 “담당자에게 질문을 전달하겠다”고 말했지만 답변은 오지 않았다. 이후 추가 연락을 취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한편, 카페베네는 2008년 5월 첫 매장을 열고 커피전문점 사업을 시작했다. 2009년 연예기획사 아이에이치큐와 제휴를 맺어 한예슬, 최다니엘과 같은 연예인과 드라마를 통한 홍보로 인지도를 넓히며 급속한 성장을 이뤘다.
seun897@ilyoseoul.co.kr
박시은 기자 seun897@ilyoseoul.co.kr